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중앙일보

[사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태, 청와대가 해명하라

입력 2021. 01. 14. 00:05 수정 2021. 01. 1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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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재수사 지시 5일 뒤 긴급 출금
법무·검찰 고위 간부 불법에 총동원

‘김학의 불법 긴급출국금지’ 사태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2019년 3월 김 전 법무부 차관 출금 과정에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부터 이성윤(현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이종근(현 대검 형사부장) 장관 정책보좌관 등 여러 사람이 개입한 단서들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조직적 조작·은폐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 특히 이들 법무부·검찰의 고위 간부들은 대부분 추미애 장관의 지시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주도했다가 실패했던 주역들이다. 법무행정과 법치의 책임자들이 이런 행태를 보이니 “절차적 정의는 선택적으로 허용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06쪽짜리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신고서를 보면 2019년 3월 23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은 뒤 법무부와 대검 고위층에서 위법적 행위를 수습하려고 전방위로 나선 사실이 그대로 나온다. 같은 날 정책보좌관이 직접 출입국 본부를 방문한 것과 관련해 출입국관리소 직원 단톡방에 “검찰에 피해 갈까 봐. 엄청 지시한다”고 적혀 있다. “장관님이 금일봉 줄 듯”이라는 문자도 있다. 법무부와 대검 간부들이 김 전 차관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국가공무원을 동원해 비밀리에 수집한 것은 중대 범죄다. 민간인을 사찰해 인권을 침해한 행위다. 공익신고서에 적힌 불법 행위자만 박상기 전 장관을 포함해 11명이고, 적용 범죄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문서 위조,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대여섯 가지다.

사태가 위중함에도 그제 법무부는 엉터리 해명을 내놓아 원성을 불렀다. 법무부는 “전직 고위 공무원이 국외 도피를 목전에 둔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무리 중한 죄를 저지른 국민이라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와 기소, 재판을 거쳐 처벌해야 진정한 법치국가다. 가짜 내사번호를 써서 출국금지한 이규원 검사에 대해 “서울동부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받은 ‘수사기관’이라서 권한이 있다”고 한 것도 어불성설이다. 긴급 출금은 수사기관의 장이 해야 한다. 더욱이 긴급 출금 요청 사유에 ‘대검에 뇌물수수 등 관련 수사 의뢰 예정’이라고 적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어제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수사해 온 관련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이송해 본격 수사토록 지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안양지청은 그동안 수사를 뭉개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청와대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야당은 이규원 검사를 진상조사단에 파견할 때 청와대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를 위해 법무·검찰의 고위 인사들이 총동원된 데는 문재인 대통령이 출금 5일 전 재조사 지시를 내리자 청와대 민정라인이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사건이 중차대한 만큼 청와대가 먼저 묵인이나 협조가 있었는지 진상을 밝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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