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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탄핵 투표 날.. 무장군인 2만명이 미 의회를 에워쌌다

워싱턴/ 조의준 특파원 입력 2021. 01. 14. 08:01 수정 2021. 01. 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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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의회 주변 완전 봉쇄..워싱턴DC 주요도로에 2중 3중 바리케이드
주방위군 2만명 주둔..시내 들어가려면 검문 거쳐야
공유 킥보드 의회 주변에선 안움직여, 에어비앤비 워싱턴DC 예약 취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탄핵 투표가 이뤄진 13일(현지시각) 미 의사당 내부에까지 미군이 배치됐다. /AFP 연합뉴스

‘미국인가 베네수엘라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 투표가 이뤄진 13일(현지시각)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이 풍경은 마치 권위주의 국가의 모습과 같았다. 이날 백악관과 미 의회에 깔린 군병력의 모습은 마치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서로 적법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며 ‘2명의 대통령 사태’를 거쳤던 베네수엘라 의회 모습을 방불케 했다.

워싱턴DC의 백악관과 미 의회로 이어지는 ‘컨스티튜션 에비뉴’와 ‘펜실베이니아 에비뉴’는 2중 3중의 바리케이드가 쳐졌고, 경찰과 군인들이 합동 검문을 했다. 워싱턴DC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공원인 ‘내셔널 몰’에도 높이 2.5m는 되는 철제 울타리가 둘러쌌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위와 테러에 대비해 최고 수준의 경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군들이 13일(현지시각) 미 의회 주변을 완전히 둘러싸고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각) 미 의회에서 누워서 쉬고 있는 미군들 /EPA 연합뉴스

기자는 본지 사무실이 있는 백악관 인근 ‘내셔널 프레스빌딩’으로 가기위해 두 번의 검문을 받아야 했다. 첫번째 검문에선 “회사가 백악관 인근의 내셔널 프레스 빌딩”이라고 말하자 보내줬지만, 두 번째 검문에선 ‘증명서’를 보여달라고 요구해 주소가 적힌 명함을 보여줘야 했다. 백악관 인근은 아예 철제 펜스로 빙글빙글 둘렀고, 지그 재그로 콘크리트 바리케이드가 놓이기도 했다.

13일(현지시각) 철제 펜스에 둘러싸인 미의회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탄핵 투표가 이뤄지는 미 의회 주변은 아예 거대한 요새로 변했다. 거대한 의회 주변을 철제 펜스로 완전히 둘러 모든 도로를 차단했고, 그 안엔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늘어서서 의회를 지켰다.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 의회로는 군 수송 트럭들이 수시로 왔다갔다 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의회에 배치된 사람들은 주 방위군 옷을 입고 있지만, 상당수는 연방수사국(FBI)과 육·해·공군의 최정예 특수 요원들”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회 출입 미국 기자도 “저 사람들이 특수전 요원들이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했다. 기자가 경비를 서는 군인에게 “주 방위군이냐, 아니면 특수전 요원이냐”고 묻자 그는 미소를 띈채 대답을 하지 않았다.

13일(현지시각) 3중으로 바리케이드가 쳐진 백악관 인근 도로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이날 CNN과 미 언론들은 탄핵 투표를 하는 의원들을 지키기 위해 미 의회에 배치된 군인들의 모습을 일제히 생중계 했다. 수백명의 완전 무장한 군인들이 의사당 내에서 앉거나 누워서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 민주주의의 전당인 의회에 군인들이 완전 무장을 한채 숙식을 해야할 정도로, 미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것이다.

본인을 더글러스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기자에게 “내가 워싱턴에 40년을 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이게 모두 트럼프가 만든 이상한 세상”이라고 했다. 이날 워싱턴DC 시당국은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워싱턴에 주둔하는 주 방위군 병력을 현행보다 5000명 더 늘린 2만여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13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선 소요사태를 우려해 각 건물은 합판으로 출입구를 막은 다음 다시 주변에 철제 펜스까지 두른 경우가 많았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의회 주변엔 공유 전동 킥보드들이 버려지듯 서 있었다. 오랫동안 걸은 기자가 전동 킥보드를 타기 위해 앱을 켰지만 ‘점검중’이란 공지가 뜨며 작동을 하지 않았다. 기자가 4대의 킥보드에 핸드폰을 갖다 댔지만 모두 ‘점검중’이란 메시지만 떴다. 지켜보던 미국인 기자가 다가와 “의회 주변은 완전 봉쇄됐기 때문에 킥보드들도 못쓰게 프로그램됐다”며 “이 지역으로 공유 킥보드나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오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아예 의회 주변에선 허가받은 차량과 걷는 것 이외에 어떤 운송 수단도 못쓰도록 한 것이다. 공유 숙박업체 에어비앤비는 이날 바이든의 취임식이 있는 다음 주엔 아예 워싱턴DC에서 숙박 예약을 받지 않고, 기존 예약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13일(현지시각) 백악관 인근의 트럼프 호텔은 다른 건물처럼 합판으로 문을 막고, 높은 철제 펜스를 치지 않았다. 트럼프 호텔 주변엔 성인 허리 높이 정도의 낮은 철제 펜스만 쳐져 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코로나와 인종차별 반대시위 후 사실상 유령타운이 된 워싱턴DC 시내는 합판으로 가게 문을 막아놓은데 이어 이젠 아예 빌딩 주변을 철제 펜스로 둘러싸기 시작했다. 바이든 취임식에 혹시나 있을지 모를 대규모 소요사태를 대비해 대비 수준을 한층 높이는 것이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오는 16일부터 바이든 취임식날인 20일까지 워싱턴DC를 포함해 미 전역의 50개주 주도(州都)에서 무장 시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CNN은 전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은 총기를 소유할 수 있어 언제든 시위에서 총격전이 일어날 수도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백악관 인근 트럼프 호텔의 경우 허리 높이의 낮은 펜스만 둘레에 쳤고 합판으로 출입구를 막아놓지도 않았다.

13일(현지시각) 미 의회에서 군용 트럭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상황이 악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더 많은 시위가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고 한 뒤 “나는 어떤 종류의 폭력이나 위법행위, 공공기물 파손이 있어선 안 된다고 촉구한다”며 “이것은 내가 지지하는 것이 아니고 미국이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뒤늦은 성명이 실제 진정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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