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이익공유, 기업 팔 비틀어선 안돼

김미경 2021. 1. 13. 19: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미경 정경부 차장
김미경 정경부 차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초부터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올해가 시작되자마자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사면으로 온 나라를 뒤흔들더니 '코로나19 이익공유제'라는 화두를 던져 정치권 안팎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이 대표가 처음 이익공유제를 언급한 것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각해진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해법으로 '코로나19 이익공유제'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우리에겐 코로나 극복 못지않은 과제가 안겨져 있다. 코로나19 양극화 시대"라면서 "각종 복지시책과 재난지원금 대응 등으로 시장소득의 격차 확대를 막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코로나19 방역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직격탄을 맞은 식당, 술집, 카페, 헬스장, 교습소 등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와 달리 비대면 산업과 반도체 등 경제성과가 일부 산업에 편중되고 있는 상황을 짚은 것이다. 그는 "코로나 양극화를 막아야만 사회경제 통합을 이룰 수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이득을 얻은 계층이나 업종이 코로나19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우리 사회도 논의해야 한다"며 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이익공유제의 실현 방식을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에 뒀다. 이 대표는 "일부 선진국이 도입한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강제하기보다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당 정책위와 민주연구원이 시민사회 및 경영계 등과 함께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12일에도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코로나 양극화라는 엄청난 과제를 떠안게 됐다"면서 "코로나 양극화를 극복하려면 재정의 역할과 민간의 고통분담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이익공유제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가 구상하는 이익공유제의 토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협력이익공유제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이익을 협력업체와 나누는 상생협력 방안이다. 이 대표는 "협력이익공유제 내용을 보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유를 유발한 방식이 있었다. 그런 방식을 원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띄운 코로나19 이익공유제는 아직 구체적인 실행 단계까지 나아간 것은 아니다. 이제 막 당 차원에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논의를 본격화하기도 전에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각종 규제로 기업의 손발을 묶어놓고 한술 더 떠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한다고 한다"면서 "경제주체의 팔을 비틀어서 이익까지 환수하겠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사회주의 경제'를 연상하게 한다거나 '아마추어 방식'이라거나 '안되면 말고식 대책'이라는 혹평도 쏟아졌다. 이익공유제를 법제화하는 방안까지 거론되면서 기업들도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2018년 대선공약이었던 협력이익공유제를 입법화하려다 야당과 재계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한국경제연구원이 서울지역 대학 상경계열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다수(76%)가 협력이익공유제를 시장경제원리에 맞지 않는 제도라고 평가했고, △기업의 혁신 및 이윤추구 유인 약화(48.5%) △대기업 재산권 침해(20.7%) △경영활동의 자기부담원칙위배(18.7%) △주주 재산권 침해(11.1%)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할 때 이익공유제를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매도해 공론화의 여지마저 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도요타, 크라이슬러, 던킨도너츠, 롤스로이스 등 유수 기업과 미국 연방정부, 영국 공공기관까지 코로나19 이전부터 다양한 방식의 성과·이익 공유형 제도를 운영 중이다. 다만, 코로나19 이익공유제가 집권여당의 '삥뜯기'로 전락하거나, 권력 눈치를 보는 기업들이 시늉만 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시도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기업이 호응할 수 있는 유인책이 있어야 하고, 합리적이고 다양한 이익공유 모델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이익공유의 주체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럼 점에서 이 대표의 일단 던지고 해법을 찾는 소통방식은 많이 아쉽다.

김미경 정경부 차장 the13ook@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