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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4년간 '땜질 처방'만.. 결국 사람이 죽었다

최정규 입력 2021. 01. 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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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이주노동자 기숙사 관련 고용노동부 대책 분석

[최정규 기자]

 폐쇄된 고 속헹씨 비닐하우스 기숙사
ⓒ 최정규
 
"향후,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에게 적합한 시설을 갖춘 기숙사가 제공되도록 주거시설에 대한 지도점검을 강화해 나가겠음."

이주노동자 기숙사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고용노동부(외국인력담당관실)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반복해왔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뉴스소식' 난에는 그간 언론에 보도됐던 숱한 기사에 대한 보도설명자료가 게재되어 있다.

4년간의 외침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2016년 12월 14일에는 김삼화 당시 국민의당 의원,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익법재단 공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함께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농업 분야 이주노동자 근로실태를 다룬 영상물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가 상영됐고, 이후 시민단체들은 줄곧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를 외쳤다. 

하지만 2017년 2월 6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외국인 근로자 숙식 정보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숙소가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임시 주거시설인 경우도 숙박비 공제는 가능함."

이는 원래 비닐하우스 등 열악한 주거시설을 제공하면서 과도한 비용을 이주노동자 임금에서 공제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발표된 업무지침이었다. 

같은 해 12월 22일 고용노동부는 '농업 분야 외국인노동자 근로환경 개선방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이듬해인 2018년 1월 5일 발표한 개선방안 시행안내문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사용하는 사업장은 신규 외국인력 배정 중단('18.4월 배정 시부터)
- 기 제공된 사업장은 자율개선기간 내 숙소를 개선하지 않은 경우 외국인 노동자 사업장변경 허용('18.2월 고시개정 예정)"

그러나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만 금지시키고,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 기숙사 제공에 대해서는 계속 허용했다. 시민단체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상징하는 '비닐하우스'라는 단어를 문자적으로 해석한 졸속대책이라며 개선방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고용노동부는 방침을 철회하지 않았다.

2019년 1월 15일 외국인고용법 개정으로 '제22조의2(기숙사의 제공 등) ① 사용자가 외국인근로자에게 기숙사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100조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하고,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이 신설되었지만 고용노동부는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없는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의 기숙사 제공을 계속 허용했다. 

그리고 이어진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 사망

2020년 12월 20일 속헹씨는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 기숙사에서 사망했다. 그리고 4일이 지난 24일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아래와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농촌 등에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 가설 건축물을 주거시설로 이용하는 등 근로자의 안전과 인권침해 등이 우려됨에 따라, 앞으로는 농축산업 외국인근로자의 주거시설 개선을 위해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고용허가를 불허하기로 결정(제28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20.12.23.))하였습니다."

1월 6일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농어업 분야 고용허가 주거시설 기준 대폭 강화)를 통해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 신규고용허가를 불허하고 근로자가 희망할 경우 사업장변경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렇다면 비닐하우스 밖 가설건축물은? 

위 보도자료가 발표된 후 시민단체는 이주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범정부적 대책이 더 마련되어야 한다며 정부 대책을 비판했다. 가설건축물은 비닐하우스 안과 밖을 나눠 '안'은 불허, '밖'은 허용하는 것은 결국 이 문제를 덮으려는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농촌의 현실상 농장주들이 농막 등 임시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편법을 지자체가 용인한다고 하더라도 고용노동부도 그 눈감기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정부대책만으로는 속헹씨 등 이주노동자의 피해를 절대로 막아낼 수 없다고 시민단체는 말한다. 

현행 건축법상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사용할 수 있는 근거조항은 아래와 같다. 

'건축법 제20조(가설건축물)
③ 제1항에도 불구하고 재해복구, 흥행, 전람회, 공사용 가설건축물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도의 가설건축물을 축조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존치 기간, 설치 기준 및 절차에 따라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한 후 착공하여야 한다

건축법 시행령 제15조(가설건축물) 제 제15조(가설건축물)
⑤ 법 제20조 제3항에서 "재해복구, 흥행, 전람회, 공사용 가설건축물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도의 가설건축물"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8. 컨테이너 또는 이와 비슷한 것으로 된 가설건축물로서 임시사무실·임시창고 또는 임시숙소로 사용되는 것(건축물의 옥상에 축조하는 것은 제외한다. 다만, 2009년 7월 1일부터 2015년 6월 30일까지 및 2016년 7월 1일부터 2019년 6월 30일까지 공장의 옥상에 축조하는 것은 포함한다)'

참고로 농촌에서 '농막'이라고 불리는 시설에 대해 농지법 시행규칙은 아래와 같이 정의하기에 주거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 더욱이 일정한 비용을 징수하고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임대'와 동일하므로 현행법상 불가하다. 

'농지법 제3조의2(농막 등의 범위) 
영 제2조제3항제2호라목 및 영 제29조제1항제7호에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시설"이란 각각 다음 각 호의 시설을 말한다.
1. 농막: 농작업에 직접 필요한 농자재 및 농기계 보관, 수확 농산물 간이 처리 또는 농작업 중 일시 휴식을 위하여 설치하는 시설(연면적 20제곱미터 이하이고, 주거 목적이 아닌 경우로 한정한다).'

가설건축물 이주노동자 기숙사 제공 적절한가?
 
 고영인 국회의원실 제공(국토교통부 답변)
ⓒ 최정규
 
지난 12일 고영인 의원은 건축법 관련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에 가설건축물(임시숙소)를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등의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질의했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가설건축물을 주거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가설건축물의 취지와 맞지 않고 이용자 안전 등을 감안할 때 기준에 적합한 건축물로 건축하여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답변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지난 6일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를 통해 내놓은 대책과 완전히 배치된다. 고용노동부는 지차체에 주거시설로 신고된 가설건축물(컨테이너, 조립식 패널)의 기숙사 제공을 그대로 허용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국토교통부의 해석대로라면 달랐다. 애초에 '주거시설로 신고된 가설건축물'은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한다면 해당 지자체가 국토교통부의 해석을 어긴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2016년부터 시민단체의 주장은 동일했다.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그 주장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답변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2018년 1월, "비닐하우스는 기숙사 불허용, 다만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은 허용." 2021년 1월,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 불허용, 다만 비닐하우스 외 가설건축물은 허용."

고용노동부는 국토교통부의 답변이 나온 12일 이후에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비닐하우스'를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농막, 임시숙소 등 일체의 가설건축물을 기숙사로 제공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여 외국인고용법과 근로기준법의 기숙사 조항의 취지를 살리는 방안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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