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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정치권에 휘둘리는 공매도 재개.."한국과 인도네시아만 중단"

안효성 입력 2021. 01. 13. 19:04 수정 2021. 01. 1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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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가 주식 시장을 넘어 선거 정국까지 영향을 미칠 뜨거운 감자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됐던 3월 16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개인투자자·여당과 금융당국이 각을 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기관과 외국인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인 공매도 재개가 역사적인 코스피 3000선을 돌파한 증시에 찬물을 끼얹고 동학개미로 대표되는 개인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지난 3월 11일 부산 한국거래소 운영실에 관계자가 신규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코스피 파미셀 종목 시세를 보고 있다. 뉴스1

공매도처럼 개인 투자자의 미움을 받는 제도는 드물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린 뒤 먼저 판 다음 일정 기간 후 주식을 사 갚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하락해야 돈을 버는 구조다.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주식을 사는 투자자 입장에선 좋게 볼 수 없다. 게다가 정보력과 자금력으로 무장한 기관과 외국인을 당해낼 수 없다는 개인투자자의 좌절감도 깔려 있다. 하지만 시장의 입장에서는 시장의 과열을 막는 등의 순기능이 있다.

재개나 금지 연장이냐, 폐지냐. 공매도를 둘러싼 이해당사자의 입장과 시각을 살펴봤다.

2020년 공매도 금지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금융위 "3월16일 공매도 재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공매도 재개에 대한 입장'자료에서 “금지 기간 종료 시 주식시장의 글로벌 신뢰도 등을 감안해 원칙대로 공매도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공매도를 일시 중단했던 국가 중 이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도다.

공매도 허용 정도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파이낸셜타임스스탁익스체인지(FTSE) 등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의 평가에 활용된다. 공매도 금지가 장기화하면 국내 증시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공매도의 순기능 중 하나인 가격발견기능(적정가격형성)이 이런 역할을 담당한다. 시장이 과열되며 주가가 적정가격보다 높아졌을 때 공매도로 주가가 내려가는 과정에서 기업의 실제 체력 등이 드러날 수도 있다. 시장의 거품(버블)이 한 번에 터지기보다 공매도를 통한 조정 과정을 거쳐 연착륙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장 출신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패닉셀링보다 패닉바잉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로 주식 시장이 뜨거운 상황에서 패닉셀링을 가정해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 역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동학개미 "주가 하락의 촉매제"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포비아(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주가 하락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코스피가 '박스피'에 머물렀던 것도 공매도 탓이라고 할 정도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 연합회 대표는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먹고 사는데, 공매도가 재개되면 시장에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며 “주가 하락을 견디지 못한 동학개미가 주식시장에서 퇴장하고 한국 증시는 망가지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가 좁혀진 상태에서 공매도를 재개하는 게 맞다”며 “주식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상태에서 공매도를 재개하면 경착륙이 일어나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금융위기와 유럽재정위기 때인 2008년과 2011년 두 차례 공매도를 중단했다 재개했을 때도 주가 하락은 없었다”며 “최근의 국내 주가 상승을 이끄는 대형주에 공매도가 집중될 가능성이 적은 만큼 대규모 주가 하락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기간 코스피 변화_2008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여당 "공매도 재개는 금융당국 책임 방기"

공매도 재개 논란이 뜨거운 감자가 된 데는 공매도 폐지까지 주장하는 여론에 맞춰, 정책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접근하는 정치권의 오락 가락 행보가 있다. 공매도 재개 보름여 뒤 치러지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미칠 표심을 가늠하면서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다. 여당의 강경입장에 당국이 휘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회 정무위에서 여야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인정하고 3월 16일 공매도 재개 시기에 맞춰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차입 공매도 제한의 법적 근거 신설 ^공매도한 이의 유상증가 참여 금지 ^증권 대차거래 정보 보관·보고 의무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관련 시행령도 13일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여당은 공매도 금지 연장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가 지난 11일 공매도 재개에 대한 원론적인 문자를 발송하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공정과 제도적 부실함을 바로잡지 못한 채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이 발의해 통과시킨 법안이 미비하니 제도 개선이 더 필요하다고 나선 것이다. 자가당착의 모양새다.

공매도 개선 방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 공매도 폐지 주장까지 제기는 분위기 속 진지한 논의는 사라졌다. 격화한 감정만이 넘친다. 야당 소속 정무위 의원은 “현재의 공매도 논의는 지나치게 정치화돼 있어 발언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치적 유불리를 고려해 시장에 정치권이 개입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론에 따라 공매도 금지를 남발하는 데 대한 비판도 있다. 재원이 들지 않는 복지정책처럼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매도 금지가 경제 위기 때 재정을 쓸 필요 없이 당국이 원하면 무한정 허용되는 경향이 있다”며 “3개월마다 금지 조치의 적정성을 판단 받게 하는 등의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겸 한국판뉴딜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고장 난 신호등부터 고치자"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논란을 봉합하고 건설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시급한 것은 신뢰 회복이다. 2012년 셀트리온, 2016년 한미약품의 미공개 정보 이용 공매도, 2018년 골드만삭스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등 개인투자자의 트라우마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 금융위는 ^불법 공매도 처벌강화 ^시장조성자 제도보완 ^개인투자자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추진해왔다. 특히 불법 공매도의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최대 5배의 벌금과 함께 과징금이 부과되도록 하고, 점검주기도 기존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했다.

그럼에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후 처벌이 강화됐지만 사전 차단 시스템이 아직 없다“며 ”신호등이 고장 난 상태에서 교통을 재개시키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3분기 중 구축이 완료되는 공매도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이 완성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성대 김상봉 교수도 ”불법 공매도를 빠른 속도로 잡아내는 시스템이 구축된 후에 공매도를 재개시켜야 한다“며 “점검기간도 1개월이 아닌 수일 단위로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법 공매도는 적발이 어려울 뿐 아니라 적발되어도 처벌이 매우 약했다”며 “불법 공매도 거래 중개를 담당한 증권사도 함께 처벌하는 등 처벌 수위를 올려 개인 투자자의 신뢰 회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실이 금융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불법 공매도로 49개 회사(외국계 42곳, 국내 7곳)가 적발됐지만 누적 과태료는 94억원에 불과했다.

개인의 공매도 참여 확대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방안으로 꼽힌다. 지난해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 중 개인은 0.8%에 불과하다. 일본은 25~30% 수준이다. 금융위는 개인의 공매도 참여 수단을 여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다만 개인이 공매도 투자에 나서다 큰 손실을 볼 우려는 있다.

안효성ㆍ홍지유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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