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온라인 원격 초등학교 신설이 필요하다 / 박남기

한겨레 2021. 1. 1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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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와 교육

박남기ㅣ광주교대 교수(전 총장)

우리나라에 원격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는 있는데 초등학교는 없다. 원격교육은 1972년에 한국방송통신대학설치령이 제정되면서 시작되었다. 이듬해에는 방송통신중학교와 고등학교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법에 근거하여 방송통신고등학교는 1974년에 개교했으나 방송통신중학교는 2013년에 개교했다. 그러나 방송통신(온라인)초등학교는 아직 설치 근거마저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방송통신학교 설치를 위한 법 개정이 이뤄진 1970년대 초반, 중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었고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었기에 방송통신학교 설치 대상으로 아예 고려조차 되지 못했다. 초·중등교육법(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질병·발육 상태 등 부득이한 사유로 취학이 불가능한 의무교육대상자”는 “취학 의무를 면제하거나 유예할 수 있다”. 즉, 면제나 유예를 허용하지만 이들의 교육을 책임지지는 않는다. 이제는 여러 사유로 일반 초등학교에 재학하기 힘들거나 잠시 등교가 어려운 교육약자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방송통신중고등학교 설립 목적은 교육취약계층의 교육 기회 확대, 교육격차 해소, 국민 교육 수준 향상, 평생교육 정착 등이다. 원격초등학교는 교육약자에 대한 배려, 단기적·임시적 필요에 부응, 학습부진 학생과 기초학력미달자 지원, 일반 초등교육 지원, 국외 한인학교 지원 차원에서 필요하다.

원격초등학교가 필요한 경우는 많다. 가령 병원에 장기 입원하고 있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병원학교가 있기는 하지만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초등학생이 더 많다. 이들을 위한 원격초등학교가 국가 혹은 교육청 협의회 차원에서 설치·운영된다면 더 적은 비용으로 소외되는 학생을 줄이면서 체계적인 교육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근처에 초등학교가 없어서 주거비를 제공받고 멀리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있다. 중등학생과 달리 초등학생들이 부모를 떠나서 생활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단기 입원, 부모와 함께 떠나는 단기 체험학습 등 단기적·임시적인 필요에 의해 결석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그동안에는 별다른 대책 없이 이들을 방치하거나 담임교사 개인의 헌신과 희생에 의존해왔다. 담임과 부모가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으면 이 학생들은 등교 뒤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이 초등학생들을 따로 지도해야 하는 교사도 함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담임교사나 교육청의 허락을 받고 원격초등학교에서 필요한 수업을 들을 경우에는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면 이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미래 흐름의 하나가 될 감염병, 기후급변 등에 따른 재난 상시화 가능성이다. 갑작스러운 재난이 닥치더라도 학년별, 교과별, 차시별 수업 자료와 동영상이 탑재된 원격초등학교가 설치되어 있고, 접근이 개방되어 있다면 일반 초등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원격교육의 필요성이 급부상하였다. 지난 1년 동안 일반 초등학교가 원격교육을 실시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갖춰졌고, 교사와 학생들도 온라인 원격수업에 필요한 기초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 원격교육 관련법을 만들거나 기존 법을 개정할 때 시대 흐름에 맞게 원격초등학교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원격초등학교 설치법도 서둘러 마련하기 바란다.

새로 설치될 원격초등학교는 기존의 방송통신중고등학교와는 다른 차원의 디지털 혹은 스마트 초등학교여야 한다. 그 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만이 아니라 일반 학교의 교사와 학생 모두가 접속하여 원하는 동영상과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콘텐츠 이용을 개방해야 한다. 그리하면 일반 초등학교 교사가 거꾸로 수업을 하고자 할 때,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나 학습부진아를 지도할 때 더 적은 노력으로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외 한인학교와 한국 초등교육에 관심을 갖는 세계인에게도 널리 활용되는 명실상부한 케이(K)-초등교육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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