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올려주세요"..쿠팡에서 노동자들이 쓰러진다

윤상문 2021. 1. 1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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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그런가 하면 쿠팡의 물류 센터에서 밤샘 근무를 마친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회사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지난 8개월 동안 쿠팡의 비정규직 세 명이 이렇게 돌연사 했는데 사인이 모두 심근 경색으로 추정됩니다.

대체 물류 센터의 노동 환경이 어떻길래 이런 죽음이 잇따르고 있는 건지 윤상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1일 새벽, 쿠팡물류센터에서 숨진 채 발견된, 51살 여성 최 모 씨가 마지막 길을 떠납니다.

최 씨는 요양병원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지난 달부터 언니와 함께 쿠팡에서 물품을 선별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6번째 출근날.

저녁 6시부터 새벽 4시 반까지 밤샘 작업을 한 뒤 들른 화장실, 최 씨는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쓰러진 동생은 함께 일을 나온 언니가 발견했습니다.

[故 최 모 씨 언니] "그날도 힘들다고 안했어요. 오히려 제 눈이 빨갛다고 '언니 힘들어서 어쩌냐'고. 미안하죠. (동생) 애들한테도 미안하고…"

지난해 5월엔 인천물류센터에서 40대 계약직 노동자가 역시 새벽에 화장실에서, 10월엔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20대 일용직 노동자가 퇴근 뒤 숨졌습니다.

8개월 사이, 쿠팡 물류센터와 관련된 비정규직 노동자 3명의 연이은 돌연사입니다.

사인은 모두 심근경색으로 추정됩니다.

유족과 노동자들은 잇단 죽음의 배경에 악명 높은 작업 관리 시스템이 있다고 지목합니다.

쿠팡에선 한 사람이 1시간에 몇 개의 물건을 처리했는지를 'UPH'라는 수치로 측정합니다.

각자 가지고 다니는 단말기에는 이 수치가 실시간으로 뜹니다.

[쿠팡 동탄물류센터 근무자] "집품(물건 선별)하고 이동하는 시간까지 합쳐서 5분에 한 번 씩은 (단말기를) 보는 것 같아요 최소. 좀 신경이 쓰이죠."

이 수치가 낮아지면 하위 성과자들은 그 때 그때 공개적으로 호출을 당합니다.

[쿠팡 안내 방송 (2018년 9월)] "속도 올려주세요. 다시 한 번 명단에 올라오시는 분들은 관리자들이 조치하겠습니다. 사원님들 속도 좀 올려주세요."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됐지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쿠팡 동탄물류센터 근무자] "마감 건 같은 경우, 특정 (노동자 관리) 번호 불러서 '이거 빨리 해주세요'라고 (방송을 해요.)"

하위 성과자는 재계약을 할 수 없고, 반면 상위 성과자는 인센티브를 받거나 계약직 전환이 유리하다는 현장 근로자들의 설명.

쉴새 없이 일하게 만드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쿠팡 부천물류센터 근무자] "쉬엄쉬엄하는 분위기가 없어요. 계속 일해요, 계속. 그 분위기를 따라가게 되잖아요."

[쿠팡 동탄물류센터 근무자] "(UPH 수치상) 속도를 올려 놓은 상태에서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요."

더 큰 문제는 기준 작업량 자체가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것.

[쿠팡 부천물류센터 근무자] "(원래 기준이 1분에 2개였는데) 2021년 들어서, 3개를 집품(선별)하라고 했거든요. '1분에 3개 이상 집품하세요'라고."

하지만 쿠팡 노동자의 절대 다수가 일용직과 계약직이고, 코로나19 사태로 너도나도 일을 하려다보니 누구 하나 목소리를 내기 힘듭니다.

[쿠팡 동탄물류센터 근무자] "원래 직장이 있었는데, 잘리고 이러다 보니까. 힘든데 일할 데가 없으니까 돈 벌려고 버티는 거죠."

쿠팡의 매출액은 2018년 4조 4천억 원에서 지난해엔 11조 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주희/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 "(쿠팡이) 굉장히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내걸고 있지만, 그 혁신의 내용은 굉장히 퇴행적인 방식이고. 제대로 정부가 규제하지 않으면 거의 공룡기업이 된 쿠팡을 정부가 손댈 수 있을 것인가…"

과도한 노동 강도로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거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 쿠팡 측은 "생산성 확인지표는 개인 업무량을 평가하는 데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노동자들은 원하는 대로 근무 일자와 업무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서두범, 박주영, 나경운, 독고명 / 영상편집: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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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문 기자 (sangmo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058249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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