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팬덤 정치, 민주주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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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6일은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수치스러운 날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현직 대통령의 선동으로 극렬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했고 대선 결과 확정을 위해 열리려던 상하 양원 합동 회의가 불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1월 6일, 그곳에 있자, 거칠게 하자'며 난입을 선동했고 의사당을 점거한 폭도들을 '매우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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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터미네이터로 익숙한 공화당 출신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이날을 ‘미국판 크리스탈나흐트(수정의 밤)’라고 규정했다. 크리스탈나흐트는 지난 1938년 나치 대원들이 독일 전역에서 유대인 상점을 약탈하고 방화한 날이다. 당시 유리창 파편들이 마치 수정같이 반짝이며 온 거리를 메웠다고 해서 수정의 밤이라 불린다. 슈워제네거는 “단지 의사당 유리창만 깨진 게 아니라 우리 신념과 건국 원칙이 산산조각 났다”고 했다.
불씨 없이 타오르는 불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1월 6일, 그곳에 있자, 거칠게 하자’며 난입을 선동했고 의사당을 점거한 폭도들을 ‘매우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치켜세웠다. 크리스탈나흐트는 유대인 청년에 의한 독일 외교관 피살 사건이 계기였는데 나치 선전상인 요제프 괴벨스는 비난 성명에서 “(나치)당이 직접 항의 시위를 조직하지는 않겠지만 자발적 시위는 막지 않겠다”고 했다. 사실상 폭동 지시였다.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지지자들이 상대 후보에게 보낸 조직적 18원 후원금, 문자 폭탄, 비방 댓글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이라고 평했다. 이후 ‘문빠’로 불리는 친문 팬덤 집단은 누구든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판하면 예외 없이 더 극심한 ‘양념’ 공격을 퍼부었다. 친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예외가 아니었고 ‘당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에너지원’이라며 이들에 영합했던 이낙연 대표도 전직 대통령 사면을 꺼낸 순간 독한 ‘양념’ 맛을 봐야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팬덤 정치가 아직 트럼프 지지자들 수준까지 이르지는 않아 보이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마저 ‘리더’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팬덤 집단에 영합한다면 그들이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 기반이 공고한 미국의 경우 1월 6일로 그치겠지만 우리의 경우 더 진전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민주주의는 지금 위기 상태다.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팬덤 정치’의 논리적 쌍둥이인 ‘적대 정치’의 극복이다. 멸종 직전인 톨레랑스(관용)의 복원이 절실한 때다. 며칠 전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포용’이 톨레랑스까지 포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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