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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숨까지 가난..삶도 죽음도 외로웠던 이들

강희연 기자 입력 2021. 01. 14. 21:16 수정 2021. 01. 1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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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부터 전해 드리는 소식은 마주하기가 쉽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면할 수도, 또 외면해서도 안 되는 이야깁니다. 가족이 없거나 혹은 가족이 장례를 포기해 쓸쓸히 세상을 떠난 무연고 사망자들의 이야깁니다. 세상과 단절된 채 가난한 삶을 살아왔고 코로나19로 일감이 줄어들자 굶주림의 시간은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끝내 마지막 숨마저 가난했습니다.

먼저 강희연 기자입니다.

[기자]

예순네 살 장모 씨가 살던 서울 영등포 월세방입니다.

장씨는 이곳에서 숨진 지 일주일 뒤에 발견됐습니다.

[고 장모 씨 지인 : (시신 발견) 열흘 전에 전화를 했는데 통화가 안 되더라고. 창문을 열어 봤더니만, 이렇게 누워 있더라고.]

목수로 일하던 장씨는 하루 번 돈으로 하루를 살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쉬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건강이 안 좋았던 장씨는 굶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집주인 : 코로나 이후에 계속 지금 일을 못 하고. 일을 하면 한 끼라도 먹잖아요.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더 살 수 있었는데.]

장씨가 세상에 남긴 건 체납된 건강보험료 40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홀로 어렵게 살았지만, 기초수급자가 아니어서 지자체의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

[주민센터 : 본인이 동의를 하고 (기초수급자) 신청을 해주셔야 자료들이 다 와요.]

유족은 장씨의 장례를 포기했습니다.

[집주인 : 누가 생전 여기 한번도 찾아온 사람이 없었거든요. 혼자였었어요, 여태껏.]

일흔네 살 김모 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북구 임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홀로 대장암과 싸웠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사업에 실패한 뒤 20년 넘게 혼자 살아왔다"고 말합니다.

코로나 이후 이웃과의 왕래도 끊어졌습니다.

[주민 : 얼굴 본 거는 2번 봤어. 수박을 샀는데 너무 커서 혼자 다 못 먹겠다고 좀 가지고 가라고 (그러시더라고요.) 코로나 터지기 전에. 그러고는 못 봤지.]

김씨를 찾는 사람은 요양보호사뿐이었습니다.

거동조차 어려워 요양원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노인 장기요양등급 심사 결과를 기다리다 숨졌습니다.

[요양사 : 혹시 자녀 있으세요, 그랬더니 '지금은 없지'라는 말이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이들의 죽음은 마지막 숨까지 가난했습니다.

장씨와 김씨의 장례는 지자체의 손에 맡겨져 '공영장례'로 치러졌습니다.

빈소부터 화장까지, 세상과 작별하는 시간은 채 3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공영장례 관계자 : 이제 가야만 하는 여행길은 덜 외로웠으면 합니다. 이제는 편히 안녕히 가십시오.]

(VJ : 최준호·남동근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신귀혜·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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