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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형제 '집콕생활' 전쟁 같은 나날에도 속마음은 '그만 커라' 바란단다"

김경애 입력 2021. 01. 14. 19:46 수정 2021. 01. 1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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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축하합니다] 도도도 브라더스에게 엄마가 주는 글
‘도도도 브라더스’가 모처럼 폭설이 내린 지난 10일 파주의 한 눈썰매장으로 외출을 나갔다. 오른쪽부터 김도윤·도언·도이군. 김미나씨 제공

나의 사랑, 나의 보물, 도도도 브라더스, 도윤·도언·도이 삼형제에게.

우리 가족, 기대와 설렘을 가득 안고 새 보금자리로 이사 왔는데, 코로나19로 도윤이가 기다렸던 학교는 몇 번 가지도 못하고 어느새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왔구나. 신나게 뛰어놀아야 할 4살·6살·8살인데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어느새 어른들보다 마스크를 잘 쓰고 생활하는 너희들을 보니 너무 안쓰럽기만 하다.

돌이켜보니, 우리 가족은 코로나19 덕분에 정말 딱풀처럼 딱 붙어 지냈구나. 삼형제가 불타오르는 에너지를 집 안에서만 뿜어내다 보니 하루하루가 전쟁이고 일주일이 월화수목금금금 같았단다. 복작복작 삼시세끼를 해 먹으며 설거지하고 뒤돌아서면 다시 밥 먹을 시간이니 하루가 짧은 것 같으면서도 너~무 길다. 엄마는 ’이놈들아 빨리 좀 커서 알아서 해라‘라고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말했던 것 같아. 그래도 1년새 훌쩍 커버린 너희들 모습을 보며 ‘그만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엄마가 아직 덜 힘든가보다.

삼형제 ‘도삼이’ 엄마에게 2020년은 정말 못 잊을 해가 됐다. 동네에서 삼형제 엄마는 ‘아이언 우먼’이라는 별명이 생길 만큼 분 단위 삶을 살고 있잖아. 학교와 어린이집이 모두 달라, 아침마다 세 곳에 너희를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청소와 빨래를 하고 틈내 운동도 다녀오고, 혼자 아침 대충 먹고 커피 한 잔 하려고 시계를 보면 어느새 초등 1학년 도윤이의 하교 시간. 학원 데려다주고 1시간 뒤 다시 데려오면, 이제 도언이와 도이 하원 시키고, 저녁 준비 하고 먹이고 씻기고 숙제와 학습지를 봐주고 나면 하루가 순식간이다. 정말 1분도 앉아 있을 틈이 없어 엄마는 웃으며 외치곤 한다. “다음생엔 나 혼자 산다!!”

하루하루가 고되지만 잠자기 전 오늘 하루를 돌이켜보면 못 해주고 화냈던 엄마의 모습에 반성하고 너희들이 있어 삶의 행복도 많이 느낀단다. 지 나고 나면 힘든 이 순간도 그리워질 테니, 엄마가 더 열심히 키워볼게.

엄마 김미나(뒷줄 왼쪽)·아빠 김세명(뒷줄 오른쪽)씨는 서울 남가좌동에서 4살 도이·6살 도언·8살 도윤 ‘삼형제’를 키우고 있다. 김미나씨 제공

큰아들 도윤아. 우리 가족을 탄생하게 한 너. 우리 아기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 양가 첫 손주로 태어나 가족들 사랑을 가장 많이 받으며 자랐는데 어린 너에게도 동생이 둘이나 생겼네. 큰형이니까 항상 양보하고 다그쳐서 미안해. 너도 아기인데 말이야. 그래도 항상 모든 일에 책임감 느끼고 성실하게 행동해줘서 대견하단다. 도윤이가 태어나 처음 안았을 때 엄마는 네가 너무 소중해 만지면 닳아버릴까 아까워 만지지 못했어. 엄마는 널 처음 안았던 그 순간은 평생 못 잊을 거야.

‘마이 언블리’ 둘째 도언아. ‘엄마 냄새가 가장 좋아’라고 말하는 너. 엄마는 도언이와 함께 있으면 안식처처럼 마음이 너무 편해져. 형과 동생 사이에서 억울한 것도 많은데 야무지게 알아서 잘 커주고 있어서 기특하고 고마워. 우리 도언이는 엄마에게 딸같은 아들이야. 알지?

막내 귀염둥이 도이야. 태어나서 6개월 때 세균성 뇌수막염에 걸려 한 달간 병원 생활에 죽을 고비를 넘겼지. 후유증으로 청력을 많이 잃은 걸 알았을 때 엄마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그래도 누구보다 개구쟁이인 너! 언제 아팠냐는 듯 지금도 하루가 멀다고 사고치고 다쳐 119를 타고 병원에 가는 너! 우리 도이가 엄마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라고 가르쳐주는 것 같아. 도이야, 든든한 형이 둘이나 있으니 지금처럼 씩씩하게 잘 살겠지! 엄마는 항상 우리 도이의 버팀목이 되어줄게. 건강하자 우리 도이.

그리고 돈 벌어오는 우리 집 ‘큰아들’ 세명씨, 아들 셋과 아내 먹여 살리느라 고생이 많아요. 지금은 삼형제도 어리고 손이 많이 가서 힘들지만, 우리 건강하게 도도도 브라더스와 행복하게 살아봅시다. 조금만 더 고생하면 언제 저놈들이 이렇게 컸냐며 하하하 웃으며 다리 쭉 뻗고 편하게 자는 날 올 거예요. 항상 고맙고, 사랑해요.

서울/엄마 김미나

‘축하합니다’ 원고를 기다립니다 <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4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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