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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은 회장 "파업하면 단돈 1원도 없다" 노조 영합 정부에 통할까

입력 2021. 01. 14.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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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2일 신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노조가 흑자가 나기 전까지 일체의 쟁의 행위를 중지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쌍용차의 주 채권 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쌍용차 노조가 단체협약을 1년에서 3년 단위로 늘리고 흑자 전까지 쟁의 중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구조 조정 기업이 매년 파업하고 생산 차질이 생기는 자해 행위를 하는 것을 많이 봤다”면서 “정부를 협박해 고용 유지를 위한 추가 지원을 요구하는데, 앞으로 이런 일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너무나 당연한 이 말이 눈길을 끄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4년 내내 법과 원칙을 어겨가며 노조에만 영합해왔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노조 요구를 수용해 전 정부가 어렵게 이뤄낸 저성과자 해고 기준 완화, 성과연봉제 도입을 폐기했다. 민주당은 총선 공약으로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퇴직금 지급, 해고 근로자 노조원 인정 등을 내걸었다. 청와대 수석에서 낙하산 임명된 기업은행장은 노조가 출근 거부 투쟁을 푸는 대가로 노동이사제를 약속했다. 코레일 자회사 사장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까지 어겨가며 파업 근로자에게 임금 70%를 지급하겠다고 합의서를 써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회장 발언은 경쟁력을 상실한 ‘좀비 기업'에 국민 세금을 무조건 지원해선 안 된다는 당연한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쌍용차는 판매 부진과 고비용 구조로 인한 경영난을 못 이기고 작년 말 11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회사는 엉망인데 대통령까지 나서 압박하면서 대규모 해고자 복직이 이뤄졌다. 회생할 길이 없는데도 쌍용차 노조는 여전히 고용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진보 성향 경제학자 출신인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연임 후엔 불필요한 노사 갈등, 노사 협약 관행, 과도한 호봉제 등의 “낡은 관습이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정반대로만 간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과 해고자의 노조 가입까지 허용했다. 이 회장의 이번 말도 결국 지켜지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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