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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엄마가 미 의사당 폭도'.. 미국인들 신고 봇물

최현정 입력 2021. 01. 14. 18:18 수정 2021. 01. 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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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의 웰컴 투 아메리카] 또 탄핵된 트럼프, 다시 준비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

[최현정 기자]

  
 미국 역사상 초유의 폭도 난입사태가 벌어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12일(현지시간) 의회 경찰이 하원 본회의장 주변 복도를 순찰하고 있다.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사태 후 의사당 보안 당국은 금속탐지기 설치 등 보안 절차를 강화했다.
ⓒ 연합뉴스
 
미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탄핵했다. 이로써 트럼프는 임기 일주일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역사상 두 번 탄핵 당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됐다.

미국 시간 1월 13일, 초당적인 토론을 통해 미 하원은 232대 197로 대통령 트럼프의 탄핵을 가결했다. 17명 이상의 공화당 의원이 찬성하면 통과되는 상원의 경우, 현재까지 12명이 찬성 의사를 밝힌 상태다.

상원마저 통과되면 대통령에 대한 모든 예우와 권한이 철회된다. 그리고 트럼프는 영원히 정치판에 발을 디딜 수 없게 된다. 이번 그의 탄핵 혐의는 '내란 선동'. 

"오늘 하원은 대통령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선언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확실한 위협입니다. 반란을 선동하는 대통령이 어떤 의미인지 가슴 아파하며 저는 탄핵에 서명합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탄핵 서류에 사인했다. 작년 2월에 이어 두 번째 서명이다. 

209년 만의 의회 침탈

"폭도들이 우리의 신성한 의사당을 포위하고 정부를 종식시키려고 한 시도가 두 번 있었습니다. 한 번은 독립전쟁 중이었고 다른 한 번은 오늘이었습니다. 200년 전엔 영국 제국주의 추종자들이었고 오늘은 트럼프 추종자들이었습니다."

지난 1월 6일 밤, 뉴저지 주 상원의원 코리 부커가 밤늦게 속개된 의회에서 격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탄핵 사유가 된 의회 난동이 발생한 날. 폭도들의 난입으로 벙커에 숨어 있어야 했던 의원들은 속개된 회의에 나와 참담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 날은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 선거인단 투표의 개표 날로 12월 14일 실시한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마지막으로 확정짓던 날이었다. 의원들은 새벽 3시를 넘기며 조 바이든의 승리를 서둘러 확정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특별하고 혼란스러운 하루가 끝나갑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우리는 봤습니다. 대통령 선거의 표를 세는 기본적인 과정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공격이 자행됐습니다. 총성이 울렸고 여자가 죽었고, 누군가가 다쳤고 의원들은 방독면을 쓴 채 책상 밑에 숨어 기도해야 했습니다. 미 국회의사당이 점령되고 포위되었습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본회의장 밖 복도에서 의회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상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6시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 AP=연합뉴스
 
NBC 뉴스 진행자 레스터 홀트의 말처럼, 2021년 1월 6일에 벌어진 의회 침탈에 대해 미국 사회는 9.11 테러에 버금가는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미국이 공격당했다'던 2001년처럼 언론은 '의회가 공격당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의회 의원들도 방송 앵커들도, 어떤 심각한 상황도 코미디로 비틀던 토크쇼 진행자들도 이 날만큼은 모두 침통해하고 우울해 했다.

민주주의 종주국이란 자부심의 상징과도 같았던 미국 의회가 맥없이 뚫린 것에 대한 허탈감이었다. 무장봉기를 선동하는 대통령과 공격 당하는 의회를 생방송으로 지켜본 미국인들의 마음은 진행자 홀트와 같은 절망과 무기력과 부끄러움으로 점철됐다. 

이날 충돌로 시위대와 경찰 등 5명이 사망했고 수십 명이 부상 당했으며, 535명의 국회의원들이 목숨의 위협을 느껴야 했다.

쏟아지는 신고... 전국적인 포위망

"엄마, 엄마는 나한테 흑인 인권 시위에 가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흑인 인권 시위가 폭력적일 수 있다면서요. 근데 엄마는 가셨네요?"

보스턴에 사는 18살의 헬레나 듀크가 TV 화면에서 엄마를 발견한 건 1월 6일 늦은 오후였다. 폭도들의 난입으로 아수라장이 된 워싱턴 D.C. 프리덤 플라자에서 경찰과 싸우고 있던 엄마를 발견한 것이다. 흑인 여성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얼굴을 가격 당해 피를 흘리는 중년 여성이 클로즈업됐는데 그녀의 엄마였던 것. 그녀는 자신의 가족이 나온 영상을 캡처해 트위터에 올렸다. 

"흑인 인권 시위에 갔다고 나를 내쫓았던 우리 가족입니다. 
엄마: 테레즈 듀크, 삼촌: 리처드 로렌즈, 이모: 애니 로렌스."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본회의장 밖 복도에서 의회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상ㆍ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6시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 AP=연합뉴스
   
그녀처럼 사람들은 폭도들 속에서 아는 지인이 발견되면 신고하기 시작했다. 메릴랜드 프레더릭에 있는 글로리 도넛 식당은 공식 계정을 통해 의사당을 점거한 이들 중 자신의 옛날 동료를 캡처해 신원을 확인해 줬다. 

