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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230년을 관통하는 32살 모차르트의 이야기

입력 2021. 01. 14. 19:22 수정 2021. 01. 1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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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음악적 고집과 당돌함이 닮아
모차르트, 음악에 오페라 담아
성악가 소리 상상하면서 연주"
"평생 연주자로 사는것이 목표
사랑과 열정 닮은 삶을 소망"
1월 모차르트로 전국 투어
모차르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선우예권 추천 책 '모차르트, 사회적 초상'

모차르트는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그와 함께했다. 음반에 담지 못한 모차르트 이야기

푸른 별을 가진 영혼, 시간의 틈에 끼워 놓은 아침을 지닌 영혼, 꿈과 노스텔지어의 옛이야기가 소곤대는 정결한 구석들을 가진 영혼은 가장 높은 하늘과 맑은 물길을 품고 있는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이다. 1756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35년의 짧은 생을 살다간 모차르트. 그의 음악은 죽음으로부터 2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우리 곁에 맴돈다. 어떤 음악가는 그의 음악과 함께 하며 인생의 중요한 순간과 시간을 만들기도 한다. 30대 중반에 별이 된 모차르트와 이제 서른둘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만남도 그러하다.

"30대에 들어서며 모차르트가 조금씩 더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2016년 미국에서 독일로 생활을 옮기며 찾아온 변화도 영향을 주었죠. 조용히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들이 삶과 음악에 여유를 선물해주었습니다. 바로 코앞에 두고 보고 듣던 제 음악을 한걸음 뒤에서 볼 수 있게 해주었달까요."

두 사람을 둘러싼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서로를 향한 시각은 둘 사이의 기나긴 시간을 관통하고 있다. 그런 선우예권에게 모차르트는 유난히 더 잘 맞는 옷처럼 보인다. 모차르트는 그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했다. 커티스 음악원에서의 유학 초반, 전 세계에서 모인 재능 있는 친구들 사이 주눅 들어 있던 그에게 처음으로 음악적 자신감을 준 것도 모차르트(소나타 13번)였고, 반 클라이번 콩쿠르 세미파이널 무대에서 함께한 것도 모차르트(협주곡 21번)였다. 콩쿠르 우승 1년 뒤, 같은 무대에서 선보인 리사이틀에서도 그는 모차르트를 선택했다. 그 뒤엔 항상 좋은 결과가 따랐다.

"성격적인 면에서 모차르트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는 철없고 아이 같은 면 외에도 예민하게 요동치는 감정을 지녔으며, 당돌하고, 직설적이고, 솔직했죠. 이런 캐릭터들에 많은 부분 공감됩니다. 저 또한 솔직하고 음악에 있어 고집스러운 편이거든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잘 흔들리지 않고 결국에는 제 생각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편이죠. 원하는 답을 들을 때까지 상대를 설득하기도 하고요.(웃음)"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서

클래식 음악에서 '천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모차르트다. 그는 지금까지도 가장 축복받은 재능의 상징이다. 그러나 당연히 '타고난 것'이라 여겼던 그의 천재성은 시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도 했다. 그의 음악적 탁월함은 생물학적인 것만이 아닌, 그가 살아내야 했던 환경과 시대에 적응하고 저항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모차르트의 음악 안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요동칩니다. 몇 분 되지 않는 짧은 악장 안에도 얽히고설킨 복잡한 드라마가 있죠. 많은 사람이 쇼팽이나 라흐마니노프 같은 후기 낭만 시대의 작품을 더 감성적이고 예민하게 느끼지만, 제겐 모차르트가 더욱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단순한 멜로디 라인에도 인생이 담겼고, 특히 느린 악장을 들으면 살며 느끼는 모든 감정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멜로디 안에 느끼는 다양한 감정이란 여러 경험과 감정의 기억들이 축적되어야 가능한 일일 테다. 선우예권은 어떤 시각의 통로로 모차르트 음악에서 한 편의 인생을 보았던 것일까.

