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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 박근혜는 사면을 원하지 않는다

오병상 입력 2021. 01. 14. 20:44 수정 2021. 01. 1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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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사법절차까지 모두 거부해와..반성하란 말 안통해
최장집 '통치행위엔 정치적 고려가 중요'..사면도 그렇다
'국정농단·특활비' 박근혜 징역 20년·벌금 180억원 확정. 사진은 2017년 9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연합뉴스


1.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가 14일 마무리됐습니다.

대법원 선고는‘국정농단’유죄로 징역 20년입니다.
별도로‘새누리당 공천개입’유죄 확정된 2년을 더하면 모두 22년. 이미 3년 9개월 형을 살았기에 남은 형을 모두 마치면 2039년 만기출소합니다. 87세.

2.
형이 최종확정되자‘사면’논란이 끓어올랐습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연초‘적당한 시기 사면을 대통령에 건의하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14일 사면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신년 기자회견 때 질문할 거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대통령이 다음주쯤 밝히겠다는 얘기입니다.

3.
그러니 정치권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크게 4가지.

-사면반대. 무죄석방하라. (태극기 세력)
-국민통합 차원에서 사면하라. (유승민 주호영 등 야당 정치인들.)
-당사자의 사과와 반성이 먼저다.(이낙연 우상호 등 여당 정치인들.)
-사면반대. 촛불 무시말라.(친문 세력)

4.
당사자 박근혜의 반응은 알 길이 없습니다.

박근혜는 사실상 재판 자체를 거부해왔습니다.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았고, 법정에 출석도 않았습니다.
박근혜는 탄핵 직전인 2017년초 극우 유투버와 인터뷰에서 분명히 얘기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은 거짓말로 쌓아올린 가공의 산이다.기획한 세력 있다.’

5.
박근혜는 사건 자체는 물론 이후 사법절차까지 모두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이런 박근혜에게 ‘사과하면 사면해준다’는 말이 통할까요?
어림 없죠. ‘반성 먼저’는‘사면반대’입니다.
박근혜가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여러모로 짐작됩니다.

6.
예를 들어, 국정원장 특수활동비 같은 경우 박근혜가 억울해 할만한 대목입니다.

14일 서울고법은 박근혜 정권 국정원장 3명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전달함으로써 국고를 손실한 죄입니다.
사실 국정원장 특수활동비는 청와대의 비자금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속칭 통치자금을 드러내놓고 예산편성하기 곤란하니까 세목이 드러나지 않는 국정원 특활비에 숨겨놓은 겁니다.

7.
국정원장들에 대한 유죄가 확정되는 과정도..박근혜로선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당초 2심에선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에 해당된다’며 파기환송해 이번에 다 유죄가 됐습니다.

8.
사면은 당사자 뜻과 무관합니다. 대통령 뜻입니다.

정치인에 대한 사면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판단입니다. 대통령이 책임까지 도맡아야하는‘고유권한’입니다.
그러니까 박근혜 사면이 정치적으로 필요한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하면 됩니다.

9.
워낙 찬반이 극심하니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진보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말이 합리적 기준 같습니다. (11일 시사저널 인터뷰)

‘촛불 연장선에서 탄핵시킬 수 있어도..사법처리까지 한 건 곤란했다.’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대해선 정치적 고려도 중요하다.’
‘법적 기준만으로 대통령을 가둬두는 건 한국정치문제를 악화시키는 일이다.’

10.
사법은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영역입니다.

법조문에 따르면 회계관계직원이어야 유죄가 되니까요. 그러나 법전 밖 세상에서 누가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인지 생각이나 해봤을까요.

그런 사법에 정치를 맡기니 한국정치문제가 악화되는 겁니다.
최장집 말처럼 ‘정치적 고려’를 해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202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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