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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사원의 에너지정책 감사, 탈원전 기조 손상은 안 돼

입력 2021. 01. 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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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감사원이 11일부터 산업통상자원부를 상대로 에너지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2017년 12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2019년 6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수립 절차가 적정했는지를 따져보기 위해서다. 정갑윤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제기한 공익감사 청구 중 일부를 받아들인 결과이다.

정 전 의원의 주장은 문재인 정부가 세운 제8차 전력수급계획(원전 비율 11%)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수립한 상위 개념의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원전 비율 29%)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즉 에너지기본계획을 바꾸기도 전에 하위 기준인 전력수급계획부터 바꿔 탈원전을 밀어붙인 만큼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뼈대로 한 정부정책이 절차적으로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에너지 정책 수립에 절차적 하자가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감사 제기에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음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에너지기본계획은 5년마다 수립하는 국가 에너지정책의 최상위 기준이다. 전력수급계획도 에너지기본계획 아래 짜인다. 산업부도 ‘상세설계도’인 전력수급계획이 ‘기본설계도’인 에너지기본계획의 하위 개념은 맞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전력수급계획이 반드시 기본계획에 귀속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상황에 맞춰 상세설계도는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수급계획을 세우기 전 ‘에너지 전환로드맵’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기 때문에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 대해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감사의 초점을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 오로지 에너지정책 수립 과정이 적정한지에 맞췄다. 그런데 국민의힘 등 보수세력은 연일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력수급계획 수립이 불법이라고 예단해놓고 감사원에 그것을 입증하라며 압력을 넣고 있다.

감사원은 앞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를 놓고 큰 홍역을 치렀다. 1년여 가까이 감사를 끌다 지난해 10월 결과를 발표했는데, 감사 결과가 명쾌하지 않고 본류를 벗어났다는 비판이 만만찮다. 원전의 안전성·환경 친화성·지속 가능성 등을 감안했야 했는데 경제성만 따졌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절차에 대해서는 꼼꼼히 감사하되 친환경·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대의는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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