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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트럼프와 절연"..'러브스토리' 스케이트장 뺏기나

서유진 입력 2021. 01. 14. 11:52 수정 2021. 01. 1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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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의 미국 의회 난입 사태의 여파에 두 번째 탄핵을 당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향 뉴욕에서 짭짤한 사업권까지 잃게 될 처지가 됐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13일(현지시간) MSNBC에 출연해 뉴욕시와 트럼프그룹 사이의 모든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더블라지오 시장은 "미국 정부에 대해 반란을 선동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면서 "(계약을 맺은) 회사의 지도부가 불법 행위에 관여한다면 우리는 계약을 파기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욕시는 더는 트럼프그룹과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1986년 뉴욕 센트럴파크에 있는 울먼 스케이트 링크 앞에 선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는 스케이트 링크 개조를 위탁받아 이 곳을 명소로 변모시켰다. [AP=연합뉴스]

뉴욕시의 이런 결정은 지난 6일 벌어진 초유의 의회 폭력 사태가 계기가 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인증하기 위한 상·하원 합동 회의가 열린 워싱턴DC 의사당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회의를 방해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 등 5명이 목숨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 직전 지지자들이 모인 집회에 참석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고 연설해, 사실상 난동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 센트럴파크 스케이트장은 영화 세렌디피티(사진) 등에 나온 명소다. [센트럴 파크 선셋 투어 캡처]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욕시와의 모든 계약이 파기될 경우 트럼프그룹은 연 1700만 달러(약 186억원)의 수익원을 놓치게 된다. 트럼프그룹은 뉴욕시와의 계약을 통해 센트럴파크 내 아이스 스케이팅 링크 2곳과 회전목마, 브롱크스의 시 소유 골프장(트럼프 골프 링크스)을 운영 중이다.

영화 나홀로집에 2에 등장한 울먼 스케이트장. [유튜브]

이 중 센트럴파크 내 울먼 스케이팅 링크에서만 연 940만 달러(약 103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 스케이트장은 영화 '세렌디피티', '나 홀로 집에 2', '러브 스토리', '데빌스 오운' 등에 나왔다. 드라마 '가십걸'에도 등장한 명소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명소인 울먼 스케이트링크. [AP=연합뉴스]

금액만 보면 대수롭지 않을 수 있지만 특히 스케이트장은 트럼프에게 상징적인 가치가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트럼프는 1980년대 중반 재정난에 허덕이던 뉴욕시로부터 황폐한 아이스 링크 개조 사업을 넘겨받아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스케이트장과 회전목마 계약은 몇 주 내로 종료될 예정이지만, 골프장 운영 계약을 종료하는 데에는 여러 달이 걸릴 것으로 더블라지오 시장은 전망했다. 트럼프그룹이 소송을 제기해 저항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가족 사업을 돕고 있는 아들 에릭 트럼프는 성명을 통해 "뉴욕시가 계약을 종료할 권리가 없으며, 그렇게 한다면 트럼프 그룹에 3000만 달러의 빚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에릭 트럼프는 "이는 정치적 차별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는 강력하게 싸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트럼프그룹이 법원에서 이의를 제기할 것 같다"면서도 "우리의 법적 근거는 매우 강력하다. 새 회사를 찾아 신속하게 운영권을 넘기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트럼프와 결별을 선언한 곳은 뉴욕시만이 아니다.

미국 최대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인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는 트럼프그룹과 더는 협력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밖에 도이체방크, 미국 프로골프협회(PGA)도 트럼프와 '절연'선언을 했다.

FT는 미국 정부 재정 공시를 인용해 트럼프 그룹이 11억 달러(1조2000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11억 달러 중 약 9억 달러는 향후 4년 내 상환해야 한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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