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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4일간 7조 던진 이유는?.."하락 예측아닌 현·선물 차익거래"

전민 기자 입력 2021. 01. 14. 06:05 수정 2021. 01. 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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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 2.7조 순매도..프로그램 차익거래·배당차익거래 성격
투신은 주식형 펀드 감소·연기금은 자산 리밸런싱 등 영향도
코스피가 장중 3200선을 넘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2021.1.1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기관투자자들이 최근 4거래일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7조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새해들어 8거래일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8조원 넘게 쓸어담은 개인투자자, 이른바 동학개미들과 대조를 이룬다. 이 때문에 동학개미들 사이에서는 '오를 만하면 매일 기관이 팔아댄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그런데 기관의 최근 폭풍 매도세가 주가 하락을 예측한 거래 성격이라기보다는 차익거래(선물과 현물의 가격차를 이용한 거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는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으로 총 6조9882억원을 순매도했다. 창구별로 보면 금융투자(증권사)가 2조6294억원으로 가장 많이 팔았고 연기금등과 투신도 각각 2조477억원, 1조1285억원 순매도했다.

이 기간 기관의 매물 폭탄은 코스피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이었지만 향후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한 거래의 성격은 강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증권사의 경우 고유계정을 통한 매매는 많지 않으며 대부분 프로그램으로 설계된 차익거래를 한다. 차익거래는 현물과 선물의 베이시스(가격차)를 이용한 무위험 거래를 말한다.

예를들어 코스피 200 현물 지수가 현재 400, 코스피 200 선물이 390일 경우 10포인트(p)만큼의 가격 차가 발생한다. 이 경우 기관은 이 가격차를 이용해 저평가된 선물을 담고 고평가된 현물을 매도한다.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기관에서 대규모 순매도가 나왔던 11일과 12일에도 이러한 거래의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은 11~12일 양일간 코스피 시장에서 총 1조3543억원을 순매도했다. 동시에 양일간 선물과 미니선물도 각각 6280억원, 1조2959억원 팔았다. 이는 최근의 달러 가치 반등세와 미국 국채금리 급등세로 인한 위험선호 약화, 지수 고점 의식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매물을 던지며 장중 선물 지수를 끌어내렸고, 이로 인해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가 발생하자 프로그램에 따라 증권사와 연기금 등의 매도차익거래(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는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특히 금융투자의 경우 증권사들이 미니선물 시장에서 '시장조성자'(Market Maker) 역할을 하는 만큼 외국인 매도에 따른 매수 호가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높다. 시장조성자는 현선물 괴리가 벌어질 경우 차이를 좁히는 호가를 제시해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한다. 시장을 원활하게 하는 대가로 시장조성자는 거래세가 면제되고, 거래소로부터 일정 수수료도 받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이 외국인의 선물 매도에 따라 시장조성자 역할을 하기 위해 매물을 받아갔거나, 백워데이션(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저평가된 상황) 심화로 매도차익거래에 나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금융투자, 연기금등의 현물 순매도는 외인의 선물 매도에 따른 차익거래 성격"이라면서 "비차익거래의 성격은 적어 시장의 방향성이나 동향하고는 관련이 없는 거래"라고 설명했다. 비차익거래는 선물시장과 상관없이 다수의 현물 주식을 묶어 거래하는 바스켓 거래다. 차익거래와 다르게 향후 시장 전망에 따라 이뤄진다.

실제 금융투자 창구는 전날 선물을 4279억원 순매도하고, 현물은 5142억원 순매수해 이전과 반대 양상을 보였다.

최근 기관의 대규모 코스피 매도에는 배당차익거래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배당차익거래는 연말 현물을 매수하고 반대로 선물을 매도해 배당받을 권리를 확보한 후 연초 다시 현물을 팔고 선물을 매수해 배당 수익을 확보하는 거래다. 이 역시 무위험으로 배당을 챙길 수 있는 거래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투자는 올해 초부터 전년도 배당향 현물 순매수를 청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배당락일부터 코스피 200 현물 순매도로 지수 등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배당락 이후 1월 12일까지 순매도를 고려할 경우 추가로 출회될 수 있는 현물 규모는 1조원 내외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기금등의 경우 이러한 차익거래에 더해 최근 코스피 지수 급등에 따른 자산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밸런싱)도 순매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주가가 급등해 자산 내에서 국내 주식 비중이 기준을 초과하자, 주식을 팔아 비중을 낮춘 것이다.

최근 4거래일 연속으로 총 8087억원을 순매도한 투신(자산운용사)은 비차익거래와 더해 주식형 펀드 순유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연초부터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으로 총 7470억원 줄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투자의 배당차익거래 이후 현물 순매수 되돌림이 상당 부분 진행됐고, 그간 외국인 선물 차익실현 규모도 비교적 컸다"면서 "따라서 선물 1월물(14일) 만기 이후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는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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