"이 사람은 니콜라스 로딘이야. 그는 지난 2월까지 우리 가게 직원이었지. 우리는 모두 놀랐고 슬펐지만 결코 그와 뜻을 같이 하지 않아. 이건 미국이 아니고 애국도 아니지. 우리를 걱정해 준 모든 사람들 정말 고맙습니다."

이혼한 아내의 신고로 체포된 래리 렌달 브록 주니어는 예비역 공군이다. 군복을 입고 인질용 짚타이를 들고 의사당에 난입했던 그는 눈에 익은 군복을 유심히 본 전처의 신고로 FBI에 검거됐다.

"트럼프 열혈 지지자인 전 남편이 그곳에 있으리라고 난 짐작하고 있었어요."

 
 미국 수영 금메달리스트였던 클레트 켈러는 한때 함께 운동했던 이들에 의해 신고됐다.
ⓒ 페이스북 캡처
 
미국 수영 금메달리스트였던 클레트 켈러는 한때 함께 운동했던 이들에 의해 신고됐다. 

"폭도들 중 유난히 키가 커서 그를 한눈에 알아봤죠. 국가대표 재킷을 입고 있어서 확신하게 됐습니다."

뉴욕 브루클린 대법원 판사의 아들도 체포됐는데, 트럼프의 표가 도난 당했다고 당당히 인터뷰하던 그는 모피 코트와 지팡이를 짚고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탄조끼와 방패를 들고 의사당을 활보해 눈에 띈 인물이었다. 그는 형네 집에 숨어 있다가 체포됐다.

의장석에 앉아 셀피를 찍던 이는 아이다호 보이스에 사는 조시아 콜트였고, 낸시 펠로시 사무실에서 그녀의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기물을 파손한 이는 아칸소 주에 사는 리처드 버넷으로 밝혀졌다. 하원의장 연설대를 훔친 애덤 존슨도 구속됐고, 얼굴과 몸에 문신을 하고 뿔 달린 모자를 썼던 제이컵 챈슬리는 구치소에서 오가닉 식단을 요구하며 단식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 6일(현지시간) 발생한 미국 워싱턴DC 의회 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 뿔이 달린 털모자를 쓰고 얼굴에 페인트를 칠한 남성이 상원 본회의장 밖에서 의회 경위들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 제이컵 앤서니 챈슬리로 밝혀진 문제의 인물은 애리조나에서 9일 체포됐다.
ⓒ 연합뉴스
 
한국인 시위 참가자?

"저 이번 수요일 남편이랑 D.C 갑니다. 트럼프 대통령 표 훔친 선거 부정 항의하려고요. 아, 캘리포니아에서 이번에 당선된 미셀 박 의원이랑 영 킴 의원님도 인사하러 온다고 하셨어요. 많이들 오세요."

의회 난동 며칠 전 미국 사는 한국인 주부 사이트에 올라온 글. 문제의 1월 6일 수요일에 생방송으로 미국 의회가 침탈되는 장면을 지켜보며 사이트 이용자들은 하나 같이 위 글을 떠올렸다. 
   
 생방송으로 미국 의회가 침탈되는 현장 상황을 전하는 NBC 기자 뒤로 태극기가 보인다. 2020. 1. 6
ⓒ NBC 화면 캡처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NBC 기자 뒤로 태극기가 보이자 사이트에선 바로 '그 사람'인 것 같다고 웅성거렸다. 인증샷이 올라오면 신고하자는 얘기가 오갔지만 문제의 글은 바로 지워졌고 어떠한 현장 사진도 올라오지 않았다. 다만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중년 여성과 트럼프 깃발을 든 한 남성의 사진이 사이트에 올라왔었다. 이들의 신원을 아는 사람은 FBI에 신고하라면서. 

이렇게 1월 6일 폭도들에 대한 포위망은 전국적이고 광범위하다. 컬럼비아 주 지방검사 마이클 셔윈은 사건 발생 엿새 만인 1월 12일 현재 160명 이상이 공개 수배됐고 70명이 기소됐다고 발표했다. 지인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더불어 자신의 SNS에 자랑스럽게 올린 포스트들이 모두 폭력의 확실한 증거가 되고 있는 중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난 월요일, 웨스트버지니아 주 하원의원 데릭 에반스가 사퇴했다. 11월 3일 선거에서 당선된 후 채 석 달을 채우지 못한 초선 의원이었던 그는 이번 국회의사당 폭동에 참여한 게 드러나 체포됐다.

"우리는 지금 잘못된 이유로 미국과 전 세계 뉴스를 뒤덮고 있습니다. 그가 선출직 공무원이었기에 그 죄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당을 떠나 우린 제대로 된 웨스트버지니아 사람이 돼야 할 겁니다."

그의 후임을 물색해야 하는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는 젊은 의원의 사퇴를 안타까워했다. 데릭 에반스가 FBI에 연행되는 화면에선 경찰을 따라 나온 할머니가 대통령에 대한 원망의 말을 한다. 

"이건 트럼프가 선동한 거잖아. 왜 우리 손자가 잡혀가는 거야..."

그녀의 말처럼 전국에서 모인 지지들에게 폭력을 선동한 그 대통령은 오늘 내란 음모 혐의로 하원의 탄핵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영 킴과 미셀 스틸 박 의원을 포함한 197명의 하원의원은 그 탄핵에 반대했다. 그리고 오는 17일, 트럼프가 부정 선거로 표를 뺏겼다고 믿는 지지자들이 50개 주 주청사 공격을 할 거라는 경고도 나온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4년, 아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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