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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에 마지막 월급 기부했습니다"

서울앤 입력 2021. 01. 1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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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번째 월급 전액 기부하고 퇴직한 김진선 전 강서구 행정관리국장

[서울&] [사람&] 1985년 강서구에서 공무원 생활 시작

38살에 찾아온 혈관암 위기 이겨낸 뒤

장애인단체 봉사 등 남 돕는 삶 이어와

“앞으로 계속 이웃 도우며 살아갈 것”

김진선 전 강서구 행정관리국장이 6일 공직 생활 마지막 월급 전액을 기부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변변치 않은 작은 일을 이렇게 인정해줘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이웃을 위해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12월 명예퇴직한 김진선 전 강서구 행정관리국장은 마지막 월급 571만1천원 전액을 퇴직 전 강서구장학회에 기부했다. 김 국장이 기부한 월급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받은 430번째 월급이기도 하다. 명예퇴직 뒤 강원도 양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 전 국장은 6일 “후배들도 앞으로 마지막 월급을 기부하겠다고 얘기할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며 “내가 한 것은 아주 작은데, 결과가 커서 매우 뿌듯했다”고 했다.

김 전 국장은 1985년 3월 강서구청에서 첫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이후 35년10개월 동안 강서구청과 주민센터에서 공직생활을 해왔다. 그는 공직생활 중 지역주민들과 동료 공무원들에게 받았던 도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방법을 찾다가 마지막 월급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김 전 국장은 “불우이웃돕기 업무를 총괄했던 적도 있었는데, 공무원 생활을 접으면서 뭔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떠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01년 12월 설립된 강서구장학회는 2002년에 첫 장학금 전달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104명의 학생에게 총 14억3774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김 전 국장은 강서구장학회가 설립될 때부터 지역의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기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앞서 2019년에는 1월부터 죽을 때까지 매월 기부금 5만원씩을 강서구장학회에 내기로 약정했다. 김 국장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환경에 굴하지 않고 학업에 열중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강서구장학회가 더욱 발전해 지역의 많은 인재가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기 바란다”고 했다.

김 전 국장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을 기부한 곳은 강서구장학회만이 아니다. 2020년 상반기에는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려운 지역주민을 위해 300만원을 선뜻 내놨다.

“코로나19로 지난해 4월에 받은 재난지원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려고 했으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서 우선 수령했죠. 재난지원금은 제가 사용하는 대신 300만원을 ‘따뜻한 겨울나기’ 성금으로 기부했습니다.”

김 전 국장은 2014년 7월부터 2018년까지 4년6개월 동안 강서구 생활복지국장을 역임했다. 당시 그는 누구보다도 이웃을 위한 성금 모금에 앞장섰고, 릴레이 기부 행사를 통해 지역사회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14년 10억원이었던 모금 목표액을 14억원으로 높였습니다. 결국 그해 19억원을 모금해 대성공을 거뒀죠.”

김 전 국장은 2017년 ‘따뜻한 겨울나기’ 사업을 하면서 강서구 개청 40주년 기념 ‘기부천사 나눔 릴레이’를 추진했다. 이때도 목표액을 훌쩍 넘는 32억원을 모금하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시 지자체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었다.

“모금이 성공적이라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여력이 많이 생겼습니다. 적재적소에 잘 사용할 수 있었죠. 지역주민들도 좋아하고 장애인단체에서도 호응이 좋았습니다.”

김 전 국장이 이처럼 이웃을 돕는 데 앞장서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김 전 국장은 우리 나이로 38살이 되던 1998년에 혈관육종(혈관암) 진단을 받았다. 항암·방사선 치료를 하고 그해 6월 수술했으나 1999년 9월 다시 재발했다. 큰 병원 몇 곳을 찾아갔지만 수술할 수 없는 부위라서 고치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살려주면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하나님께 약속했죠.”

일반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한 이후, 김 전 국장은 한의원과 민간요법에 매달렸다. 전국 방방곡곡 좋다는 한의원이나 침을 놓는 곳 등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 다행스럽게도 2001년 2월부터 거짓말처럼 종양이 사라져 완치 판정을 받았다.

김 전 국장은 “항암 치료 중에도 가발을 쓰고 눈썹을 그린 채로 사무실에 나왔는데, 그때 따뜻하게 맞아주고 위로해준 동료들이 큰 힘이 되고 고마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전 국장은 이후,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데 감사하며 그 보답으로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섰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그는 2003년 강서구 내 작은예수회라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목욕 봉사를 시작했다. 10여 년 전부터는 5~6곳의 장애인단체와 시설에 해마다 100만원 안팎의 기부금을 내고 있다.

김 전 국장은 지난해 12월 말 퇴직 이후 부인과 함께 전국을 여행하며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봉사활동은 물론이고 강서구민을 위해 역할이 주어지면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했다.

양양/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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