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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대통령 말 한마디, '불법의 씨앗' 됐다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21. 01. 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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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형’의 가수 나훈아가 1968년에 내놓았던 노래가 있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란 히트곡이다. 워낙 공전(空前)의 대박을 쳤던 이유로 이듬해 윤정희·남궁원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TV조선의 미스터트롯에서 정동원 군이 불러서 또 한 번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노래다.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먼 훗날 당신이 나를 버리진 않겠지요’

오늘은 난데없는 노래 이야기로 시작해서 죄송하다. 최근 조선일보가 단독 보도를 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큰 스캔들로 번지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 이것을 보다 문득 이 노래가 떠올랐다. 이 노래에 빗대어 조금 실없는 비유를 하게 된 것은 근래 들어 대통령 말 한마디가 ‘불법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에 걸쳐 절절하게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당시 김학의 법무차관의 행동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하는 문제는 차치하겠다. 2019년3월23일 새벽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을 긴급하게 금지하는 과정에서 ‘공문서 조작 및 은폐’ 의혹이 있다는 것이 최근 한 공익 제보자의 고발로 조선일보에 보도된 것이다. 원래 어떤 범죄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로서 출금금지 조치하게 되는데, 이것은 수사기관이 공항에 있는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요청하도록 돼 있다. 2018년부터 업무량이 많은 인천공항은 출입국·외국인청으로 확대 개편돼 있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이 출입국·외국인청에 두 가지 서류를 보내야 한다. 첫째는 분초를 다투어 피의자의 출국을 막기 위한 ‘긴급 출국 금지 요청서’라는 공문서이고, 둘째는 그로부터 6시간 이내에 보내야 하는 ‘출금 금지 승인 요청서’라는 공문서다. 이번 보도로 알려진 내막은 그 두 가지 공문서가 모두 가짜로 만들어진 것이며, 공문서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돼 있는 사건번호·내사번호 같은 것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번호’였고, 어김없이 찍혀 있어야 할 수사기관장 직인도 없었다는 것이다.

계속된 추적 보도에 따르면 이에 관련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로 밝혀졌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지금은 법무차관으로 승진해 있는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이었던 이용구 씨였고, 관련인사로는 지금은 민주당 국회의원이 돼 있는 당시 과거사위원회 주무위원 김용민 변호사, 지금은 서울중앙지검 지검장이 돼 있는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었던 이성윤 검사, 당시 대검 기조부 과장이었던 김태훈 검사 등이 있으며, 현장에서 가짜 출국금지 공문서를 만들어 실행에 옮긴 장본인은 이규원 파견 검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박상기 씨, 그리고 당시 장관 정책보좌관이었던 이종근 씨 등도 관련 의혹을 사고 있다.

오늘 아침까지 거론되고 있는 이 7명의 인사들은 왜 일사불란하게 가짜 공문서로, 위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을 금지시키는 ‘불법 작전’을 밀어붙이고 용인했을까. 그렇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가짜 공문서 출국 금지 사건이 있기 불과 닷새 전, 그러니까 2019년3월18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장관, 김부겸 행안장관으로부터 버닝썬 사건, 김학의 사건, 장자연 사건 세 가지를 보고 받고 이렇게 말했다.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 달라.”

당시 언론들은 “문 대통령이 검경(檢警)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명운(命運)을 걸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명운을 건다는 것은 개인으로서는 목숨을 건다는 것이고 조직으로서는 존폐를 건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검찰의 명운을 걸고 김학의 사건을 다시 조사하라고 했던 것은, 만약 말을 듣지 않으면 법부장관·검찰총장 경질은 말할 것도 없고 검찰 조직을 공중 분해할 수도 있다는 정치적 겁박이나 다름없었다. 오늘 방송의 제목처럼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법무부와 검찰에게는 ‘불법의 씨앗’이 됐던 것이다.

그런 일이 한번만 있었을까.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은 왜 그토록 조급하게, 그리고 불법적으로 이뤄지게 됐을까. 시곗바늘을 조금만 거꾸로 돌려보겠다. 2018년4월2일 청와대 행정관은 윗선인 비서관의 지시를 받아서 산업부 원전과장에게 이런 말을 전달한다. “대통령께서 월성 1호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 질문하셨다.” 그 뒤로 여러분도 다 아시는 것처럼 막무가내 조작이 벌어졌다. 산업부 장관은 “2년 반 더 가동할 수 있다”고 보고하는 부하에게 “죽을래”라고 협박하면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를 당장 실천에 옮기도록 압박했다. 담당 공무원들은 일요일 한밤중 사무실에 들어가 증거 문서 530건을 삭제했다. 그렇게 해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걷잡을 수 없게 ‘불법의 씨앗’이 됐던 셈이다.

그 뿐일까. 2018년 지방선거 때는 문 대통령이 30년 친구인 송철호 씨가 당선되는 것을 “소원”이라고 했다는 말이 청와대를 휘감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로부터 4년 전인 2014년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송철호 후보의 유세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바보 노무현보다 더 바보인 송철호 후보입니다.” “나의 가장 큰 소원은 송철호 후보의 당선입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 뒤에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청와대와 울산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렇다. 여러분 모두 잘 아시는 것처럼 문재인 정부의 최대 스캔들이라고 할 수 있는 ‘울산 시장 선거 조작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이 터진 것이다. 작년2월 언론에 공개된 이 사건의 검찰 공소장을 보면, 대통령이 수십 차례 거론되는 것은 물론이고, 임종석 비서실장, 한병도 정무수석, 조국 민정수석, 이진석 사회수석비서관실 사회정책관, 장환석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이광철 민정비서관, 문해주 행정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황운하 울산경찰청장, 송병기 울산 부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등이 등장한다. 청와대의 대통령 비서실 7개 조직이 후보자 매수, 경찰 하명수사, 공약 협조 등 선거 범죄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던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은 최근 이렇게 한탄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내린 지시 때문에 전직 대통령 자신과 측근 참모들은 감옥에 있다. 문 대통령의 말값은 언제 어떻게 치르게 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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