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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블리'도 헬스기구 팔았다..'중고경제' 불황 먹고 쑥쑥 큰다

최동현 기자 입력 2021. 01. 14. 06:44 수정 2021. 01. 1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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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중고품 전년比 115% ↑..너도나도 중고장터 몰려
"폐업 늘고 주머니 얇아진 탓"..중고경제 더 커질 것
유명 헬스 유튜버 '핏블리'가 헬스장 폐업 소식을 알리고 있다. 핏블리는 "운동기구 판매 수익금을 소년소녀 가장에게 기부하겠다"고 말했다.(핏블리 유튜브 채널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유명 헬스 유튜버 '핏블리'가 결국 헬스장 폐업을 결정했다. 지난 3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 소식에 눈물을 흘리며 강소주를 들이켠 지 닷새 만이다. 그는 "더 버틸 수가 없다. 운동기구를 판매하려고 한다"며 고개를 떨궜다.

코로나19 대유행이 해를 넘기면서 '중고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고나라 거래액은 지난해 3분기에 이미 전년도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고, 당근마켓의 지난해 거래량도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폭증했다.

중고경제는 '불황'을 먹고 자랐다. 자영업자들이 집단 폐업하면서 중고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 소비자들도 중고품으로 눈을 돌렸다. 코로나19가 드리운 그늘만큼 중고경제가 커진 셈이다.

◇'폐업' 중고품 등록 건수 전년比 115% 급증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튜버 핏블리는 지난 8일 '헬스장 폐업합니다…기구 팝니다'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헬스장 역곡 1호점 폐업 소식을 알렸다.

핏블리는 "보증금을 까면서 월세를 낼 정도도 아니고, 언제 (코로나19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없다"며 "더는 버틸 수가 없어서 폐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운동기구 판매 수익금은 소년소녀 가장에게 기부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핏블리는 지난해 8월 여름 텅 빈 헬스장 안에서 치킨을 먹는 영상을 찍었다가 '타락헬창' 'BJ치즈볼' 등 별명을 얻으며 큰 인기를 누렸던 유튜버다. 헬스장 문을 닫은 상황에서도 '먹방'을 찍으며 긍정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헬스장 셧다운'(Shut down)이 해를 넘기면서 결국 눈물을 흘려야 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중고경제'는 공교롭게도 코로나19와 함께 성장했다. 비대면 중고거래 플랫폼 헬로마켓은 지난해 3분기까지 '폐업' '가게정리' 키워드로 등록된 중고거래 제품이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폐업·가게정리 키워드로 등록된 제품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4% 급증했다. 마스크 품절 대란과 신천지발(發) 1차 확산이 일었던 시기였다. 이후 정부가 자영업자 지원대책을 세우면서 증가세가 가라앉았지만, 2분기와 3분기에도 폐업 중고품 등록 건수가 각각 지난해보다 72%와 63%씩 늘었다.

폐업 상품을 보면 불황의 흔적이 더 뚜렷해진다. 지난해 3분기까지 헬로마켓에 폐업, 가게정리 키워드로 가장 많이 등록된 제품은 '여성의류'로 전년 대비 95% 증가했다. 컴퓨터·노트북은 640%, 스포츠·레저용품은 무려 1686% 폭증했다.

헬로마켓은 "오프라인 상점의 중고거래 처분이 늘면서 여성의류 매물이 증가했다"며 "PC방, 헬스장 등 집합금지업종 관련 용품도 등록 건수가 폭발적으로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이후국 헬로마켓 대표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사실을 급증한 폐업 제품 등록 건수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폐업이 너무 많아 기존 처리 업체의 수용 범위를 넘어선 것도 자영업자들이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몰리는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전성시대 열린 중고시장…"성장세 더 빨라진다"

중고시장은 경기가 침체할수록 활성화하는 '불황기 호황산업'이다. 실제 국내 중고거래 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고의 전성시대를 맞았다.

중고거래 커뮤니티 '중고나라'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거래액이 3조9000억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2조6000억원)보다 무려 47% 성장한 규모다. 3분기 만에 전년도 거래액(3조5000억원)을 11% 이상 웃돌며 선방했다.

근거리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도 지난해 누적 거래량 1억2000만건을 달성했다. 전년도 거래량(3500만건)보다 3.4배 불어난 규모로, 연간 3000만건 수준에서 단숨에 1억건을 돌파했다.

신규 회원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당근마켓의 지난해 12월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1300만명으로 전년 12월(440만명)보다 195.4% 급증했다. 분기별로 들여다보면 지난해 1월 480만명에서 7월 970만명으로 두 배 성장했고, 8월에는 1086만명으로 '월 사용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번개장터'도 지난해 거래액 1조3000억원, 거래건수 1300만건을 달성해 전년 대비 각각 20%, 13.5% 성장했다. 신규 가입자는 전년 대비 39.6% 늘었고, 새상품 등록건수도 40.4% 많아졌다. 특히 연말이었던 12월 신규 가입자수는 전년 동월 대비 153.8% 늘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산학계는 중고경제의 호황의 원인으로 '코로나19'를 지목한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국민 가처분소득이 급감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고시장 활성화했다는 설명이다. 체계적인 중고거래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면서 중고거래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점도 한몫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장기불황으로 중고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며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오르는 탓에 가처분소득이 증가하지 않고, 자연히 비싼 신제품보다는 저렴한 중고품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플랫폼 기술의 진보도 중고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 서 교수는 "중고시장 진입을 막는 최대 요인은 '중고거래를 했다가 사기를 당하면 어쩌나'하는 불신감인데, 체계화된 중고거래 플랫폼이 일종의 '중간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고거래가 기술적으로 안정화되면서 시장 진입장벽이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중고시장이 꾸준히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불황이 계속된다면 중고경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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