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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싶어도 못해요.. 고용절벽에 떨어진 400만명

김정훈 기자 입력 2021. 01. 13. 21:14 수정 2021. 01. 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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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참사] 일자리 감소 IMF 이후 최악
IMF 이후 최악 고용쇼크… 실업급여 신청, 무거운 발걸음 - 코로나로 지난해 21만8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취업 한파다. 올해도 구직난은 ‘현재진행형’이다.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후 서울 명동, 한 골목 양쪽으로 1층에 있는 가게 16곳 중 5곳이 비어 있었다. 4곳은 ‘코로나로 임시 휴업’ 안내문을 내걸었다. 문을 연 옷 가게 직원 김모(42)씨는 “4명이던 가게 직원이 이제 나밖에 안 남았다. 매출도 제로고 언제 잘릴지 몰라 나도 눈치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인근 대기업 화장품 숍엔 손님이 보이지 않았다. 직원들은 화장품만 뒤적였다. 한때 직원 30명 정도가 ‘너무 붐벼 쇼핑하기 힘들다’는 민원을 처리해야 했던 이곳엔 직원 3명만 살아남았다. 늦은 점심시간이라지만 그 옆 식당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사장 강모(45)씨는 “많을 때는 15명까지 직원을 두고 돈 관리만 했는데, 이젠 3명으로 줄이고 내가 서빙을 한다”고 했다.

사진/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가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찾은 시민들로 북적이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2690만 4000명으로 2019년보다 21만 8000명 줄었다. 이는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2021. 1. 13 / 장련성 기자

이런 상황은 전국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여수 낭만포차거리 앞 한 카페는 올 초 문을 닫았다. 2019년만 해도 7명, 작년까지만 해도 4명이던 청년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증발했다. 박모(48) 사장은 “재작년까지만 해도 하루 매출이 300만~400만원이었는데, 지난달엔 하루 내 1만6000원어치 판 적도 있었다. 견딜 재간이 없다”고 했다.

◇400만명이 고용 절벽에 매달려

지난해 일자리 21만8000개가 사라졌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직격탄을 맞은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최악의 고용 쇼크다. 지금까지 연간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오일 쇼크 여파를 받은 1984년(-7만6000명), 1998년(-127만6000명), 카드 사태 때인 2003년(-1만명), 글로벌 금융 위기가 덮친 2009년(-8만7000명) 등 네 차례뿐이었다.

13일 서울 성동구청의 일자리 게시판에 붙어있는 채용 공고를 한 남성이 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은 코로나로 지난해 일자리가 20만개 이상 감소하면서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22년 만에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성장률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경 기자

지난해 실업자 수는 110만8000명으로,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현재 아르바이트 등으로 일은 하고 있지만 벌이가 부족해서 더 많은 시간 일하고 싶은 근로자(108만8000명), 구직 활동을 안 해서 실업자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취업 의사가 있는 잠재 구직자(180만8000명), 구직 노력은 했지만 개인 사유로 당장 일하지 못하는 사람(6만5000명)을 합하면 406만9000명이 고용 절벽에 매달려 있다. 이들을 합한 체감 실업률은 13.6%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이들의 숫자는 전년(351만6000명)보다 55만명 넘게 늘었다.

취업자 증가 22년만에 최소

코로나로 인한 고용 참사 직격탄은 고용 취약 계층인 임시·일용직이 가장 먼저 맞았다. 1개월 미만 계약을 하고 일하는 일용 일자리는 10만1000개, 1개월~1년 미만의 임시 일자리는 31만3000개 줄었다. 고용 시장이 가장 최악이었던 외환 위기 후 1998년과는 다른 상황이다. 당시엔 대기업 연쇄 부도와 은행 파산 등으로 없어진 일자리 중 60%가 넥타이 부대였다. 지금은 하루 벌어 먹고사는 ‘약한 고리'부터 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20여년 동안 노조가 강해지면서 정규직 회사원들은 버틸 수 있지만,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계층은 경기 침체의 피해를 고스란히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도 심각

일자리가 양(量)적으로 줄어든 것도 중요하지만 질(質)의 저하를 더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제조업 일자리는 5만3000개 감소했다. 2015년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자 부품을 만드는 인천 남동구의 한 중소 제조 업체는 13명이었던 직원 수를 지난 1년간 3명 줄였다. 최저임금 정도만 주면 되는 직원은 그대로 두고, 관리자급들만 내보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52시간,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노동비용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진정돼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틈을 단기 일자리가 메우고 있다. 주당 36시간 미만 일하는 단기 일자리는 지난해 595만개였다. 전체 일자리 중 22.1%로, 일자리 5개 중 1개 이상이 단기 일자리라는 얘기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 가장 높다. 현 정부가 월 30시간 일하고 월 27만원씩 주는 60세 이상 일자리 등으로 취업 시장을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취업자는 60세 이상(37만5000명 증가)을 제외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했다. 경제의 중추인 30대(-16만5000명)와 40대(-15만8000명)에서 감소 폭이 컸다. 20대(-14만6000명)와 50대(-8만8000명)도 타격을 받았다. 15~29세 청년층의 공식 실업률은 9%이지만, 청년 체감 실업률은 25.1%로 2015년 통계 작성 후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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