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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논 남파 "41년 전 광주처럼..태국도 절박하게 싸우고 있다"

강현석 기자 입력 2021. 01. 14. 20:39 수정 2021. 01. 1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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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태국 인권운동가 아논 남파 선정

[경향신문]

태국의 민주화운동을 이끌고 있는 인권운동가 아논 남파가 지난해 태국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1 광주인권상 심사위원회’는 14일 아논이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5·18기념재단 제공
젊은 변호사로 반정부 집회 주도
금기인 ‘군주제 개혁’ 처음 주장
‘왕실 모독죄’로 경찰 조사 앞둬
2년마다 시상 특별상에는 인니
‘워치독 다큐멘터리메이커’ 선정

지난해 8월3일 태국 방콕 민주기념탑 앞에 200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반정부 집회에서 젊은 변호사 아논 남파(36)가 연단에 올랐다. 그는 “군부정권 당시 만들어진 헌법은 국왕에게 지나친 권한을 주어 국왕이 직접 일부 군부대를 지휘·감독할 수 있고 왕실자산국(CPB)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는 민주적 입헌군주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국에서 왕실의 권위는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만으로도 ‘왕실모독죄’(형법 112조)로 최대 15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왕실 비판이 ‘금기’였던 태국에서 공개적으로 ‘군주제 개혁’을 주장한 것은 아논이 처음이었다.

그의 연설 이후 태국 내부에서 ‘군주제 비판’이 이어졌다. 탐마삭대학교 학생들은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전국 곳곳에 ‘군주제 반대’ 조형물이 세워졌다. 아논은 결국 지난해 11월 “왕실모독 혐의로 조사를 받으라”는 경찰의 소환장을 받았다. 태국 당국이 왕실모독죄를 적용한 것은 거의 3년 만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태국의 민주화운동을 이끌고 있는 인권운동가 아논이 ‘2021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광주인권상은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하고 인권과 통일, 인류 평화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수여된다.

‘2021광주인권상 심사위원회’는 14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군주제 개혁을 위한 개헌과 민주주의 확립을 요구하는 아논의 연설은 태국 민주화운동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아논은 2008년부터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인권활동가들을 위한 무료 법률지원을 해오고 있다. 2014년에는 ‘저항하는 시민’이라는 민주화운동 단체를 공동으로 창립하기도 했다. 2018년 군부정권 퇴진과 총선을 요구하는 ‘우리는 선거를 원한다’는 운동의 주역으로도 활동했다.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41년 전 광주와 마찬가지로 태국도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많은 시민들이 절박하게 싸우고 있다”면서 “광주인권상이 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2년마다 시상하는 광주인권상 특별상에는 인도네시아의 ‘워치독다큐멘터리메이커’가 선정됐다. 2009년 설립된 이 단체는 인권과 민주주의·환경·여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조명한 200편 이상의 다큐멘터리와 700편이 넘는 TV시리즈를 제작했다.

모든 작품은 무료로 제공돼 인권단체들과 학교에서 캠페인과 교육 자료로 활용된다. 인권문제를 다른 다수의 작품은 인도네시아 인권 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심사위원회의 판단이다. 시상식은 5·18 41주년 기념일인 오는 5월18일 열릴 예정이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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