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마이뉴스

류호정의 마지막 한마디 "가족이라면 이런 데 살게 하지 않았을 것"

최정규 입력 2021. 01. 13. 19:12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이주노동자 속헹이 사망한 지 20일 만에 기숙사 내부 공개돼

[최정규 기자]

 국회의원 류호정, 농장주와 마주서다.
ⓒ 최정규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 속헹씨가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 숙소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것은 2020년 12월 20일이다. 이후 농장주는 시민단체 활동가들, 언론사 취재진의 숙소 출입에 경찰신고로 대응했다.
12일 오후 3시 30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방문에 농장주는 또 한 번 진입을 막았다. 하지만 속헹씨를 추모하러 왔고 기숙사 방에서 조문하고 가겠다는 요청에 농장주는 내부 진입을 허락했다. 20여 일 만에 고 속헹씨가 거주했던 기숙사 방의 문이 열렸다.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은 방 2개, 화장실, 주방으로 구성돼 있었다. 농장주는 동파를 위해 온수를 틀어놓았다고 했는데 천장에도 물방울이 맺혀 있는 등 결로현상이 심했다.
 
 고 속헹씨 기숙사 부엌
ⓒ 최정규
 
 고 속헹씨 기숙사 화장실(욕실)
ⓒ 최정규
 
 고 속헹씨 기숙사 내부
ⓒ 최정규
 
농장주는 고 속헹씨의 죽음에 자신도 상처를 많이 받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가족처럼 해주었다고 했다. 속헹씨가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다른 노동자들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데리고 간 적이 있는데, 속헹씨는 단 한 번도 그런 호소를 한 적이 없었다.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기숙사 내부의 청결 상태에 대한 류 의원의 질문에는, "노동자들이 지저분하게 사용해서 그런 것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고 속헹씨가 사망하기 전날 밤 난방장치가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허위사실이 보도돼 명예가 실추됐다며 취재 온 기자들에게 사실대로 보도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추모를 마친 후 류 의원은 기숙사를 나가기 전 농장주에게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겼다.

"가족이라면 저는 이런 곳에 살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포천서 "부실 난방은 근로감독관 조사 영역" 책임 회피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 간담회
ⓒ 최정규
 
류 의원의 기숙사 방문 이후 오후 5시부터는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지청장 공석원) 3층에서 관계부처 간담회가 진행됐다.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근로개선지도과, 외국인력팀, 산업재해예방과), 포천경찰서, 경기도 담당자가 참여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고 속헹씨의 사망원인과 기숙사의 부실 난방 관련 고용노동부와 포천경찰서의 조사가 도마에 올랐다.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 근로개선지도과 박두수 과장은 지난 8일 산업안전보건공단 전기분야 전문가와 함께 조사한 결과 전기장치의 기계적 결함은 없었다고 밝혔다. 
 
 속헹씨 기숙사 전기공급장치
ⓒ 최정규
 
8일 조사 시 외부와 내부 온도를 측정했는지를 묻는 말에는 "측정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한파가 몰아쳤을 때 난방장치의 과다사용으로 전기공급장치가 일시 오작동 될 우려에 대해서 고용노동부는 아직까지 뚜렷한 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포천경찰서 형사과장은 변사사건과 관련하여 절차대로 진행했고, 농지법 위반 혐의만 조사할 뿐 기숙사 부실 난방은 특사경(특별사법경찰)인 근로감독관이 조사할 영역이라고 답했다. 

부실 난방은 사망원인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더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하지 않냐는 질의에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답했다. 하지만 동료노동자 4명 중 2명만 조사한 것이 밝혀졌고, 시민단체가 동료 노동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을 제출하자 추가 조사하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꿨다.  

동료노동자 A씨와의 대화 내용을 공개합니다 

이주노동자 기숙사산재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7일부터 언론에 녹취록 중 일부를 공개했다. 속헹씨가 사망하고 이틀 뒤인 2020년 12월 22일 밤 11시경 시민단체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 김이찬과 속헹씨의 동료노동자 A씨가 44분여 동안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나눈 대화 내용이다.  

김이찬 : 그럼 토요일 밤(새벽)에도 차단기 스위치가 떨어진 적이 있고, 그 차단기 스위치를 올리러 간 사람이 있어요? 
A : 있어요. 떨어지면 올리고 떨어지면 올리기를 계속했어요. 밤새도록. 그들(속헹씨와 다른 노동자 B)은 눕지 않았다고 (B가) 말했어요.  

(중략) 

김이찬 : 그러니까 차단기의 스위치가 떨어지면 세 방의 바닥 난방장치가 모두 꺼지는 거죠? 
A : 네. 
김이찬 : 사람이 나가서 차단기 스위치를 올리고 돌아와야 하는 거죠? 
A : 네. 
김이찬 : 그러니까, 그 밤에 그들은 잠들지 않고 앉아서 계속 스위치를 올렸다는 거죠?     
A : 둘이 번갈아서 했어요.   
김이찬 : 서로 번갈아서 했어요? 
A : 네.  

(중략) 

김이찬 : 속헹 방이 전기가 없었던 때는 언제예요?
A : 토요일과 일요일.
김이찬 : 그런데 세 사람은 밖에 있었잖아요? (그럼) 알 수 없잖아요. B가 전기가 차단된 것을 확인했어요? 
A : 그럼요. 그(B)는 "케잉아(속헹의 애칭) 너무 추워요. 전기가 없어요. 끊어져 버렸어요. 나는 나가요. 난방이 되는 따뜻한 친구 집에 가려고요. 전기가 없으니까 너무 추우니까 있을 수가 없어"라고 말했어요.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