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음식 혁명을 이끌다[책꽂이]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입력 2021. 1. 14. 11:19 수정 2021. 1. 1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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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음식의 모험가들
아만다 리틀 지음, 세종서적 펴냄
고기 세포에서 길러낸 '배양육'
온실가스 배출 4분의3 이상 줄여
지속가능한 식량생산 방법 제시
세계 최초의 고기 배양 스타트인 멤피스미트가 만든 배양육 프라이드 치킨./사진제공=세종서적
[서울경제]

우리가 먹는 음식을 만드는 일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는 먹거리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병들어 가는 지구를 되살리는데도 크게 기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 세계의 비축 식량은 70일 분에 불과하다. 만일 이상 기후나 전염병 등으로 식량 생산이 '셧다운' 되는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면 인류는 70일 밖에 생존할 수 없다는 뜻이다. 기후변화 위기 속에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이는 인류가 풀어야 할 지상 과제인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2014년 MS 주주 모임에서 "식품을 재발명할 때가 왔다"고 공언했다. 공공 분야는 물론 전통적인 농업 기업과 MS, 구글, IBM 같은 IT기업에서 나오는 수십 억 달러를 비롯해 거대한 투자의 물결이 새로운 식품 생산 기술로 향하고 있다. 식물 유전학, 수중 재배, 빅 데이터,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책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의 저자 아만다 리틀./사진제공=세종서적

책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은 기후변화와 테크놀로지가 미래 인류의 식량과 음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 해법을 제시한다. 미국 밴더빌트대 탐사 저널리즘 및 과학 글쓰기 교수이자 환경 전문가인 저자는 농부, 엔지니어, 교수 등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사례를 통해 식량 위기를 미리 내다보고, 그 위기를 헤쳐 나갈 가장 현실적인 전략, 즉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을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가장 주목하는 음식은 배양육이다. 고기 세포에서 길러낸 배양육은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배출되는 엄청난 탄소량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주목된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멤피스미트는 인도 출신 심장 전문의 우마 발레티와 줄기세포 연구자 니콜라스 제노비스가 공동 창업한 세계 최초의 고기 배양 스타트업이다. 이 기업은 최근 5년 사이 배양육 생산 단가를 ㎏당 200만 달러에서 1만 달러 이하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멤피스미트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고기 대체품이 아니다. 뼈와 장기, 가죽이 없고, 울부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완전한 돼지 또는 소, 오리의 대체품이다. 현실화할 경우 동물 학살 없이 생산 과정에서 육류를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4분의 3 이상 줄일 수 있고, 물 사용도 90%까지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배양육은 대장균 등 세균 오염이라는 위험에서도 자유롭고,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유량을 제어해 육류 섭취에 따른 심장병과 비만 위험도도 낮출 수 있다.

저자는 멤피스미트 연구실을 방문해 맛본 배양육 오리고기 가슴살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고기 한 조작을 입에 넣으니 오리고기 맛이 느껴졌다. 이 오리고기는 좀 질기고, 심줄이 너무 많고, 희미하게 금속 맛의 여운이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실히 익숙한 맛이라 먹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만약 내가 소스를 뿌린 베이징덕이나 덕아오랑주를 먹었다면 기존 오리고기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책은 미국 위스콘신 주의 사과 과수원과 케냐의 조그만 옥수수 밭, 노르웨이의 거대한 연어 양식장, 컴퓨터로 돌아가는 상하이의 식품 시장까지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전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이 밖에도 대형 로펌을 거절하고 데이터 농업인의 길을 걷고 있는 젊은 사과 농부와 실리콘밸리의 잘 나가는 기업의 임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제초제 대신 잡초 만을 골라 제거하는 로봇을 개발 중인 엔지니어, 물을 95%까지 아끼는 재배 방식이 있다는 기사만 읽고 실험을 감행했다가 스타트업까지 차린 교수 등 모험가들을 통해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다.

책은 대체음식을 개발하는 것 만큼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일깨운다. 작물이 더 많이 자라게 하려면 땅이 기운을 차리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력을 낭비하게 하는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러려면 애초에 쓰레기가 적게 나오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저자는 상품성이 떨어져 버려지는 작물 등 음식물 쓰레기의 대부분은 먹기 전에 발생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인간이 전통적인 농업과 급진적인 신기술을 융합해 환경을 건강하게 복원하면서도 음식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길을 보기 시작했다"며 "우리가 먹을 음식의 재료를 생산하는 새로운 접근법과 낡은 접근법을 결합하기 위한 이 모험과 혁신은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 더 나아가 미래를 재정의할 수 있다. 나는 인간의 미래를 믿는다"고 전한다. 2만원.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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