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한 기업공시제도 개선안

박현 입력 2021. 1. 14. 15:06 수정 2021. 1. 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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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14일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 발표
분기보고서 공시항목 40% 축소 방침
ESG 공시 2025년부터 대규모 상장사 의무화
투자자가 정보 쉽게 찾도록 DART 개편
공시 내용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노력은 안보여
코스피 3100선을 넘은 지난 8일 한국거래소 전광판 모습. 사진 한국거래소 제공

금융당국이 상장사의 분기보고서 공시항목을 40%가량 대폭 경감하는 한편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공시를 활성화 하는 방향으로 기업공시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업의 공시 내용이 실질적인 경영실태를 제대로 반영하도록 해 공시의 정확성·신뢰성을 높이려는 개선책은 빠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14일 도규상 부위원장 주재로 업계 및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간담회를 열고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도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개인투자자들도 공시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되, 기업들이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핵심 정보 중심으로 공시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이에스지 정보 공개와 책임투자 확대 추세에 발맞춰 제도적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우선 투자자의 공시정보 이용의 편의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사업보고서를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공시항목과 분류체계를 조정하고, 중복·연관된 공시항목을 통합한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체계도 투자자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주제별(회사현황·재무정보·지배구조·투자위험요인)로 메뉴를 구성하고 검색 기능을 강화한다.

또 기업의 공시 부담을 경감시키는 차원에서 분기보고서의 작성을 간소화하기로 했다. 분기보고서 별도서식을 마련해 필수항목만 기재하고, 기타 항목은 중요한 변동이 발생한 경우 기재하도록 해 공시항목을 약 40% 축소한다. 소규모 기업 공시특례 대상 기업을 현재 자산규모 1천억원 미만에서 자산규모 1천억원 또는 매출액 5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한다. 이렇게 개선하면 특례 대상이 2019년 기준으로 1149개사에서 1395개사로 증가한다. 또한 증권 모집·매출 시 기업의 투자설명서 전자교부를 활성화 한다. 이를 위해 주주 연락처(이메일 등) 수집의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주주 연락처를 확보하지 못해 전자교부 동의를 못 받는 문제를 개선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또 이에스지 책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환경(E)·사회(S) 정보를 포함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거래소 자율공시를 활성화하고,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를 추진한다. 1단계인 2025년까지는 이에스지 가이던스를 제시해 자율공시를 활성화하고, 2단계(2025~30년)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공시를 의무화하며, 3단계(2030년~)에서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의무화한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G)의 경우, 2019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거래소 공시를 의무화한 상태이며, 2026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를 추진중이다.

또한 공시 사각지대를 줄이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기술특례상장기업, 국내상장 역외 지주회사 등의 공시 의무를 강화한다. 아울러 공시 규제를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법령 개정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과제를 올해 1분기부터 신속히 추진하되, 법률 및 시행령 개정 사항은 올해 3분기를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기업 및 투자 환경 변화에 맞춰 투자자의 이용 편의성 제고와 기업의 공시 부담 완화, 그리고 이에스지 책임투자 활성화 등 주요 사항을 개선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공시된 내용의 정확성이나 신뢰성을 얼마나 높일 것이냐는 보다 본질적인 부분을 개선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공시제도는 상장사 등이 증권의 발행·유통과 관련해 투자판단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인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공시 내용은 실질적인 경영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기업 경영자로 하여금 경영실태와 미래전망 등에 대해 책임있게 분석해 보고하고록 함으로써 우리나라 공시제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데 이번 대책에서는 이런 부분이 빠져있다.

현재도 상장사들은 사업보고서의 ‘이사의 경영진단 및 분석의견’(MD&A)이라는 항목에서 재무상태, 경영실적, 중점 추진전략 등을 기재하고 있으나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금감원도 지난해 사업보고서 점검결과에서 “(MD&A 항목에서) 중대한 자금지출의 목적, 규모 및 예상 지출내역 등 미기재, 현금 및 현금성자산, 영업활동현금흐름 등 유동성 변동원인 미기재”를 주요 미흡사례로 적시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해당 기업의 경영자가 회사 경영상황을 가장 잘 안다는 점을 고려해 기업공시에서 이 부분을 매우 중시하고 공시 내용을 심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업 경영자들의 기재 내용이 부실한데도 감독당국에서는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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