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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마땅한 성과 못낸 김정은, 핵 앞세워 '병진노선' 회귀

김유진 기자 입력 2021. 01. 13. 21:07 수정 2021. 01. 1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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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두 번째로 길었던 북한 노동당 8차 대회 폐막

[경향신문]

‘4열’로 밀려난 김여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동그라미 안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김 부부장의 자리는 그가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당 중앙위 위원으로 낮아졌음을 보여준다. 연합뉴스
자력갱생 기조 연장…통제력 강화 등 체제개혁도 후퇴
미·남측엔 선결조건 제시…김정은, 시진핑 축전에 답전

8일 만에 폐막한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마지막 날의 화두도 역시 ‘국방력 강화’였다. 당 8차 대회는 북한의 향후 5년간 경제발전 구상과 미국 새 행정부 출범에 대비한 대미·대남 전략을 공개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종전의 자력갱생 기조 외에는 새로운 대내외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핵무력 고도화 의지만을 재확인했고, 오히려 김정은 체제가 내건 개혁조치마저 일부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당 8차 대회 결론에서 “국가방위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하는 것을 중요한 과업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하겠다”며 핵전쟁 억제력 및 군사력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당 대회 내내 경제 실패를 인정하고 경제 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었지만, 군사 분야 외에는 지난 5년간 내세울 실적이 마땅히 없음을 방증한다.

8차 당 대회는 역대 당 대회 중 1970년 5차 당 대회 이후 두 번째로 길게 진행됐다. 이전처럼 당 대회 결정서나 사업총화보고 전문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보도 내용을 보면 5년 전인 2016년 7차 당 대회 때로 ‘회귀’한 모습이 눈에 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핵무력 고도화 선언을 두고는 조 바이든 미 정부 출범을 겨냥한 대미 압박성 메시지 측면도 있지만, 사실상 북한이 7차 당 대회 당시 선포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으로 되돌아갔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4월 제시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도 당 규약에 명시되지 않았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병진노선으로 돌아갔을 뿐 아니라 경제보다 핵무력을 앞세우는 것으로 순서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북·미 협상 결렬 이후 강조해온 ‘자력갱생·정면돌파’ 노선의 연장선이나 다름없고, 사회주의 상업 등에 대해선 오히려 국가 통제를 높이는 조치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당 대회 결론에서 경제 분야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인 지휘·관리’를 강조하며 “당 대회 이후에도 특수성을 운운하며 국가의 통일적 지도에 저해를 주는 현상은 어느 단위를 불문하고 강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총비서 추대나 비서국 부활, 비사회주의 척결 강조 메시지 역시 내부 기강을 다잡아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6년 당 대회 때 양복 차림을 했던 김정은이 이번엔 인민복을 입은 것이 상징적”이라며 “지난 5년간의 변화가 실패하면서 다소 수구적 경향으로 돌아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차원에서는 미국과 남측에 각각 ‘적대시정책 철회’와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선결조건을 제시하며 공을 넘기는 태도를 취했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대외 메시지와 관련,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조금 센 발언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수위조절을 했다”고 평가했다.

당분간 북한은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권과의 연대 강화를 통해 국제사회 제재 압박을 완화하고 미·중 갈등 국면에서 ‘생존 공간’을 확보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도 8차 당 대회 개막 당일 가장 먼저 축전을 보내오는 등 북·중 밀월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총비서 추대 축전에 곧바로 답전을 보내 “두 당, 두 나라 인민들의 이익과 직결된 (조·중) 친선을 공고·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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