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는 로봇이, 케일은 공중재배..자연 섬기는 기술, 여기 있어요!

최윤아 2021. 1. 1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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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산업이자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위험한 산업이다.

지구온난화로 난폭해진 기후에 가장 세게 얻어맞는 것도 농업이지만,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분의 1을 뱉어내 자연의 화를 돋우는 것도 농업이다.

건강한 목화와 병든 목화를 찍은 사진 수백만장을 학습시켜, 10분의 1초 만에 잡초와 목화를 구분하고 정확한 부위에 제초제를 쏘는 로봇 '시앤스프레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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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환경' 딜레마 과학기술로 풀어낸 음식 모험가들 인터뷰
잡초 제거 로봇, 수직농장, 배양육 등 '포스트 푸드' 현장 탐방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아만다 리틀 지음, 고호관 옮김/세종서적·2만원

농업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산업이자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위험한 산업이다. 지구온난화로 난폭해진 기후에 가장 세게 얻어맞는 것도 농업이지만,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분의 1을 뱉어내 자연의 화를 돋우는 것도 농업이다.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인 셈이다. 그렇다고 가해 행위를 선뜻 중단할 수도 없는데, 농업이 멈추면 ‘먹어야만 사는 인간’도 함께 멈추기 때문이다.

<인류를 식량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은 인간-식량-환경의 딜레마를 ‘과학기술’이란 열쇠로 풀어보려 시도한 책이다. 과학저널리스트인 지은이 아만다 리틀은 중국 스마트팜부터 노르웨이 연어 양식장까지 대륙을 넘나들며, 꽉 묶인 딜레마를 느슨하게 풀어내고 있는 모험가 10여명을 인터뷰했다. 새길을 내는 데 거침없는 모험가답게, 이들은 생태 만능주의와 기술 만능주의라는 기존 경로 모두에 거리를 두며 “자연을 섬기는 기술”이라는 제3의 길을 찾아 나선다.

잡초 제거 로봇 ‘시앤스프레이’. 트랙터 운전석에 설치된 화면에 목화는 동그라미, 잡초는 네모로 표시된다. 세종서적 제공

페루 출신 실리콘밸리 공학자 호르헤 에라우드는 ‘잡초 제거 로봇’을 개발했다. 일곱살 때 할아버지 농장에서 잡초를 뽑으면서 “이건 기계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단박에 파악한 그는, 농약이 표토 소실 등을 야기해 농업을 지속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걸 알고 ‘잡초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건강한 목화와 병든 목화를 찍은 사진 수백만장을 학습시켜, 10분의 1초 만에 잡초와 목화를 구분하고 정확한 부위에 제초제를 쏘는 로봇 ‘시앤스프레이’를 만들었다. 시험운행에서 시앤스프레이는 농약 사용량을 기존 95ℓ에서 7.5ℓ로 줄였다. 비용 절감은 물론, 제초제 내성 문제도 해결될 가능성이 열렸다.

중국의 토니 장은 ‘정밀 농업’이라는 길을 냈다. 치킨 프랜차이즈 소유주였던 토니는 식자재 품질 문제로 골머리를 썩다 상하이 교외 난후이에 ‘정밀 농장’을 차린다. “작은 깃대처럼 생긴 센서 수십 개가 밭고랑 몇 개마다 하나씩 땅에 박혀 있었다. (…) 연구팀은 주식시세를 지켜보는 거래인처럼 (토양센서가 보내는)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했다.” 농부 대신 센서가 작물이 요구하는 온도, 습도, 산도 등을 계산해 정확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미국 뉴저지의 하우드는 ‘수직농장’을 지어 올렸다. 10m 높이의 알루미늄 탑에서 케일이나 청경채 같은 새싹채소를 ‘공중재배’하는데, 뿌리가 공기 중 산소에 바로 노출돼 생장 속도가 흙에서 키울 때보다 훨씬 빠르다. 넓은 농지가 필요하지 않아 도시 근처에서 경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작물을 유통할 때 생기는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모험은 바다와 목장에서도 이어진다. 노르웨이 연어 양식업자 아스코그는 연어를 죽이는 ‘바다이’를 박멸하기 위해 연어비늘과 바다이를 구별해 레이저로 죽이는 ‘스팅레이’라는 로봇을 발명했다. 인도 출신 심장전문의 우마 발레티는 “육류를 분자 수준에서 다시 생각”했다. 실험실에서 탄생한 ‘배양육’은 온실가스 배출을 4분의 3이상, 물 사용량을 90% 줄이며,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을 제어해 심장병 위험까지 낮출 수 있다.

모험 끝에 탄생한 ‘포스트 푸드’가 기존 산업식 농업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버 엔지니어링(과잉 기술)이 자본의 본성인 ‘독점’과 만나 외려 식량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한계까지 숙고한 지은이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의 다양함을 지지한다.” 자연-기술이라는 기존 도그마만 왕복해서는 샛길조차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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