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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자 기준' 없애 제2 방배동 모자 비극 막는다

김향미 기자 입력 2021. 01. 14. 21:03 수정 2021. 01. 14.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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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기초보장제 보완
2300여가구 추가 지원

[경향신문]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빈곤가구를 지원하는 ‘서울형 기초보장제’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한다고 14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서초구 방배동에서 발달장애 아들을 둔 60대 여성이 생활고로 숨진 뒤 5개월간 방치됐다가 발견된 이른바 ‘방배동 모자’ 사건이 복지제도 미흡의 결과라고 인정하고, 시 차원의 재발방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방배동 모자’ 사건의 60대 여성 A씨는 정부의 국민기초생활수급제 대상자로 월 약 28만원의 주거급여를 받았다. 그러나 부양의무자 재산·소득 기준을 따지는 생계·의료급여는 받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공과금 연체’를 위기가구의 신호로 읽고 각 지자체에 명단을 보내 방문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지만 A씨는 기존 제도 수혜자(기초생활수급자)로 이 명단에서 제외됐다. 관할인 서초구는 자체적으로 복지 사업을 시행하고 있어, 이웃살피미·지킴이 등 서울시가 자치구에서 실시하는 주민관계망사업에도 빠져 있었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메우는 게 이번 서울시 대책의 핵심이다. 정부는 2022년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예정인데, 그에 앞서 서울시가 우선적으로 서울형 기초보장제에서 이 기준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시는 지난달 31일 복지부에 폐지 협의를 요청했고, 승인이 나면 곧바로 시행한다. 또한 정부에 조기 폐지를 건의했다.

2013년부터 시행 중인 서울형 기초보장제는 현재 소득(중위소득 45% 이하)·재산(1억3500만원 이하) 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 등에 부합하면 생계급여(현재 4인 가구 기준, 약 24만~73만원)를 받을 수 있다. 관내4168가구가 지원을 받고 있으며,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면 2300여가구가 추가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형 기초보장제는 정부의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탈락한 시민들을 지원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로 A씨와 같은 사례라면 서울형 생계급여도 받을 수 없다. 김선숙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이 같은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서울시가 먼저 시행하면 정부의 부양의무제 폐지를 선도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기존 복지 정책들도 정비·보강하기로 했다. 복지부에 ‘공과금 연체자’ 명단에 기초생활수급자 등 기존 수혜자를 추가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이와 관련해 시 자체 조사에 들어간다. 또한 현재 가사나 식사, 동행 지원 등 ‘돌봄SOS 서비스’의 자격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비용 지원 자격도 심사가 오래 걸리거나 애매할 땐 ‘선 지원 후 검증’을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현재 25개 자치구별로 각각 취약계층을 점검·지원하고 있는 것을 시에서 통합·관리하기로 했다. 여러 조직을 통해 활동하는 주민 복지공동체는 ‘명예사회복지공무원’과 ‘이웃살피미’ 등 2개로 통합된다. 시는 코로나19로 대면 방문이 어려워진 만큼, 스마트 기기 보급 등으로 취약 노인 및 중장년 1인 가구 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또 노숙으로 내몰린 취약계층을 찾기 위한 거리순찰 및 상담 인력도 대폭 늘린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연간 8시간 의무교육을 받게 된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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