"단순한데 복잡합니다. 그래서 단순한 사람에게는 단순하게, 복잡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복잡하게 느껴지는 음악이 모차르트죠. 그의 음악을 연주할 때면 세포 하나하나가 쉴 새 없이 반응합니다. 2~3마디마다 변화무쌍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하나의 감정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채롭죠. 예컨대 '행복'이란 감정도 단순히 기분 좋고, 유쾌하고, 해맑게만 보는 것이 아니라, 때론 귀엽게 혹은 짓궂게 나타냅니다. 이런 미묘하고 다양한 변화들은 연주자에게 더욱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고요. 모차르트 음악을 '단순'하다 말하지만, 사실 굉장히 '복잡'합니다."

연주자가 한 작곡가를 이해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와 관련된 수많은 문헌을 읽고, 머물렀던 장소를 직접 찾고, 음악 자체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도 한다. 그는 후자를 통해 음악적 영감을 얻곤 한다.

"모차르트는 악보 안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세세하게 제시합니다. 음의 배열이나 화성적 진행만 보아도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죠. 모차르트의 악보를 특히 더 많이, 더 깊이 들여다본 이유입니다. 악보를 통해 답을 찾아가곤 하지만, 그 위에 무언가 적어두는 편은 아닙니다. 기록하는 순간, 노트 안에 제 생각이 갇히는 것 같아서죠. 오히려 비움으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달까요."

◇음반으로 만난 아홉 모차르트

지난해 12월, 선우예권은 첫 스튜디오 앨범 '모차르트'(Decca)를 선보였다. 2017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3년만. 이번 녹음은 독일 노이마르크트 홀에서 5일간 진행됐다. 공간의 울림이 적당할 뿐 아니라, 상주 조율사가 녹음 내내 함께해 피아노의 컨디션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워낙 명반이 많아 고민되었지만, 지금 제 나이에 보여줄 수 있는 모차르트가 분명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보편적으로 '모차르트는 어린 나이에 연주해야 잘 어울린다'고들 하죠. 그러나 '어린아이 같다'는 것은 순간순간 변하는 감정들, 그 모든 감정을 온전히 흡수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건 어느 나이에서도 가능한 일이고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느끼는 감정에 솔직하며 회피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선우예권의 음악적 고집은 특히 느린 악장에서 드러난다. 그는 여느 연주보다 조금 더 느린 템포를 택했다. 정신적으로, 음악적으로 절대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스승 베른트 괴츠케(하노버 국립음대 교수) 또한 그의 해석에 확신을 주었다. 괴츠케는 선우예권의 녹음을 듣고, "지금까지 들었던 그 어떤 연주보다도 좋다.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했다. 자기만의 신념에 확신을 더한 순간이었다.

"모차르트는 피아노 안에 오페라를 담아냈습니다. 소프라노, 테너 등 여러 목소리가 등장하고, 목관악기와 현악기 소리도 들리죠. 그래서 연주할 때 성악가의 목소리를 많이 상상하곤 합니다. 타악기적인 피아노 소리를 노래처럼 표현하기 위해서, 그리고 악보 속 중요한 요소들을 세세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자칫 놓쳐버리기 쉬운 큰 그림은 예민한 귀와 집중력으로 끌어갈 수 있다고 믿었고요. 10년 뒤엔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속도가 제게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그의 음악적 신념은 2020년 12월 30일부터 2021년 1월까지, 6개 도시(대전·부산·대구·서울·울산·제주)로 이어지는 무대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공연에서는 모차르트와 함께 쇼팽을 연주할 예정이다. 쇼팽과 모차르트의 음악은 모든 사람이 쉽게 다가가고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인 언어(Universal language)'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떤 삶을 살고 싶냐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사는 동안은 평생 연주자의 길을 걷고 싶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듣고 문득 한 영상이 떠올랐다. 그 영상 속에는 등이 굽은 한 고령의 노인이 베토벤 월광 소나타 1악장을 연주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노래 '산타 베이비(Santa Baby)'로 유명한 미국의 작곡가 필립 스프링어(1926~)였다. 지그시 눈을 감고 연주를 이어가는 그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동했다.

"평생을 연주자로 산다는 것은 아마 가장 궁극적이면서도 어려운 목표일 테죠. 나이가 들며 여러 가지 어려움이 닥칠 테지만,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음악가의 길을 걷고 싶습니다.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열정적인 연주를 선보이는 것. 제가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삶의 모습입니다."

글=월간객석 이미라 기자·사진=마스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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