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일보

백화점·마트 주가, 바닥 찍은걸까? "e커머스 확장 능력이 반등 열쇠"

맹하경 입력 2021. 01. 13. 21:00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동학개미 눈으로 본 2021 주요산업]
대형 유통기업들이 코로나19로 실적 타격을 입었던 지난해를 기점으로 반등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으로 중심 축이 대폭 옮겨간 상황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려면 신선식품 장보기 수요부터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유통 빅3'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에게 2020년은 혹한기였다. 코로나19에 백화점, 대형마트 등 주력 오프라인 영업 실적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유명 대기업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경쟁하던 쇼핑 전쟁터는 이제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에선 이제 쿠팡과 네이버까지 상대해야 한다.

업계에선 어차피 찍을 바닥을 코로나19가 앞당겼을 뿐이라고 말한다. 누가 살아남아 반등할 지는 e커머스 시장 침투 능력이 좌우할 전망이다.


소비 회복 기대에 최근 주가 반등세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가에선 주요 유통 상장사의 목표주가를 올려잡는 추세다. 키움증권은 롯데쇼핑 주가를 8만8,000원→10만4,000원으로, 이마트 24만원→25만원으로 상향했고,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현대백화점을 8만3,000~4,000원에서 9만3,000~5,000원으로 올렸다.

공통된 근거는 코로나19 안정화와 구조조정 효과다.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업황과 관련 없는 비용 절감 효과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타격 폭은 점차 줄고 있다. 여기에 장차 억눌린 쇼핑 수요가 한번에 폭발할 가능성을 크게 본다면 단기적인 투자 수익은 노려볼 만하다.

하지만 최근 유통 환경은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 중이다. 올해 신동빈·정용진·정지선 등 유통 빅3의 수장이 신년사에서 △온·오프라인 시너지 △사업 다각화를 공통적으로 주문한 것도 중장기 성장동력에 대한 갈증에서 비롯됐다.

주요 유통채널별 매출 증감률 추이(위)와 업종별 매출 비중 변화. 그래픽=박구원 기자

명품·보복소비로는 장기 성장 한계

기존 사업에서도 호재는 있다. 증권가 분석에 의하면 상장 유통사 영업이익의 45%는 여전히 백화점에서 나온다.

최근 백화점은 코로나19에도 명품 매출이 살아나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개점 5년 만인 지난해 연매출 1조74억을 달성하며 국내 백화점 중 최단 기간 1조원 돌파 기록을 세운 것도 까르띠에, 티파니 등 명품 라인업 덕분이었다. 하지만 명품은 마진이 워낙 낮고, 고급 소비는 특정계층에 집중된 점이 한계다.

보다 대중적인 소비에 잘 대응하는지 살피려면 각 사의 온라인 사업 현황을 봐야 한다. 신세계와 롯데는 그룹사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과 '롯데온'으로 e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아직 적자다.


온라인 장보기가 추격 기회

최근 e커머스 시장에서는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신선식품 장보기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각종 공산품은 취급 상품 수만 각각 8억, 3억개에 달하는 네이버와 쿠팡이 이미 꽉 잡고 있다.

반면 농축수산물, 음식료품은 아직 매장에서 장을 보는 잠재적 신규 고객이 상당하다. 동시에 유통 노하우를 활용한 물량 확보와 신선도 유지, 빠른 배송까지 갖춰야 해 난이도가 높다. 현재 전국구로 신선식품 당일 및 새벽배송이 가능한 건 쿠팡뿐이다.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 주식을 교환한 것도 신선식품 등 전국 배달 능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다.

대형 유통 기업들은 노하우와 보관 기술은 이미 가지고 있다. 빠른 배송이 받쳐주면 된다. 전국에 포진한 점포 활용도가 주목받는 이유다. 쿠팡처럼 별도의 전용 물류센터를 새로 지으려면 한 곳당 수천억원이 들어가지만, 주문자와 가까운 점포에서 바로 배송하는 시스템을 활용하면 매장을 물류센터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장보기 e커머스 이용자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매장의 배송 거점화→트래픽 확보 우선

현재 가시적 성과가 나오는 쪽은 SSG닷컴과 이마트다. SSG닷컴 전용 신선식품 물류센터도 있지만, 전국 110여개 이마트 점포에 '피킹앤패킹(PP)센터'를 만들어 바로 출고하는 식으로 온라인 주문을 같이 소화한다. 주문 처리 능력도 높일 수 있고 PP센터를 통한 매출은 이마트 매출로 잡혀 시너지가 난다는 평가다. 현재 SSG닷컴 매출의 약 30%가 PP센터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노원구 롯데마트 중계점 레일 위로 온라인 주문이 접수된 물건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마트는 점포 찬장에 달린 레일이 물건을 싣고 배송 대기 장소까지 이동시키는 '스마트 스토어', 점포 뒷마당에 배송용 분류와 포장 자동화 설비를 붙인 '세미다크 스토어' 적용 점포를 올해 40여곳으로 확대해 온라인 주문 처리량을 5배 늘리는 게 목표다.

비교적 백화점 본업에 집중하던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식품관 메뉴의 차별성을 살린 새벽배송 '현대식품관 투홈'으로 지난해 중순 속도 경쟁에 진입했다.

e커머스는 장기적으로 입점사·취급 상품 수, 트래픽(접속량)을 늘려 재구매를 확대하고 안정적인 광고수익을 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 최근 SSG닷컴이 11번가와 협업을 시작한 건 접속 고객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유통업 전망에 대해 "식품 점유율, 상품 카테고리 확장, 오픈마켓으로의 전환 등 사업의 구조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한국일보 www.hankookilbo.com (무단복제 및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