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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월성원전 '삼중수소 유출' 논란, 조속한 진상규명 필요하다

입력 2021. 01. 1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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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경향신문 자료사진

포항 MBC 등이 지난 7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지난해 경북 경주 월성원전 부지 10여곳의 지하수를 검사한 결과 모든 곳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보도한 이후 관련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들이 입수해 공개한 한수원의 지난 6월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2019년 4월 월성원전 3호기 지하수 배수로에 고인 물에서 ℓ당 71만3000㏃(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는데, 기준치를 18배나 넘어섰다. 월성 1·2·3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하부 지하수 등 배출 경로와 무관한 곳에서도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삼중수소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대표적 방사성물질로 체내에 축적되면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 조속한 진상규명으로 원전에 대한 시민의 불안을 불식시켜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은 엇갈린 주장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34명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월성 4호기 사용후핵연료 집수정에서 다른 방사성물질인 감마핵종이 발견됐으며, 방사성물질을 보관하는 원전 내 구조물 손상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그간 “지하수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진상규명을 요구해왔다. 그런데 한수원은 검출된 방사성물질은 기준치 이하이며 발견 즉시 회수해 조치가 끝났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유출된 삼중수소가) 바나나 6개, 멸치 1g 수준”이라며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고 한다. 여권이 검찰의 원전 수사를 방해하려고 문제를 부풀리고 있다는 주장까지 했다.

원전 방사성물질 유출은 국민 안전이 달린 엄중한 사안이다.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물로 희석해 배출기준에 맞춰 방류한다는 일본 정부 계획을 비판해왔다. 그런 만큼 같은 일이 국내에서 벌어졌다면 그대로 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한수원과 보수야당은 유출된 양이 적다고 주장하지만, 수십년간 낮은 수준으로 삼중수소에 노출됐을 때 나타날 문제를 예측한 과학적 자료가 부족한데 위험하지 않다고 단정짓는 것도 섣부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학적 기준에 따라 객관적인 조사로 진상을 밝히는 일이다. 환경단체들이 제안한 민관 합동조사위도 객관적 조사를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정치권은 가급적 이 사안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은 원전 안전이라는 본질 이외 다른 의도를 갖고 접근한다는 것을 드러낼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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