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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증여 러시'에 주택 매물 잠식.."증여 할증과세 도입해야"

진명선 입력 2021. 01. 14. 17:56 수정 2021. 01. 1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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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파트 증여 비중 역대 최고
매도 대신 부담부증여로 쏠림 현상
매물잠김 해소 위해 증여세부담 높여야
연합뉴스

아파트 증여가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는 퇴로로 활용되면서, 다주택자들의 매물 잠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도세 중과에 견줘 세부담이 낮은 증여세에 할증과세를 도입해 세부담에 균형을 맞춰야 매물 잠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14.1%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래 처음 10%대를 넘어섰다. 2006년~2017년 줄곧 5% 안팎을 오가던 증여 비중은 아파트 가격 급등이 본격화한 2018년 9.6%, 2019년 9.7%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다주택자들의 ‘증여 러시’는 하반기에 집중됐는데, 11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2400건으로 전체 거래건수(1만548건)의 22.8%를 차지해 월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아파트 거래는 매매·증여·분양권 전매·아파트 입주에 따른 소유권 이전 등을 포함한다. 여기서 매매와 증여만 놓고 봤을 때 지난해 하반기(7월~11월)의 경우 증여건수가 매매건수의 35.7%로 상반기 17.4%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송파구, 강동구, 영등포구, 은평구 등은 증여건수가 오히려 매매건수보다 2배 이상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에 나와야 할 매물의 상당수가 증여로 빠지고 있는 셈이다. 윤후덕 의원은 “다주택자들이 세율과 수익률 면에서 양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고 있다”며 “특히 전세보증금이나 대출을 낀 상태로 증여하는 ‘부담부증여’가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한 양도세 중과 정책을 무력화하고 있어 증여세와 양도세 부담의 균형을 이루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전세를 낀 아파트를 증여할 때 선택하는 ‘부담부증여’의 경우 세부담을 일부 낮출 수 있다. 전세보증금은 양도세, 전세보증금을 뺀 차액은 증여세를 내기 때문에 이같은 ‘쪼개기’를 통해 과세구간별로 적용되는 세율을 낮출 수 있다. 또한 부담부증여 시 증여취득세(2주택 이상 증여 시 12%)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전세보증금 양도 부분에 대해 일반 세율(3%)이 적용되는 취득세만 낸다. 증여를 통한 양도세 회피를 막기 위해 2주택 이상인 증여가 이뤄질 때 증여취득세를 3.5%에서 12%로 크게 강화한 정책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다.

실제 윤후덕 의원실이 증여·부담부증여·매매 시에 세부담을 시뮬레이션한 자료를 보면, 전세 6억원을 끼고 있는 10억원 주택의 경우 부담부증여를 할 때 세부담(2억2714만원)이 증여(2억8700만원)나 매도(2억7868만원)보다 6천만원 가량 낮았다. 고가주택의 경우 세금 절감 효과가 더 커서 잠실 리센츠(매매가격 22억원, 전세 14억원)의 경우 부담부증여 세부담(6억8043만원)은 일반증여(8억7360만원)나 매도(8억4614만원)보다 최대 2억원 가까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아파트를 증여받아 1주택이 된 자녀가 2년 보유 및 거주 조건을 채운 뒤 팔면 9억원 이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까지 얻을 수 있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부담부증여가 ‘절세 전략’이지만 부모세대에서 자녀세대로 불로소득이 세습되는 ‘부의 대물림’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윤후덕 의원은 “조부모가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녀에게 상속 및 증여할 경우 산출세액의 일정 부분을 할증과세 하는 장치가 있다”며 “증여세 기본세율 10~50% 외에 조정대상지역에서 자녀가 증여받는 주택에 대해 유사한 형태의 할증과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윤 의원은 13일 이같은 내용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추가대책 긴급 제안문을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변창흠 국토부장관 등에게 전달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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