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아름답지 못한 샤덴프로이데 심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 1. 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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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너무하셨습니다.

설마 이 편지 필적이 아가씨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진 못하시겠죠.

이런 그를 배 아파해 곯려주려고 그의 동료들은 올리비아 아가씨의 필체를 위조해 가짜 편지를 작성한다.

남이 잘나가는 것을 질투하여 그 사람이 곤경에 빠지게 되면 기뻐하는 인간의 자랑스럽지 못한 심리를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schaden:고통, freude:기쁨)라고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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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너무하셨습니다. 이 편지를 찬찬히 살펴보세요. 설마 이 편지 필적이 아가씨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진 못하시겠죠.

왜 그처럼 제게 호의를 가지고 계심을 분명히 보여주시고, 무조건 웃는 얼굴로 당신을 대하라, 대님을 십자 모양으로 매라, 노랑 양말을 신어라,라고 지시하셨습니까. 저는 분부대로 복종했을 뿐인데, 왜 저를 컴컴한 지하실에 가두고, 목사를 보내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저를 모욕하라고 명하셨나요? 그 까닭을 말씀해주세요. ('십이야' 5막)

셰익스피어의 희극 '십이야'에 등장하는 맬볼리오(mal:악의적인, volio:의지)는 근엄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청교도다. 올리비아의 집사로서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를 흠모하며 그녀와 결혼하는 것이 꿈이다. 삶을 마냥 즐기려는 동료들의 축제적 분위기를 깨뜨리고 그들을 훈계하며 자신만이 옳은 척하는 맬볼리오의 오만한 자세는 주위를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 이런 그를 배 아파해 곯려주려고 그의 동료들은 올리비아 아가씨의 필체를 위조해 가짜 편지를 작성한다.

거짓 편지를 보고 아가씨도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한 맬볼리오는 올리비아 아가씨를 만날 때 편지에서 말한 대로 노랑 양말에 대님을 십자형으로 매고 희죽거리며 아가씨에게 다가가 손에 키스까지 한다. 이 우스꽝스럽고 무례한 행동에 깜짝 놀란 아가씨는 맬볼리오가 정신 나갔다고 여겨 벌을 줄 것을 지시하고, 그는 미친 사람으로 매도되어 컴컴한 지하실에 갇혀 온갖 수모를 당한다. 왕따 당하는 그를 보며 관객들 또한 고소해할 수 있다. 이런 감정은 매우 부당하고 잔인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자신의 망상만 쫓고 주위의 축제적 분위기를 망치는 이 거만한 인물의 몰락을 보면서 관객이 즐거움을 느끼는 것 또한 현실이다.

맬볼리오처럼 자신만이 옳다고 믿던 사람이 도덕적으로 비난의 소지가 있는 행동을 해 벌을 받으면 많은 이들이 쾌재를 부를 것이다. 남이 잘나가는 것을 질투하여 그 사람이 곤경에 빠지게 되면 기뻐하는 인간의 자랑스럽지 못한 심리를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schaden:고통, freude:기쁨)라고 칭한다. 우리말에도 '잘코사니'라는 말이 있는데 미운 사람이 당한 불행을 고소하게 여길 때 쓰인다. 이는 매우 반사회적이고 비인도적인 행위이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맬볼리오의 경우가 말해주듯 샤덴프로이데 심리는 인간사회의 무시할 수 없는 실상일지도 모른다. 잘나가던 정치인이 죄를 짓고 어쩔 수 없이 발표하는 사퇴성명을 보며 우리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쾌재를 부른다. 이로 인해 그 정치인이 겪는 심리적 고통 등에 대한 배려나 연민의 자세는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우리의 시기심과 열등감을 확인해주고, 나아가 우리 자신의 공감능력 부족을 꼬집고 있기에 인간의 바람직하지 못한 심리현상임은 확실하다. 잘나가는 사람이 낭패한 경우를 보며 별 볼 일 없는 보통 사람은 자신들의 열등의식과 시기심을 완화시켜주는 심리적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일까. 샤덴프로이데 심리는 그리 아름답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잘 말해주는, 그래서 우리가 이해하고 수용해야 할 인간의 모자란 점이자 속성이다.

변창구 경희사이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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