두 배 벌려다 6분의 1 토막났다 '곱버스 ETF'
코스피가 하락할 때 2배를 벌도록 설계된 ETF(상장지수펀드)인 이른바 코스피 ‘곱버스’가 한국 증시에서 가장 싼 ETF로 추락했다. 연초 코스피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해 곱버스 가격이 연일 폭락한 탓이다. 지난해 가장 비쌌을 때와 비교하면 가격이 거의 6분의 1 토막이 났다. 곱버스는 지난해 한국 개인 투자자가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이 산 종목이다. 규모가 가장 큰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 곱버스(KODEX 200 선물인버스 2X)만 3조582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13일 서울 주식시장에서 코덱스 곱버스 가격은 전날보다 25원(-1.21%) 떨어진 20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2510원)과 비교하면 19% 하락한 것이다. 이 상품은 코로나 충격으로 시장이 폭락했던 지난해 3월엔 가격이 1만2365원까지 올랐는데 9개월 만에 가격이 6분의 1 수준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코스피가 잠시나마 3200선을 뚫었던 11일에는 코덱스 곱버스 가격이 한때 2000원 선 밑으로 내려가 1875원까지 하락했다. 작년 11월 초 4000원 선 아래로 하락한 후 두 달 만에 가격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코덱스 곱버스 시가총액도 13일 1조8500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약 3000억원이 줄었다.
코덱스 곱버스와 같은 방식으로 설계된 KB자산운용·키움투자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의 코스피 곱버스도 모두 가격이 폭락한 상태다. 모두 2000원대 초반에 머무르며 한국에서 가장 싼 ETF 순위에서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곱버스는 기초 자산으로 연동된 주가지수가 내려가면 하락률의 2배만큼 수익이 나지만 상승할 땐 반대로 곱절로 돈을 잃도록 설계돼 있다. 극도로 위험한 상품으로 분류되며 한국엔 2016년에야 처음 거래가 시작됐다. 만약 코스피가 지금보다 더 오르면 이 곱버스들이 1000원대까지 내려가고, 최악의 경우엔 ‘동전주’(1000원 미만 주식)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스피가 13일에도 전일보다 0.7% 상승해 3100선 위에 머물면서 곱버스 투자자의 손실은 더 불어났다. 그럼에도 증시가 계속 오르자 ‘이젠 내리겠지’란 희망으로 곱버스에 베팅하는 개인은 줄지 않고 있다. 이날 개인 투자자는 외국인·기관이 일제히 코덱스 곱버스를 팔아치우는 가운데서도 35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피가 3000을 처음으로 넘어선 7일 이후 개인 투자자는 하루(12일)만 빼고 곱버스를 계속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곱버스가 굉장히 위험하게 설계된 상품이기 때문에 개인이 섣불리 큰돈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금융 당국은 이런 이유로 올해부터 개인이 곱버스에 투자하는 문턱을 크게 높였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시간짜리 강의(원격)를 듣고 약 1000만원의 예탁금을 증권사에 맡겨야 투자가 가능하도록 했다. SK증권 이재윤 연구원은 “곱버스는 증시의 변동성이 크면 수익률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선물(先物) 등 파생상품을 넣어 구성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비용도 들어간다. 개인이 장기 보유하기엔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주의해서 투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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