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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학의 출국금지, 절차 흠결과 실체적 정의 함께 봐야

한겨레 입력 2021. 01. 14. 18:06 수정 2021. 01. 1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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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별장 성접대' 등 혐의로 재수사를 앞두고 있던 2019년 3월22일 밤 타이로 도피하려다 출국금지 당한 과정에서 출국금지 요청서에 허위 사건번호가 기재되는 등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자체의 정당성까지 흔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결국 김 전 차관 출국금지의 절차상 문제는 조처의 정당성, 긴급성, 흠결의 정도 등을 균형 있게 따져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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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3월22일 밤 해외 도피를 시도하고 긴급 출국금지가 이뤄진 시간대별 상황. <한겨레> 자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별장 성접대’ 등 혐의로 재수사를 앞두고 있던 2019년 3월22일 밤 타이로 도피하려다 출국금지 당한 과정에서 출국금지 요청서에 허위 사건번호가 기재되는 등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법집행기관이 절차를 지켜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일부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자체의 정당성까지 흔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정당한 필요성이 없는데도 절차를 어겨가며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시켰다면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가 된다. 하지만 당시 긴급히 출국을 막아야 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면 이는 달리 볼 여지가 있다. 김 전 차관은 출국금지 직후 검찰의 재수사를 받은 끝에 구속기소됐고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성접대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받지 않았는데, 이는 앞서 검찰이 두차례나 무혐의 처분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냈기 때문이었다. 당시 출국을 막지 못했다면 검찰은 세번이나 김 전 차관의 단죄를 방기한 꼴이 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절차 위반은 따져볼 문제다. 출국금지를 요청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가 부적절한 사건번호를 사용하게 된 경위와 함께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제도상 문제는 없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 검사는 대검에 “출금 요청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소명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한다. 대검의 이런 판단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당시 김 전 차관은 탑승 게이트에서 대기 중이었다. 해외 도피 일보직전의 긴박한 상황에서 절차상 요건을 모두 갖춰 출국금지를 하는 게 어려웠다면 이는 제도나 관행에 허점이 있다는 뜻도 된다.

실체적 정의와 절차적 정의의 충돌은 어려운 문제다. 어느 한쪽에 절대적 가치를 두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은 불법촬영물 사건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경찰이 적법절차를 일부 지키지 않았지만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정당한 형벌권 실현’도 중요한 만큼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결국 김 전 차관 출국금지의 절차상 문제는 조처의 정당성, 긴급성, 흠결의 정도 등을 균형 있게 따져 판단해야 한다.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김 전 차관에게 두차례나 면죄부를 줬던 검사들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정의를 실현하려 한 검사만 과도하게 비판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조선일보>가 “문재인 정권의 큰 스캔들로 번지고 있다”며 이 문제를 침소봉대하는 건 정치적 의도마저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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