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제학회 "고용 더뎌..V자 회복 기대 시기상조다"

신헌철 2021. 1. 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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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는 매년 1월 초 미국에서 열리는 전미경제학회(AEA)의 총회를 지상 중계해왔다. AEA에서는 매년 1만명이 넘는 경제학자들이 운집해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경제 상황을 진단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상 처음 버추얼 학술대회로 전환했다. 1월 3~5일(현지 시간) 사흘간 학회를 관통한 주제는 역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통화정책 평가 그리고 코로나19가 미친 경제적 파장이었다.

초미의 관심사는 경기 회복의 형태 그리고 통화정책 방향성이었다. 백신 보급이 전 세계적으로 시작됐음에도 이른 시일 내에 ‘V자형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단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상황이라는 점이 일차적 요인이다. “경제 회복 경로는 바이러스 확산 경로에 달렸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백신이 곧 경기 부양책” (케빈 하셋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라는 말에 이런 분위기가 함축됐다.

코로나19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원인부터 현상까지 상당히 다르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번 위기에서 가장 큰 피해를 받은 것은 고용이다. 미국은 지난해 4월 실업률이 14.7%까지 치솟았다가 셧다운 해제와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등에 힘입어 11월 6.7%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팬데믹 이전 3.5%에 그쳤던 실업률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100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은 상태다.

▶경제인들, “美 완화적 통화정책 장기화”

이로 인해 연방준비제도(연준·Fed) 통화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지방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은 입을 모아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물가 상승률은 2%를 넘어 단기적으로 3%에 도달해도 된다”며 “인플레이션은 통제 가능한 반면 고용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고용 확대를 위해 물가의 오버슈팅도 일시적으로 감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은 감소하고 있다”면서도 “통화정책 목표 달성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여정이기 때문에 당분간 완화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최소 2023년까지 제로금리로 유지할 것이며 국채와 주택담보증권(MBS) 등 자산 매입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해서는 다른 전문가의 시각도 비슷하다.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시적 반등과 구조적 회복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각각 5년과 8년 이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과 금융 지원 등으로 줄도산을 막고는 있지만 대출 부실 가능성을 경계하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앤드루 메트릭 예일대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의 학습 효과로 연준이 안전망을 제공하면서 금융위기로 전염되는 것은 막았다”며 “아직 금융기관 건전성은 괜찮은 수준이지만 경제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차별적 현금 살포를 자제하고 스마트한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귀담아들을 만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증가해 저축액은 늘어난 반면 투자는 줄었다. 정부는 공공투자 확대, 사회보험 강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경기 회복 속도가 빈부 격차에 비례해 다르게 전개되는, 이른바 ‘K자형 회복’에 대해 타깃이 확실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honzu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2호 (2021.01.13~20 21.0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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