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열병식 언제 열리나.. 8000명 5개월째 훈련 죽을 맛

이용수 기자 입력 2021. 1. 14. 18:06 수정 2021. 1. 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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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장병들이 2020년 10월 10일 밤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관영매체들은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노동당 8차 대회 경축공연 ‘당을 노래하노라’를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대회 종료에 맞춰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열병식은 당대회가 폐막(12일)한 지 이틀이 지난 이날 오후까지도 개최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열병식 준비 동향은 계속 식별되고 있으며 언제라도 열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열병식이 지연되는 뚜렷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난감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이번 열병식에 참가하는 병력이 약 8000명인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작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참가한 뒤 자대에 복귀하지 못하고 곧장 당대회 열병식 준비에 투입됐다”며 “5개월 넘게 야전에서 숙영하며 열병식 연습을 하느라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상부에서 행사 날짜도 알려주지 않고 연습만 시켜 장병들 사이에 불만이 상당하다고 한다”고 했다.

군·정보 당국도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하는 첩보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의 경우 작년 8월부터 평양 인근 미림비행장에서 준비 동향이 식별됐고, 10월10일 밤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본행사엔 1만2000~1만3000명이 동원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부대에 돌아가지 못하고 미림비행장 부근의 숙영지로 돌아와 당대회 열병식 준비에 투입됐다고 한다. 안보부처 관계자는 “최근 한파로 평양 지역의 최저기온도 영하 15도 밑으로 내려가는 날이 많았는데 5개월이 넘는 야전 생활에 지친 장병들에겐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일 것”이라고 했다.

북한군 장병들이 2020년 10월 10일 밤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당국이 열병식 참가 장병들에게 행사 날짜를 공지하지 않은 것은 이번 당대회 일정 자체가 유동적이었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정은이 8차 당대회 소집을 결심한 것은 작년 8월19일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였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당대회를 주체110(2021)년 1월에 소집한다”고 했을 뿐 구체적 날짜를 공개하지 않았다. 당대회 1주일 전(12월29일)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도 “1월 초순에 개회한다”고만 하고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 당국이 코로나 상황에 따른 돌발 변수를 감안해 당대회 개막 직전까지도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대회가 끝나야 진행할 수 있는 열병식 날짜가 못 정해진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 당대회가 북한 당국의 당초 계획보다 며칠 연장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정황들이 있다”며 “당대회 일정 자체가 유동적이다 보니 열병식 날짜도 오락가락한 것 같다”고 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1일 북한이 전날 김일성광장에서 심야 열병식을 개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북한에서 열병식 개최 보도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합참이 포착했다는 정황은 예행연습이었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고위 탈북자 A씨는 “당대회를 9일 또는 10일에 마무리짓고 10일 밤 열병식을 개최하는 게 원래 계획이지 않았나 싶다”며 “가설이지만 막판에 이뤄진 당대회 연장 결정이 군쪽에 제때 전달되지 않는 바람에 벌어진 해프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군 입장에서 언제 열릴지 모르는 채로 연습만 하는 열병식은 사상 처음 겪는 일이다. 역대 열병식은 김일성 생일(4월15일), 김정일 생일(2월16일), 전승절(7월27일), 당창건 기념일(10월10일), 공화국 창건 기념일(9월9일), 인민군 창건일(2017년까진 4월25일, 2018년부턴 2월8일) 등 특정 명절에 맞춰 준비·시행했기 때문이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열병식이 당대회를 기념해 열린 사례 자체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일각에선 김여정 당중앙위 부부장의 대남 담화가 열병식 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여정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합참의 북한 열병식 동향 파악을 두고 “남의 집 경축 행사에 적대적 경각심을 표출하는 것은 남조선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을 겨냥해 “특등 머저리들” “기괴한 족속들”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여정의 짜증은 북한 수뇌부가 공유하는 감정일 것”이라며 “열병식을 하더라도 지금 당장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다가온 인민군 창건일(2월8일) 또는 김정일 생일(2월16일)로 미룰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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