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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도 있는데..감사원의 '이상한' 탈원전 절차 감사

김정수 입력 2021. 01. 14. 17:06 수정 2021. 01. 1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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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최재형 감사원장. <연합뉴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수립 절차가 적절했는지를 따지는 감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발표한 월성원전1호기 조기폐쇄 과정의 경제성 축소 감사와는 별개 사안이다. 이번 감사의 핵심 사항은 감사원이 4차례나 감사를 벌였던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서도 논란이 됐던 내용이다. 2015년 대법원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는데 감사원이 동일한 구조의 사안을 다시 감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감사원은 14일 보도자료를 내 “감사원은 정갑윤 의원(당시 자유한국당) 및 547명이 청구한 공익감사 청구 사항에 대해 1월11~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대상으로 서면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감사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가 아니며 공익감사 청구된 내용 중 일부인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절차에 대한 감사”라고 했다.

청구인들은 ‘탈원전 정책이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법적 근거없이 추진됐다’며 청와대와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절차가 적정했는지, 한국전력의 적자 경영과 국외 원전 수주의 어려움과 관계 있는 것은 아닌지 등 4개 사항에 대한 감사를 2019년 6월 청구했다. 감사원은 그해 9월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절차 적정성’ 여부에 대한 감사를 결정했으나, 나머지 3개 사항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가 뒤늦게 시작된 데 대해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감사를 못 하다가 이제 착수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2014년 수립된 제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을 수정하지 않은 채 하위계획이라 할 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탈원전 정책을 반영했는데, 야당은 “헌법-법률-시행령 순서로 돼 있는 법체계를 무시한 채 시행령을 먼저 바꾸고 나중에 법을 고친 것”이라고 비유해왔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에기본이 상위계획인 것은 맞지만 구속력이 없는 행정계획이어서 에기본을 수정하지 않고 전기본을 수립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기본과 전기본을 법률과 시행령의 관계로 비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에기본은 포괄적인 계획이고 기본적인 방향과 원칙에 가깝기 때문에 하위계획을 구속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2017년 12월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원전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는 참석자들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부는 2017년 말 제 8차 전기본 확정에 앞서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법률 자문을 받았다. 당시 산업부 자문에 응한 법률전문가들은 “탈원전 정책을 반영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검토 결과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기본이 상위계획인 것은 맞지만, 구속력이 없는 지침 성격의 행정계획인 데다, 에기본 수립의 근거법인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다른 행정계획을 구속하는 별도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김영희 변호사는 “에기본은 5년마다, 전기본은 2년마다 시차를 두고 수립하기 때문에 전기본을 세워야 할 때 사정이 달라졌을 경우 잘못된 상위 계획에 구속을 당할 순 없는 일이다. 법원 판례에 비춰 봤을 때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2두7493)도 있다. 2015년 대법원은 국민소송단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맞서 제기한 ‘4대강 종합정비기본계획 및 하천공사시행계획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수자원장기종합계획, 유역종합치수계획, 하천기본계획은 지침적 성격의 계획으로 행정청에 대한 직접적 구속력은 없다. 상위계획의 순차적 수립을 거쳐 하천공사시행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거나, 하천공사시행계획의 내용이 상위계획의 내용과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하천공사시행계획이 위법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산업부는 2017년 10월 정부가 확정한 에너지전환로드맵을 탈원전 정책 법적 근거로 들고 있다. 제 8차 전기본이 산업부 내부 전력정책심의회 심의를 거쳐 확정되는 반면, 에너지전환로드맵은 에기본과 마찬가지로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기본계획을 수정하는 것에 준하는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김지은 김민제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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