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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만 이기면 끝"..재정에 금융·조세 정의까지 무너뜨려

구경우 기자 입력 2021. 01. 14. 18:34 수정 2021. 01. 1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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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선거병, 국가경제 흔든다]
巨與, 조세원칙 정면으로 거스르는 '이익공유제' 밀어붙여
與도 野도 재정 중독 빠져..건전성 입에 올리면 배신자 낙인
이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난극복 K-뉴딜위원회 국난극복본부 점검 회의에서 김태년(오른쪽) 원내대표, 홍익표 정책위의장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이 △이익공유제 △특별재난연대세 △공매도 금지 연장 △서민금융 추가 확대 등의 카드를 내세우며 경제정책을 오는 4월 보궐선거 일정에 맞추고 있다. 보궐선거에서 패할 경우 대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여당은 이 같은 표심 공략용 정책 카드를 내건 가운데 야당마저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치가 경제까지 뒤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 안정도 뒷전으로 밀려

문제는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그치지 않고 시장 안정까지 해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는 점이다. 공매도제도가 대표적이다. 여야와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공매도를 올해 3월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금융위가 올해 공매도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하자 “금지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며 태도를 바꿨다. 공매도제도가 시행된 후 주가가 하락하면 화살이 정치권에 올 것을 우려해서다. 여당의 한 의원은 “4월 선거가 코앞인데 당장 3월에 공매도를 재개하면 빚을 얻어 투자한 사람들의 손실이 커지고, 이게 고스란히 표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당내에서도 3월 공매도 재개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공매도 금지 연장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은 이를 정치 공학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여야가 2월 임시국회에서 금융사들의 이익을 동원해 서민 대출을 확대하는 법안을 논의하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우리 경제(명목 GDP) 대비 가계 대출 규모는 100%를 넘어섰다. 여기에 777조 원에 이르는 빚을 가진 자영업자 가운데 적자 가구만 20.3%에 이른다. 올 3월 자영업자 등에 원금·이자 상환을 유예하는 조치가 끝나면 빚을 못 갚는 유동성 위험 가구 비율이 올 2월 2.3%에서 내년 12월 10%대까지 수직 상승할 위기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일단 빚부터 내줄 기세다.

◇재산권 침해와 조세 정의 원칙에서 벗어난 이익공유제

더욱이 민주당은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이익공유제’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피해가 덜한 기업·가계가 피해가 심한 업종·계층에게 이익을 나눠주자는 것이다. 정의당은 심지어 초고소득자와 기업에 한시적으로 ‘특별재난연대세’를 부과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직전 연도보다 종합소득이 증가한 개인에게 5%의 세금을 추가로 걷어 피해 계층에게 나눠주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넓은 세원, 낮은 세율, 보편 과세’라는 조세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상장사 685개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4.8%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이자보상배율 1 미만)이 전년보다 5.1%포인트 뛴 42.4%로 치솟은 게 기업들의 현실이다. 특별재난세는 투자와 고용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의 영업이익을 몽땅 세금으로 추징하자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또 특별재난세는 ‘집 없는 직장인’의 소득으로 ‘집 있는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문제로, 계층 갈등의 불씨로 번질 리스크도 안고 있다. 전년보다 소득이 늘어난 것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특정 경제주체의 이익을 강제로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런 법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전 재정 외면하는 정치권

더 큰 우려는 정치권이 돌이킬 수 없는 ‘재정 중독’ 상태에 빠진 점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3차 재난지원금이 집행도 되기 전에 “충분하지 않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거론하고 나섰다. 2월 국회에서 논의될 서민금융 확대 정책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집합 제한 조치로 자영업자들이 손실을 보면 이를 재정으로 보상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전국 500만 명의 자영업자에게 100만 원씩만 보상해도 5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2016년 627조 원이었던 국가 부채가 올해 954조 원까지 치솟는 현실은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후순위로 밀려난 지 오래다. 오히려 ‘재정 건전성’을 말하면 배신자로 낙인찍힐 분위기다.

금융 안정과 조세 정의를 외면하고 재정 중독에 빠진 정치권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보궐선거가 끝나면 대선 국면이 시작되고 내년 대선까지 이 같은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가 빠르게 반등하지 않으면 가계·기업·자영업에서 동시에 부채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만기 연장 유예로 부채의 질마저 나빠진 상태에서 경기가 빠르게 반등하지 않거나 소득을 채울 일자리가 늘지 않으면 실물 경제의 위험이 금융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며 “그런데 이를 받아낼 정부마저 빚만 늘리고 있어 당장 관리를 하지 않으면 향후 위기 대응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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