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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엽의고전나들이] 꿈을 보듬는 일

남상훈 입력 2021. 01. 1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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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는 말에는 이중성이 있다.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에는 유난히 꿈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나온다.

꿈자리가 뒤숭숭하다는 표현에 어울릴 법한 사연들인데, 전란 중의 일기이니 십분 이해된다.

물론 안 써서 그렇지 꿈 이야기를 쓰기로 말하자면 보통 사람들도 그 이상을 충분히 쓸 수 있을 텐데, 문제는 꿈의 내용보다 꿈의 풀이와 대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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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는 말에는 이중성이 있다. 실제가 아니니 허무맹랑한 거짓이라 치부하기도 하고, 당장 될 수는 없어도 꼭 실현시키고 싶은 이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거짓과 진실로 판이하게 갈리는 것이다. 그래서 “꿈을 가져라!”로 북돋기도 하고, “헛꿈 꾸지 마!”로 억누르기도 한다.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에는 유난히 꿈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나온다. 근 40회 정도가 되는데 꿈의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영의정과 국사를 논하며 임금이 피난 가는 일을 이야기하다 눈물을 뿌린 것 같은 국가적인 어려움을 적어둔 기록도 있지만, 개인 신변과 관련되는 일이 더 많다. 꿈자리가 뒤숭숭하다는 표현에 어울릴 법한 사연들인데, 전란 중의 일기이니 십분 이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패의 명장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섬세하고 내밀한 내용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물론 안 써서 그렇지 꿈 이야기를 쓰기로 말하자면 보통 사람들도 그 이상을 충분히 쓸 수 있을 텐데, 문제는 꿈의 내용보다 꿈의 풀이와 대처이다.

가령, 아들을 얻는 꿈을 꾸고는 이내 붙잡혀간 사람들을 얻을 징조로 풀이한다. 예나 지금이나 득남하는 꿈이 길몽일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걸 두고 개인 문제로 풀지 않고 포로로 잡혀간 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예사롭지 않다. 군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백성을 지켜내지 못한 죄책감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겠다. 또, 꿈에 적의 모습을 보고는 새벽에 바깥 바다에 진을 치게 명령한다. 적의 침입이 꿈에 나타날 정도라면 방비에 미흡한 구석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었겠고, 늦기 전에 그 대비책을 마련한 것이다. 꿈이 어수선해서 마음이 편치 못한 어느 날은 종을 보내 어머니 소식을 알아오게 시켰다. 가장 마음에 쓰였던 일을 찾아내 해결했던 것이다.

위기를 타개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작은 조짐을 통해 위험을 미리 대비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하다. 꿈에 드러나는 조짐까지 세세히 살피려 하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이 실제로 하는 조언이나 보고 또한 무겁게 받아들였겠고 그런 점들이 큰 승리를 견인하는 힘이 되었을 터이다. 이순신 장군은 해석할 수 없는 꿈에 대해서도 적어두었는데, 사나운 호랑이를 때려잡아서 껍질을 벗겨 휘두르는 꿈 같은 게 그런 경우다. 세세한 근심걱정 속에 조심조심하며 대비하는 이면에 사나운 호랑이를 때려잡는 힘이 있을 때, 꿈은 이루어지는 것 같다.

이강엽 대구교대 교수·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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