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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답게..막판 '친기업·반환경 정책' 무더기 대못

이효상 기자 입력 2021. 01. 14. 21:27 수정 2021. 01. 14.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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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종사자, 독립계약자 분류..에너지·환경 규제 완화
대선 뒤 47건 개정 '최다'..바이든, 취임날 '효력 정지' 예상

[경향신문]

일주일 뒤면 백악관을 떠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행정부 차원의 규칙·규정 개정에 몰두하고 있다. 우버 드라이버 등 플랫폼 종사자들을 기존 법의 보호를 못 받는 ‘독립계약자’로 분류하거나, 환경정책을 만들 때 완전히 공개 가능한 과학적 자료만 참고하도록 하는 규정 등이다. 지금껏 못 지킨 공약을 막판에 몰아서 처리하고, 동시에 차기 정부의 정책에 대못을 박으려는 의도다.

미국의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는 트럼프 정부의 임기 막판 밀어내기 정책인 ‘심야규정(midnight regulation)’ 처리 현황을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는 대선 후 지난 12일까지 총 47건의 규정 개정을 완료하거나 새로 시행했다. 심야규정은 11월 초 대선부터 다음해 1월20일 차기 대통령 취임 때까지 2개월여 기간에 만들어진 정책을 말한다. 국회를 거쳐야 하는 법안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바꿀 수 있는 규칙·규정 등이 그 대상이다.

이 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의 막판 정책은 에너지, 금융, 플랫폼 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한 탈규제로 요약된다. ‘친기업, 반환경’이란 트럼프 정부 국정 방향을 보여주는 정책들이다. 특히 환경 관련 규정이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6일 시행에 들어간 투명성 강화 규정이 대표적이다. 이 규정은 환경정책을 만들 때 수행하는 연구용역에 공개 가능한 자료만 사용하도록 했다. 공개할 수 없는 개인 의료 정보를 사용하는 연구는 수행이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집권 초에 시도했다가 불발된 정책을 막판에 밀어넣은 경우도 있다. 미국의 철새조약법은 철새를 죽인 사람을 처벌하는데, 트럼프 정부는 집권 1년차인 2017년 새를 의도적으로 죽인 사람만 처벌하도록 행정 해석을 변경했다. 이 해석 변경과 관련한 소송에서 패소하고도, 규정을 또 개정한 것이다. 석유 시추 등 산업현장에서 설비에 부딪혀 죽는 철새가 많은데, 기업에 면죄부를 주려한 것이다.

먼 미래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정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지난달 말 트럼프 정부는 우버나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도어대시 등에서 일하는 플랫폼 종사자들을 ‘노동자’가 아니라 ‘독립계약자’로 취급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이들을 노동자로 볼지, 개인사업자로 볼지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못을 박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플랫폼 종사자들은 야근을 해도 연장근무수당을 못 받고,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 대선 이튿날이었던 지난해 11월4일에는 보건·복지 관련 규제를 정부가 10년마다 검토해 존치 여부를 결정하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임기 말까지 버락 오마바 정부의 흔적 지우기에 몰두하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가 강화했던 에너지 산업에 대한 반부패 규제를 완화했고, 폐기물 유출 등 사고에 대비해 이들 산업에 기금 적립을 요구하던 규정을 뒤집었다. 워싱턴주 트럭기사들에게 보장되던 충분한 식사·휴식시간을 빼앗거나, 식당 사업주가 노동자들이 받은 팁을 걷어가지 못하도록 한 규정도 손질했다.

지미 카터 행정부 이후 정권교체 때마다 심야규정 숫자는 지속 증가했는데, 트럼프 정부의 처리 건수는 역대 최다가 될 가능성이 높다. CNN이 역대 정부가 임기 마지막 해에 경제적 파급효과가 1억달러 이상인 주요 규정을 얼마나 개정했는지 조사한 결과,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1일 기준 119건을 처리해 카터 행정부 이후 가장 많았다.

트럼프 정부의 뒷심이 실제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조 바이든 당선자 측은 오는 20일 취임 직후 트럼프 정부의 일부 심야규정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효력 정지 목록에는 환경정책에 대한 투명성 강화 규정, 철새 보호 규정, 플랫폼 종사자 보호 규정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젠 사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선임고문은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식에서 심야규정을 중단하거나 연기하는 내용의 메모를 발표할 것”이라며 “심야규정의 시행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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