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 특수 실종.."점심때 손님 2명뿐"

글·사진 백승목 기자 2021. 1. 1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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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구룡포 가보니

[경향신문]

지난 9일 경북 포항시 구룡포항 과메기 상설판매장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썰렁한 모습이다.
겨울별미 찾아오던 관광객
거리 두기 강화로 발길 ‘뚝’
식당·유흥주점 납품도 끊겨
어획량 줄어 값은 30% 올라
“영업 중단해야 할지 고민”

꽁치를 바닷바람에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하며 만든 과메기는 특유의 쫀득쫀득한 맛 때문에 2000년대 중반 이후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끈 경북 포항의 대표적인 겨울 특산물이다.

하지만 이번 겨울철에는 코로나19 영향에다 원재료 공급난까지 겹치면서 ‘과메기 특수’란 말이 나오지 않는다. 거리 두기로 과메기 고장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데다, 집합금지·영업제한 등으로 대형 행사장이나 식당·유흥주점에 과메기를 대량 납품할 기회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주말이던 지난 9일 포항 구룡포항내 과메기 상설판매장에는 20여개 업소가 영업 중이었지만 손님들의 발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인 김모씨(58)는 “작년 이맘때 주말에는 과메기를 최소한 10세트 정도는 팔았지만, 올해는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가게를 계속 열어야 할지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날 점심시간대 약 1시간 동안 이 가게를 찾은 손님은 50대 부부 한 쌍이 전부였다.

또 다른 상인 최모씨(60)는 “과메기는 겨울 한철 장사인데, 올해는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일부 늘었지만 영업제한에 묶인 식당이나 유흥주점 같은 대량 소비처의 납품 취소가 많아 전반적으로 매출이 평년의 절반도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주말과 일요일이면 과메기·대게·해산물을 사러 오는 외지 관광객들로 붐비던 구룡포 전통시장도 오가는 사람이 뜸했다. 구룡포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연말까지 주민 40여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뒤 새해 들어서는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관광객들은 여전히 찾아오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구룡포에 있는 국내 유일의 ‘과메기문화관’은 지난달 중순 이후 한 달가량 폐쇄됐고,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남긴 적산가옥을 활용해 조성한 근대역사거리도 썰렁했다.

과메기 생산을 시작한 지난해 10~11월 원양산 꽁치 어획량 급감에 의한 원재료 공급난이 생기면서 과메기 소비자 가격이 30~40% 오른 것도 판매 감소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꽁치 20쪽(10마리)을 담은 과메기 소형 1세트 소비자 가격은 지난해 1만원에서 올해 1만5000원으로, 미역·채소·양념 등을 과메기와 함께 담은 종합세트는 지난해 2만원에서 올해 2만5000원으로 올랐다. 상인들은 “원재료 가격은 사실상 50%가량 올랐지만, 소비자 가격은 30% 정도만 인상한 것”이라면서 “그만큼 장사하는 사람들의 수익이 줄었다”고 말했다.

과메기 매출액은 2006년 4430t을 생산해 4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2013년 생산량 5770t, 매출액 75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향곡선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생산량 2096t, 매출액 394억원으로 14년 전의 상황으로 후퇴했다.

포항시 수산유통 관계자는 “원재료 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감소하고 과메기 소비층도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글·사진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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