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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남북관계 패러다임의 변화

남상훈 입력 2021. 01. 1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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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노골적 군사우위노선 추구
南 대화 미련 못벗어나고 미적
올 대결체제 전환의 해 될 것
정부, 국민 안심시킬 답 내야

2021년은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첫해로 기록될 듯하다. 남북관계는 그간 ‘민족 중심 통일 추진체제’에서 ‘두 국가 대결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아직 기존 체제에 대한 미련에서 못 벗어난 듯 보이지만, 북한은 이번 8일 발표한 제8차 당대회의 사업총화(이하 ‘총화’)에서 국정방향의 전환을 분명히 하였다. 핵 무력을 공고히 하고 군비경쟁을 가속하면서 무력에 근거하여 주도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한반도 정세는 말 그대로 격동의 시대로 들어간다.

이번 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예상과 달리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 유화정책을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장황스럽게 자신들의 무력역량을 과시하였다. 일반 국가라면 숨겨야 할 일급 군사기밀들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내었다. 이 의문에 대해 일부 대북 전문가들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추진하면서 인민들을 안심시키고 위원장 자신의 치적을 돋보이게 하는 국내용이라 폄하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무력역량을 최대한 드러내면서 대미와 대남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협상 전술로 해석하기도 한다. 북한과의 협상에 여전히 기대를 거는 분들이다. 세 번째 해석은 북한이 그간 핵개발, 코로나 사태, 유엔 제재로 인해 상당히 곤궁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김 위원장이 얼마나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고 본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취약성을 강조하는 시각이다. 각기 다른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도 다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분명하고 놀라운 사실은 북한의 군사역량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는 훨씬 강하고, 효과적이며, 이제는 노골적으로 군사 우위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총화’에서 주장한 북한의 국방역량 수준은 한국의 방위산업과 그 역량에 대한 심각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함을 제기한다. 북한은 대미 위협용으로 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MIRV)를 장착한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고체추진체 ICBM 개발, 핵추진 잠수함 및 핵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고체추진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ICBM을 이용한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개발, 중장거리 무인타격 장비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지속을 공언하였다. 대남용으로는 500㎞ 전방 종심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를 포함한 정찰수단 개발, 한반도 군사정찰위성 개발, 핵무기의 소형경량화를 통한 전술핵무기 개발, 각종 전자무기 및 무인타격 장비 개발, 중형잠수함 무장현대화, 신형탄도미사일에 적용할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를 포함한 각종 임무 수행이 가능한 탄두개발연구 등이다. ‘총화’에서 펼쳐놓은 항목들을 보면 세계 일류의 군사기술들을 거의 망라하고 있다. 북한의 현 경제력 수준을 고려할 때 이를 모두 추진하고 성과를 달성하는 것은 아직 미지수이다. 특히 대미 위협용은 그러하다.

그러나 대한국 위협용 전력은 거의 달성했거나 성취단계에 있다는 점이다. ‘전술핵무기’의 보유 주장은 충격적이다. 이는 한반도 상황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이제껏 주장했던 대미 군사억제용으로서의 핵무기가 아니라 실제 한반도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 보유를 추진해왔고 이제는 달성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물론 핵무기의 1차 사용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말을 던지고 있으나 이는 ‘불사용’라는 말과도 다르다. 그리고 설사 그런 말을 했다 할지라도 국제정치의 속성을 이해한다면 이는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군사적 위협에 대해 국민을 안심시킬 답을 심각하게 내놓아야 할 때이다. 구체적인 전략과 전투 시나리오에 대한 기본 개념도 없이 천문학적인 재정을 허비하고 방어도 불가능한 경항모나 용도가 불명확한 핵잠수함 추진 등 군집단 이기주의가 대안일 수는 없다. 국민의 혈세로 내놓은 엄청난 국방예산을 어떻게 쓰고 활용하는지 냉정한 자기 평가가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냉혹한 한반도의 현실을 직시하고, 집단지성을 최대한 모아 ‘생존전략’을 추구해야 할 때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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