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코로나 이익공유제라는 변종 바이러스

남상훈 입력 2021. 1. 1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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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로 포장된 강요, 국민 기망
세금 아닌 세금, 조세법정주의 위반

코로나19 이후 나온 가장 독소적이면서도 코믹한 변종 바이러스는 이낙연 대표가 ‘고안’해낸 ‘코로나 이익공유제도’다. 독소적이라는 말은 번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고 코믹하다는 뜻은 말도 안 될 정도로 웃기면서 섬뜩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먼저 독소적인 점을 따져보자. 벌써 여야 할 것 없이 논쟁에 불이 붙었다. 그러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증세로 가자는 말이 나왔다. 한 중진 여당 의원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율에 맡기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차라리 부유세가 더 낫다고 했다. 강제로 뜯어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거두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런 의견은 야권에서도 나왔다. 어느 전직 의원은 현실성도 없고 분란만 일으키다 흐지부지될 것이 분명한 꼼수이자 망상이라고 지적하면서 코로나19 유행기간 초과이익을 얻은 기업들이나 고소득자들에 대해 일시적인 ‘증세’를 해서 재원을 충당하는 것이 정직한 접근방법이라고 했다. 야당의 한 연구원장도 코로나19로 이익을 본 계층과 손해를 본 계층을 나눈다는 게 쉽지 않으므로 결국은 증세 논의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경제라는 거의 전신이 점점 마비되고 죽어 가는데 아직은 피가 흐르는 극히 일부 몸 부위에서마저 증세로 피를 뽑아가자는 얘기다.
신세돈 숙대 명예교수·경제학
이 조치가 코믹하다는 말은 되지도 않을 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제하기보다 민간의 자율적 선택으로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여당 대표의 말은 한편으로는 공자 말씀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가던 소가 웃고도 남을 일이다. 어느 기업이 그것도 한국에서 대표적으로 잘나가는 기업 중에서 누가 여당 대표이자 다음 대선 선두 주자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100대 과제를 들먹이면서 하는 말을 자율이라고 믿겠는가. 말이 나온 경황 자체가 초유의 경제 위기인데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 여당 대표가 꺼낸 말을 누가 그렇게 믿겠는가. 정말 기업이 진정으로 자율을 믿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루이 16세나 앙투아네트의 천진무구함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고, 만약 기업들이 자율을 믿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율이라고 말했다면 그것은 조고의 지록위마와 같은 국민기망이나 다름없다.

문제의 핵심본질은 ‘코로나 이익’에 있다. 누가 코로나 사태로 이익을 보았는가? 코로나로 일부 배달 앱이나 택배업과 같은 비대면 플랫폼 유통업계의 매출이 많이 늘어났을 수는 있다. 일부 대형가전업체도 코로나 집콕 때문에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매출이 이익은 아니다. 아시다시피 이익은 매출에서 비용을 뺀 금액이다. 매출이 늘었다고 이익이 반드시 느는 것은 아니다. 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열심히 비용절감 경영혁신을 해서 매출이 줄었지만 이익이 늘어난 경우도 더 많다. 이런 경우는 코로나 이익이라고 할 수 없다.

코로나 이익공유제의 개념적 허구성은 매출과 이익의 혼동에서 그치지 않는다. 백보 양보해서 코로나 사태를 원인으로 해서 매출증가와 이에 따른 추가적인 이익을 보았다고 치자. 이 기업은 오른 기업이익만큼 법으로 정해진 누진적 법인 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그 위에 또 다른 세금 아닌 세금을 내야 한다면 이는 헌법의 조세법정주의 위반이다. 차라리 법인세율을 올려라. 그게 아니고 더 거둔다면 누구 말대로 서슬 퍼런 전두환 일해재단 출연금 시절과 무엇이 다른가. 그때도 법으로 정해진 강제금이 아니라 자율적인 기부형태가 아니었던가.

코로나 사태는 최소한 명목 GDP의 5% 이상을 소멸시킨 경제충격이다. 게다가 아직 진행형이다. 부가가치로는 100조, 매출로는 최소한 300조에서 400조원을 사라지게 만든 수소폭탄급 경제충격이다. 그로 인한 세수감소만 해도 20조원은 될 것이다. 파격적이고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이익공유제로 세금을 더 거둔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은 보잘것없을 것이다. 자발적이라면 천억 원 더 걷기도 힘들 것이다. 이런 식에서 조금만 더 나가면 경제가 어려우니 벤츠, 볼보 보유세나 토지보유세나 종부세를 더 걷자는 얘기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나올 것이다. 그게 무서운 거다.

신세돈 숙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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