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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회복이 급선무.. 대내외 변수 산적 美中갈등 대비해야"

김동준 입력 2021. 01. 14. 19:44 수정 2021. 01. 1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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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제 코로나충격 지속돼
돈 풀어 경기부양 가능성 높아"
"'유동성 장세'서 '실적 장세'로
옮겨가지 못하면 거품 꺼질수도"
"똑같은 지원금 양극화 더 악화"
全국민 재난지원금 반대 많아

바야흐로 '유동성의 시대'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불어닥친 지난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가는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섰다. 특히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 경제 상황에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3200 선을 눈앞에 두고 있고, 집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러나 14일 전·현직 경제 관련 학회장들은 "실물경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아직은 급격한 인플레이션이나,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등 시장에 큰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지만, 실물경제가 회복하지 않고서는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정치 논리에 이리저리 휘둘리지 말고, 경제 논리에 바탕을 둔 정책으로 '기둥'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적완화 올해까지 이어질 것"= 경제 학회장들은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기조가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우리나라 등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만큼,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급격한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가 살아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판단이다.

홍종호 전 한국재정학회장은 "최근 한 웹 세미나 참석했는데,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중앙은행들은 적극적 양적완화와 저금리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 예상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홍 학회장은 이어 "(양적완화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자산 양극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현재 경제 상황이 워낙 어렵다 보니 지금까지 해왔던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결국 부작용은 말 그대로 정책의 '사이드 이펙트'(Side-effect)로 아직 실현되지도 않았다"며 "외려 2019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경기 부진에다, 지난해 코로나19까지 덮치며 깊어진 저물가 추이를 고려하면 '인플레이션의 긍정적 측면'도 다소 필요하다"고 했다.

원용걸 한국국제금융학회장은 "통화량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실물경제에서 큰 변화가 없다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를 내세웠다. 다만 "문제는 서비스 쪽 수요가 너무 위축돼 있어 (당장)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수요 정상화를 전제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해졌다는 인식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위축된 소비가 다시 서비스 수요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장기적으로 닥쳐올 수밖에 없는 금리 인상 등 여파에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은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을 감안하면 경기부양책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중에 이를 주워담아야 하는 단계도 필요하게 된다"며 "사람을 예로 들자면, 아플 때 스테로이드를 단기책으로 쓰지만, 장기적으로는 끊고 회복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듯이, 재정지출을 엄청나게 쏟아붓고 나면 이를 치료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금리가 다시 올라 대출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나친 대출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문성 한국국제통상학회장은 "단적으로 현재 주식시장을 보면 알겠지만, 저금리 때문에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라며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간 괴리로 경제 불확실성은 매우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강 학회장은 "코로나19로 경기가 나빠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 완화를 할 수 있지만, 자칫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간 괴리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계속 모니터링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인플레이션이 올지 여부는 나라마다 사정이 다른 것 같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시기가 나라별로 다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 학회장은 "미국은 이미 접종을 시작했기 때문에 최소한 하반기 정도에는 경기회복이 기대가 되는 상황"이라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오르기 시작했고, 12개 지역 연방준비제도 중 몇몇 의장들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도 언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아직 접종을 시작하지도 못한 탓에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침체로 인한 디플레이션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2030 빚투 우려"…好전망도 혼재= 학회장들은 최근 빚어진 주식투자 열풍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하지 않았다. 지금의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옮겨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버블'이 갑자기 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정근 학회장은 "지금의 주식시장은 과열됐다고 볼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정부에서 '규제 3법' 등을 통과시킨 상황이다 보니, 기업 투자 활성화도 어려워 보이고, 실적 장세로 넘어가기 힘들 것"이라며 "실적 장세로 연결되지 않으면 (주식시장은) 붕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용걸 학회장도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가 언급한 '투기적 버블'을 예로 들면서 "돈 갈 곳이 주식시장밖에 없다는 판단이 기저에 있지만, 주식에 대한 본질적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 학회장은 "경제는 사이클"이라며 "유동성도 올해 안에 줄어들지, 언제 줄어들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누가 먼저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는가 하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실물경제가 뒷받침된다면 주식시장 활황을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견해도 나왔다. 홍종호 전 학회장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실물경제가 받쳐줘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은 없지만 테크, 전자, 재생에너지 등 실물에서 이른바 '잘 나가는' 산업군의 주가는 '실체 없는 버블'로 보기는 힘들지 않나 싶다"며 "각국 정부가 관련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하다 보니 전망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 안팎 변수 산적…전국민 재난지원금 반대"= 학회장들은 올해 경제회복에 있어 다양한 대내·외 요인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인호 학회장은 "물론 시장이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질서 유지를 목표로 다소 규제가 필요하지만,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등 국회 움직임이 경제 회복에 호의적인 것은 아닌 듯 보인다"며 "현장에서 근로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본 방향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무조건 사장을 형사 처벌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정 정책이 옳은 방향인지와 효율적으로 구성됐느냐는 다른 얘기"라고 했다.

강문성 학회장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지도 봐야 한다"며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무역정책을 펴겠지만, 어느 정도 중국을 견제하는 통상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통상 압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이어진다는 가정 아래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을 필두로 논의되고 있는 '전(全)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의견이 강했다. 이 학회장은 "(전 국민 지원금은) 양극화를 더 부추기는 제안"이라고 강력한 반대 의견을 내놨다. 전 국민에 지원금을 주면 "이미 위에 있던 사람들은 펄펄 날고, 아래 계층은 더 한계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K자 양극화 회복'은 어떻게 보면 경제충격에 따른 증상"이라며 "양극화가 왜 일어났는지 문제를 잘 들여다보고 해소해야 하는데,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지원금을 주면 'K자'를 더 악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 학회장 역시 "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한다 해도, 기존에 가지고 있는 부(富)를 대체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며 "(3차 재난지원금처럼) 소상공인 등 피해계층에 '핀포인트'로 지급하는 게 옳다"고 제언했다.

김동준·은진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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