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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동이 '더 큰 데이트폭력' 막았다

오경민 기자 입력 2021. 01. 14. 17:37 수정 2021. 01. 1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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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1 : '친구가 위험' 신고 → '취소' 전화에도 출동 후 폭행범 현장 검거
상황 2 : 112신고 후 남녀 싸우는 소리만..위치 추적 후 강제 추행범 잡아

[경향신문]

지난 13일 서울 중랑경찰서에 ‘친구가 위험하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관들이 출동하는 도중 갑자기 ‘상황이 해결됐다’며 신고 취소 전화가 걸려왔다.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현장에 가니 실제 상황은 달랐다. 피해 여성은 남자친구 A씨(19)로부터 손과 흉기로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 손에 있던 휴대전화도 뺏기고 2시간 넘게 감금된 상황이었다. 경찰은 피해 여성을 발견해 보호 조치한 뒤 주변을 배회하던 A씨를 현행범으로 붙잡았다.

경찰이 112 신고 후 아무 말 없이 연락이 끊기거나 신고를 취소했음에도 현장에 출동해 데이트폭력 가해자들을 검거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교제중이란 특수성으로 인해 신고를 주저하게 되는 점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출동한 게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 강북경찰서의 한 지구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12 신고가 접수됐는데 수화기 건너편에서 특별한 응답 없이 남녀가 싸우는 소리만 들린 것이다. 경찰은 피해 여성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시도했다. 그 결과 피해 여성에게 억지로 입을 맞춘 혐의(강제추행)로 B씨(50)를 체포할 수 있었다.

경찰청이 공개한 ‘데이트폭력 사건 검거 현황’을 보면 2016~2019년 연평균 9693명의 데이트폭력 가해자가 입건됐다. 경찰은 지난해 7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해 47명을 구속했다. 한 해 1만건에 육박하는 검거 건수가 실제 발생하는 데이트폭력보다 현저히 적다는 분석도 있다. 데이트폭력을 수사기관에 신고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2018년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를 보면 서울에 사는 여성 10명 중 9명은 교제 중인 이성에게 데이트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 신체적 폭력을 겪은 뒤 경찰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9.1%에 불과했다.

유화정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은 “(통계는) 발생하는 것보다 굉장히 적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신고 자체가 적기 때문”이라며 “가해 남성이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며 설득하거나 여성과 관계 중 찍은 사진·영상들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유호정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데이트폭력 특성상 관계를 단절하거나 즉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피해자가 많다”고 말했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은 “상담 현장에서 보면 경찰이 데이트폭력을 단순히 연인 간의 싸움으로 치부하거나 쌍방폭행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많아 경찰 조치에 대한 불신이 피해자가 신고를 망설이게 되는 원인이 된다”며 “경찰이 (이번과 같이) 신고 시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신고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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