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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먹고살기 위해 무엇을 못하랴

박영서 입력 2021. 01. 13. 19:40 수정 2021. 01. 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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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 예나 지금이나 통용되는 말이다.

결국 사람이 말 대신 뛰어야 했다.

'착호갑사'(捉虎甲士)는 호랑이 잡는 사람을 말한다.

'직업에는 귀천(貴賤)이 없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 말은 위선적인 언사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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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잡사 강문종·김동건·장유승·홍현성 지음 / 민음사 펴냄

"밥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 예나 지금이나 통용되는 말이다. 가장은 자신과 가족이 먹고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한다. 지금도 그러한데 조선시대는 오죽 심했겠는가. 이 책은 조선시대 직업에 관한 이야기다. 젊은 한국학 연구자들이 조선의 직업 67개를 발굴·연구해 엮은 책이다. 주로 극한 직업이나 비참한 직업들이 많다. 직업을 통해 조선을 다시 보게 만들어 준다. 당시 사회상과 다양한 모순, 계급구조 등도 함께 알려준다.

'매품팔이'는 돈을 받고 남의 매를 대신 맞아주는 사람이다. 곤장 대신 맞다가 죽을 수도 있지만 꽤 짭짤한 수입이었다.이 직업은 '흥부전'에서도 언급된다. '보장사'(報狀使)는 고을과 고을을 오가며 공문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말은 사람보다 빠르지만 비싸다. 결국 사람이 말 대신 뛰어야 했다. 주로 가난한 아전들이 보장사에 임명됐다. 궂은 날씨를 만나도 하루만 지체하면 벌을 받았다. '착호갑사'(捉虎甲士)는 호랑이 잡는 사람을 말한다. 담력이 세고 무예가 출중한 군인으로 가려 뽑았다. '월천꾼'은 길손을 등에 업거나 목말을 태우고 시내를 건네준 뒤 품삯을 받는 사람이다. 여성들의 직업으론 7개가 소개되어 있다. '염모'(染母)는 옷감을 염색하는 여성 기술자를 말한다. 중노동이었지만 푼돈 정도 손에 쥐었을 뿐이었다. 그래도 가난한 여성들에겐 이마저도 감지덕지였다. 이 밖에도 일종의 부동산 중개업자인 '집주름', 돈 받고 군대에 대신 가주는 '대립군'(代立軍), 기근·질병 등으로 길에서 죽은 시신을 묻어주는 '매골승'(埋骨僧) 등이 소개되어 있다.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쳤던 이들을 보면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밥벌이를 둘러싼 애환은 지금도 별로 다를 바 없다. '직업에는 귀천(貴賤)이 없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 말은 위선적인 언사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먹고살기 위해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하는 자를 무시하거나 천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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