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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뇌물죄 그대로 확정하고..직권남용은 엄격 해석 '10년 감형'

조윤영 입력 2021. 01. 14. 20:46 수정 2021. 01. 1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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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심과 파기환송·재상고심, 징역 22년 확정

대법원은 14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에서 뇌물·직권남용 혐의 등을 유죄로 확정하며 3년9개월 동안 이어진 사법처리 절차를 마무리했다. 탄핵된 뒤 2017년 4월 구속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법원은 1·2·3심과 파기환송심, 재상고심에 이르기까지 다섯번의 판단을 통해 총합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과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으로 나뉘어 상고심까지 진행됐다가 파기환송심에서 합쳐졌다. 국정농단 사건 1심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함께 대기업에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하고 삼성그룹에서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비를 받은 혐의를 인정해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2심에선 일부 뇌물 혐의가 추가 인정돼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으로 형량이 늘었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은 1심에서 징역 6년, 2심에선 징역 5년이 선고됐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의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등이 일부 무죄로 뒤집혔고, 이날 대법원은 원심을 모두 확정했다.

뇌물죄 그대로 최종 확정

이날 재상고심에서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는 최종 확정됐다. 국정농단 사건 2심에서 추가로 인정된 ‘삼성그룹에 영재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을 요구한 뇌물죄’도 유지됐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에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약속받고 70억원을 받은 혐의도 함께 확정됐다. 롯데그룹과 에스케이(SK)그룹에 케이스포츠재단 출연금으로 각각 70억원, 89억원을 요구한 뇌물죄도 인정됐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에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금으로 204억원을 요구한 혐의(직권남용·강요)는 1·2심에 이어 파기환송심도 무죄로 판단했고 이날 그대로 확정됐다.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따로 건넨 특활비 2억원도 뇌물로 확정됐다. 남재준·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이 건넨 특활비 34억5천만원에는 국고손실죄가 적용됐다.

대법, 직권남용죄 엄격히 해석

검찰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만 재상고함에 따라 재상고심 쟁점은 박 전 대통령의 문화예술인 배제 지시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행위인지로 좁혀졌다. 앞서 파기환송심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임직원이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에게 책임심의위원 후보자 명단을 보낸 행위가 ‘의무 없는 일’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해야 하지만 공무원의 업무와 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 심의에 부당 개입한 혐의 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취지의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도 “파기환송심은 지난해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판단 기준을 적용해 일부 직권남용 부분을 무죄 판단했고, 대법원은 이런 판단을 수긍한다”며 파기환송심 판단을 유지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사건에서 “행정기관의 의사결정과 집행은 협조를 거쳐 이뤄지는 게 통상적”이라며 “한쪽이 상대방의 요청을 듣고 협조하는 등의 행위를 ‘의무에 없는 일’로 단정할 수 없다”며 직권남용죄 적용에 엄격한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직권남용 무죄 확정돼 징역 10년 줄어

파기환송심에서 강요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고 재상고심도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직권남용죄를 엄격하게 해석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파기환송 전에 견줘 크게 줄었다. 파기환송 전 항소심 선고 형량은 징역 30년에 벌금 200억원이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들의 유죄는 그대로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이 지케이엘(GKL·그랜드코리아레저)에 더블루케이(K) 매니지먼트 계약 등을 요구하고, 이아무개 하나은행 본부장 임명에 개입한 혐의 등도 일부 유죄로 확정됐다.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넘긴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유죄도 유지됐다. 선고 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 뇌물공여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도 합당한 판결이 선고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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