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산행기] '스님 밥그릇'에 오르면 남해 바다가 활짝

김혜숙 경남창원시 의창구 동산로 2021. 1. 1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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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기승을 부리지만 가까운 산을 찾아 발걸음을 했다.

경남 통영시 광도면 안정리에 위치한 벽방산 산행을 다녀왔다.

벽방산은 산세가 마치 거대한 뱀이 꿈틀거리는 형태로 그중 한 산맥이 굳세게 옆으로 뻗치다가 곧장 바다 속으로 들어가 터전을 열었다고 한다.

부처님의 정기가 가득한 벽방산에서 좋은 기운을 받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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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방산 정상에 선 필자.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지만 가까운 산을 찾아 발걸음을 했다. 경남 통영시 광도면 안정리에 위치한 벽방산 산행을 다녀왔다. 정상 높이는 650m로 벽발산이라고도 한다. 벽방산은 산세가 마치 거대한 뱀이 꿈틀거리는 형태로 그중 한 산맥이 굳세게 옆으로 뻗치다가 곧장 바다 속으로 들어가 터전을 열었다고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 제자의 한 분인 가섭존자가 벽발(바리떼, 스님이 밥을 담는 그릇)을 받쳐 들고 있는 모습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의 벽방산은 통영시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이번 산행은 안정사주차장에서 시작해 가섭암-의상암-벽방산-천개산-은봉암을 거쳐 원점회귀했다.
안정사주차장에서 출발해 제일 먼저 만나는 가섭암은 작은 암자로 산중턱에 우뚝 세워져 가섭암자 앞에 서서 바라보니 온통 초록색 아름다운 빛깔이 활짝 펼쳐졌다. 아직 단풍이 들지 않은 산은 초록이 무성했다. 예불 시간인지 법당에서는 스님의 염불소리가 울려 퍼졌다.
벽방산 정상에 누군가 정성스레 쌓아 올린 돌탑이 예술적이다.
가섭암 옆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은 약간 땀이 날 정도의 높이로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지만 몇 달 산행을 쉰 탓에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산길에는 순백의 구절초와 보라색의 꽃 향유가 가는 길마다 반겨 주었다. 길은 잘 정비되어 있어 오르막이었음에도 발이 편했다.
아름드리나무가 웅장한 모습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작은 암자는 의상암이다. 의상암은 작고 앙증맞은 자태로 구수한 숭늉 맛이 날 것 같았다. 의상암은 의상대사가 기도를 드렸다는 의상선대가 있었다. 의상선대에 서면 남해의 아름다운 바다가 한눈에 보였다. 조용하고 아담한 절은 기도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의상암에는 청룡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한 곳에 약수터가 있다. 청정해역 통영에서 최고의 물로 지정된 석간수라고 한다. 졸졸 흘러나오는 물맛은 시원하고 맛있었다. 또 하나 전해지는 말은 칠성각에 소원을 빌면 기도가 잘 이뤄진다고 한다.
가족의 건강을 빌며 다시 정상을 향해 걷다 보니 드디어 벽방산 정상. 정상에서는 통영과 거제 남해의 바다가 보였다. 멀리 바다를 감상하며 오른쪽으로 100m쯤 내려가면 많은 돌탑을 구경할 수 있다. 무명인이 쌓은 돌탑은 예술적이다. 돌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탑을 보며 나의 하루하루도 정성을 다해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다시 올라와 안정재로 향하는 길에는 2m 길이의 조릿대 군락지가 무성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다.
임도를 지나 천개산을 올랐다. 천개산 정상에는 정자가 하나 있어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깨끗한 정자에는 빗자루도 있고 걸레도 있어 산꾼들의 좋은 쉼터가 되기도 했다. 배려였다.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천개산에서 하산한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니 절벽에 부처님이 통영의 앞바다를 지그시 내려다보고 계신다. 무심코 지나가면 모르고 지나칠 위치에 앉아 있는 부처상은 온화해보였다. 암자들이 산과 더불어 기 흐름이 좋은 산, 아담하고 아름다운 산이다.
부처님의 정기가 가득한 벽방산에서 좋은 기운을 받은 하루였다. 작은 암자들과 돌탑과 조망이 멋진 산이었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멋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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