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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코로나 상담..소외받는 농아인들

박채영 기자 입력 2021. 01. 14. 20:40 수정 2021. 01. 1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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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우울 심리 상담, 수어통역 없이 대부분 전화로 진행
농아인들 "수어통역·문자 상담 받을 권리 보장해달라" 호소

[경향신문]

“코로나19 때문에 수어로 대화가 잘 통하는 친구들을 만나기가 어려워졌어요. 수어로 대화할 때 몸짓과 제스처가 중요하거든요. 저는 전화를 못하니까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없었어요. 또 가까운 지인이 지난해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우울증이 왔지만 수어나 문자로는 비대면 상담을 할 수 없었어요.”

청각장애가 있는 A씨는 지난해 10월 장애인 인권단체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청각장애인도 정부가 제공하는 ‘코로나 우울 심리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화 위주의 상담시스템을 개선해 문자와 영상 수어통역 서비스도 제공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석 달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A씨는 14일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심리상담을 하고 싶어도 무조건 전화만 하라고 해서 농인들에게는 비대면 상담이 벽에 가려져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비대면 심리지원 서비스도 A씨에게는 먼 일처럼 느껴진다. 복지부는 지난 6일 ‘코로나19로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비대면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적극 이용해 달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24시간 운영하는 직통번호(1577-0199)로 연락하면 정신건강전문요원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 국가트라우마센터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문가 심층상담을 신청할 수 있지만, 실제 상담은 전화통화로만 이뤄져 청각장애인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내고 “복지부는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대상으로 비대면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는데, 전화를 할 수 없는 우리 농인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복지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비대면 심리지원 서비스를 실시한다면 농인 역시 영상 수어통역이나 문자로 비대면 심리지원 서비스를 지원받을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대체 수단으로 정신건강자가검진, 마음프로그램 등 심리상담 애플리케이션(앱)이 존재하지만 간단한 질문을 토대로 단순히 심리 상태를 진단해주는 데 그친다. 청각장애가 있는 한국농아인협회 활동가 방혜숙씨는 “앱을 깔아봤지만 제가 상담받고 싶은 내용과 다른 기본적인 상담만 제공해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수어통역사를 대동해 직접 병원에 가서 심리상담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로 수어통역 서비스 제공에 제한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 수어통역센터는 응급실, 경찰서 등에서 행해지는 긴급한 상황 외에는 ‘대면 통역’을 중단하고 ‘영상 통역’만 지원하고 있다. 수어통역사에게 영상통화를 연결해 휴대전화 속 수어통역사가 의사의 말을 듣고 통역해주는 방식이다. 방씨는 “투명 칸막이가 있거나 상대가 마스크를 쓰면 말이 잘 안 통한다.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에 가도 사정은 똑같다”고 말했다.

이두리 복지부 정신건강관리과장은 이날 복지부의 ‘온 국민 마음건강 대책’ 브리핑에서 “비대면 심리상담을 보완해 문자상담이나 영상상담을 하려 한다”면서 “수어통역이 영상으로도 이뤄질 수 있도록 올해 안에 비대면 심리지원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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