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겨레

박근혜 유죄 확정한 날, 조응천 '정윤회 문건 유출' 무죄 확정

배지현 입력 2021. 01. 14. 13:06 수정 2021. 01. 14. 17:06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청와대 내부문건 유출이 '국기문란'이라며
의혹 제기 틀어막았던 박근혜 20년 확정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2015년 1월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려고 결재서류 판 안에 든 자료를 꺼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정윤회 문건’ 유출 혐의로 기소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무죄가 14일 확정됐다. 핵심 인물로 지목된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은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문건 내용이 아닌 유출자 처벌에만 열을 올렸던 검찰 수사의 부당함이 확인된 것이다. 이들이 작성한 청와대 내부문건 유출이 ‘국기문란’이라며 의혹 제기를 틀어막았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국정농단 뇌물·직권남용 혐의가 모두 인정돼 징역 20년(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 징역 2년까지 합해 22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조 의원에게 무죄를, 박 전 행정관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은 2013년 6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 국정 개입 의혹을 담은 동향보고서 등 청와대 내부 문건 17건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에게 건넨 혐의로 2015년 기소됐다.

1심은 유출 문건이 이미 윗선에 보고가 된 전자문서를 출력하거나 복사한 것에 불과해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고 봐 이들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박 전 행정관이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브이아이피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을 유출한 부분은 단독범행으로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하며 뇌물수수 혐의도 인정해 징역 7년과 추징금 434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문건 유출에 동일한 판단을 유지했지만 박 전 행정관의 뇌물수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2014년 11월 <세계일보>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 보도는 박 전 행정관이 작성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문건에 기반한 것으로 문건에는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등 박 대통령 최측근 ‘문고리 3인방’이 공식 직책이 없는 정씨에게 청와대 내부문서를 전달하고 △공식적인 직책이 없는 정씨가 김기춘 비서실장 경질설 등을 흘리는 등으로 국정에 개입했으며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한 핵심 보좌진그룹 십상시가 존재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비선 실세’에 의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전조였다. 보도가 나오자 박 대통령은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다. 문건 유출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격노했고 십상시 그룹과 정윤회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명예훼손 부분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 문건 유출 부분은 특수2부(부장 임관혁)가 수사에 나섰고, 결론은 문건 내용을 ‘찌라시’로 치부하고 유출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한 박 대통령의 인식과 동일했다. 검찰은 ‘십상시’를 소환하지도 않는 등 문건 내용의 진위는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으면서 문건 유출 의혹 수사는 피의자들에 대해 체포영장까지 청구하며 강도높게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행정관에게서 문건을 건네받아 한화 정보팀에 이를 유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최아무개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2015년 1월 서울중앙지검은 문건이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풍문을 과장하고 짜깁기한 것”이라며 “이번 수사가 ‘찌라시’나 근거 없는 풍설을 무분별하게 확대·재생산하는 잘못된 풍토를 돌아보고 시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를 발표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이다.

소문으로만 나돌던 ‘비선실세’의 단초가 박근혜 집권 2년차에 드러났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의혹은 철저히 은폐됐다. 국정농단을 경고하던 ‘빨간 신호등’을 아예 부숴버린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2년 뒤 진실이 드러나면서 박근혜는 대통령 자리를 내놓아야 했고 법의 심판을 받은 끝에 징역 22년이 확정됐다. 2017년 3월에 구속된 그의 잔여 형기는 19년이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